깊어가는 청년의 고독, 그리고 죽음…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1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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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청년의 고독, 그리고 죽음…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1106호〉
  • 박윤 기자
  • 승인 2022.09.26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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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대책 마련 시급해

청년층들의 고독사를 ‘청년 고독사’라고 하며, 청년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청년 고독사 문제가 서서히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인 가구 청년이 늘어나다 보니 취업하지 못하는 등 힘든 일이 생겨도 청년 개인이 이 모든 것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간의 경제 침체 △청년 구직난 △개인주의적 가치관 등으로 사회와의 단절을 자처하는 고독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청년 고독사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셜 미디어상에서도 청년 고독 관련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는데, 조회수는 약 10만 회부터 높게는 약 400만 회를 기록하고, 댓글란은 청년 고독과 고독사 문제 해결 실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여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본지는 청년 고독사의 실태와 그 원인인 청년 고독감의 현황을 살펴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가 시행 중인 대책의 방향성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소셜 플랫폼인 유튜브에 ‘청년 고독’을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화면이다.
▲소셜 플랫폼인 유튜브에 ‘청년 고독’을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화면이다.

 

청년 고독사 실태

‘고독사’란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 · 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말한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무 연고자 사망자는 약 50% 증가했다. KBS 〈시사 직격〉이 ‘2021 고독사 보고서’를 통해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고독사 발생 건수는 4,196건으로 2013년에 비해 2.5배나 늘었다. 그 중, KBS 〈시사 직격〉이 조사한 2020년 서울시의 고독사 건수 통계는 30대 이하의 청년층 고독사가 약 10% 정도 를 차지하고 있다. 발견이 늦고 유형이 다양해 통계에 잘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제 청년의 고독사 건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KBS 방송 프로그램에서 조사한 서울시 연령별 고독사 건수를 보여주는 화면이다. (출처/ KBS 공식 유튜브 채널)
▲KBS 방송 프로그램에서 조사한 서울시 연령별 고독사 건수를 보여주는 화면이다. (출처/ KBS 공식 유튜브 채널)

 

청년 고독사의 원인은 은둔 청년의 증가

‘은둔 청년’이란 외부에 나가지 않고 가족 이외의 친한 인간관계가 없는 상태가 6개월 이상인 청년을 말한다. 201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잠재적 위험군을 포함해 약 21만 명의 은둔 청년이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은둔 청년의 수가 그보다 많은 약 30만~5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SBS 방송 프로그램에서 은둔형 외톨이를 다룬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본이다. (출처/ SBS 공식 유튜브 채널)
▲SBS 방송 프로그램에서 은둔형 외톨이를 다룬 공식 유튜브 영상 캡처 본이다. (출처/ SBS 공식 유튜브 채널)

청년 고독의 핵심 원인은 청년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암울하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어디에도 도움의 손길을 뻗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숫자가 늘고 있는 현실에서 미래에 대한 청년들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이러한 비관적인 인식은 청년들이 구직을 단념하도록 만든다. 청년 고독과 관련하여 서울연구원에서 2021년 10월에 발행한 서울인포그래픽스 322호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 청년의 2.9%가 은둔 청년이며, 청년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가장 부정적인 감정은 “모든 일이 힘들게 느껴진다”이다. 청년 고독사 우려가 있는 청년은 은둔 청년이 대부분인데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취업 실패와 청년 우울이 그 원인으로 작용한다.

▲「서울인포그래픽스」에서 제시한 청년들의 은둔 계기 통계자료다. (출처/ 서울연구원)
▲「서울인포그래픽스」에서 제시한 청년들의 은둔 계기 통계자료다. (출처/ 서울연구원)

통계청은 청 · 장년층 구직 단념자가 2017년 48만 명, 2018년 52만 명, 2019년 53만 명에 이어 2020년 60만 명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60만 명의 청 · 장 년층 중 상당수가 잠재적으로 청년 고독사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도, 직장도 비대면인 상황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교류가 줄어들어 사회적 고립이 심화된 탓도 있다.

 

청년의 고독감에 대해 사회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이에 정부는 최근 고독사 예방과 1인 가구 지원정책 대상을 청년까지 확대했고, 2020년 4월부터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고독사 예방법」)을 시행했다. 해당 법률은 고독사에 대한 실태조사와 통계작성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률이 마련됐음에도 현재 청년 무연고 사망자 추이 통계가 정확하게 잡히지 않는 점에서 법률이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청년들의 구직 단념에 대하여 여당과 정부는 청년들에게 힘이 되겠다는 취지로 국내 주요 기업이 운영하는 직업 프로그램을 이수할 시에 약 300만 원 수준의 도약 준비금을 지원하겠다는 ‘청년 도약 준비금’과 같은 청년 지원정책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 또한 한계점을 가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 대학 정치외교학과 김진주 강사(이하 김 강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도움이 필요하고, 부족한 기반 속에서도 사회구성원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위해 시간을 낼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라며 “국내 주요 기업의 취업 프로그램인 만큼 향후 해당 기업 취업에 유리한 일종의 ‘스펙’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이 아니라 프로그램에 뽑힐 수 있는 청년들에게 기회가 가는 또 다른 불평등이 야기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현재 정부에서는 ‘청년 도약 준비금’과 같은 제도를 운영하며 3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과연 이 제도가 청년이 도약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액인지, 그리고 금전적 지원이 과연 도약으로 이어지는 최선의 방안인지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청년의 고독감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청년들은 그들의 고독한 삶을 버티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사회는 청년들의 힘듦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에서는 청년 고독의 원인이 되는 부정적 감정 해소를 위한 복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 고립 은둔 사업 담당 김다영 주무관(이하 김 주무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의 고립 은둔 청년을 위한 지원정책의 방향은 ‘청년들의 사회성 향상 및 사회복귀 발판 마련’이고, 서울시는 2020년부터 은둔 청년을 정책대상자로 추가하여 이를 위해 사업 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지원하고 있다”라며 “은둔 청년의 경우는 야외 활동이 없는 청년이기 때문에 기초적인 지원 없이 진로나 구직을 지원한다는 한계가 있어 은둔 청년에게는 정서 회복 지원을 중심적으로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심리상담과 취미활동, 신체활동, 자기표현 및 관계 형성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고립 은둔 청년 지원사업 외에 고립감 해소 또는 우울감 해소를 위해 ‘서울시 마음 건강 지원사업’도 추진 중이다”라며 “마음 건강 사업은 우울감을 느끼는 청년에게 최대 7회 심리 상담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심리상담사뿐만 아니라 임상심리사를 위촉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청년 고독 해결의 핵심은 맞춤형 지원

김 강사는 청년 지원정책에 대해 “지금까지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은 대체로 모든 청년을 동일 집단으로 보고 있지만 모든 청년이 경제적 지원이 없어서 취업을 못 하거나, 경제력을 갖추고 있어서 기존 취업 지원제도나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책의 대상인 청년을 더욱 구체화하여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고, 정책의 대상이 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실제로 필요한 부분을 반영해 실질적인 지원이 갈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주무관은 “청년 고립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은 너무나도 다양하기에 일률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이 아닌, 정책대상자에게 꼭 맞는 개별적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 즉 개별 맞춤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지원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다수를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소수 또는 1:1 밀착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 7월부터 지자체 차원의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사회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고독 청년들을 위한 고립 청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 서울시가 개발한 사회적 고립 척도를 도입해서 개개인의 고립 정도에 따른 유형별로 맞춰 진행한다. 내적 치유와 대인관계 커뮤니티 형성을 위해 은둔 청년끼리 생활하며 소통 방법을 익히고, 전문가의 심리상담, 미술치료, 운동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프로그램을 성실히 수행하는 청년에겐 1인당 20만 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서울시 고립 청년 지원사업 프로그램 6단계를 정리한 자료이다. (출처/ 보건복지부)
▲서울시 고립 청년 지원사업 프로그램 6단계를 정리한 자료이다. (출처/ 보건복지부)

「고독사 예방법」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정확하고 구체적인 통계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청년을 위한 정책이 세밀화되어있지 않다는 점은 청년 고독사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과 대응이 아직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청년 고독은 ‘청년 고독사’라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 일으키는 위험요소이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청년 개개인을 위한 구체적이고 세세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는 앞으로 청년 고독과 청년 고독사에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문제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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