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넘어 환경문제 해결까지 이르는 '기우진(중문 01)' 동문을 만나보다 〈1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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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넘어 환경문제 해결까지 이르는 '기우진(중문 01)' 동문을 만나보다 〈1106호〉
  • 정수빈 기자
  • 승인 2022.09.2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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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우리 대학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기우진이라고 합니다. 저는 전국의 폐지수집어르신들의 노동 환경과 인식을 개선하고자 한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17년에 창업해 러블리페이퍼라는 인증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 생활의 기우진

Q. 대학 생활은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해요.

고3 때부터 체대 입시를 준비해 우리 대학 체육학과 에 입학했어요. 창업도 중간에 도전했고 중어중문학과로 전과도 했어요.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10년 동안 대학 생활을 하게 됐는데, 그동안에 군대도 다녀오고 휴학도 6년 동안 하고 창업도 해보고 결혼도 했네요.

 

Q. 중어중문학과를 선택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엔 체육학과에 입학했는데요, 중국에서 창업할 기회가 생겨, 직접 활동하다 보니 중국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어요. 중국에 2년 반 정도 거주하며 중국어도 늘고 중국에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중어중문학과로 전과하게 되었네요. 더불어 아이들을 많이 좋아하고 2002년엔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비전이 생겨서 학교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청소년을 잘 이해하고 공부를 해보고자 청소년지도학과를 복수전공했어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한 걸음

Q. 학우들을 위해 현재 운영 중이신 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를 소개 부탁드려요.

러블리페이퍼는 폐지수집어르신들의 폐지를 시세의 3배 정도의 고가로 매입한 후, 재활용품에 활용도와 디자인을 더 해 가치를 높이는 업사이클링(upcycling) 활동을 하고 판매를 해요. 우리 기업은 폐지수집어르신들께서 ‘자원재생활동가’로 자부심을 느끼며 폐자원을 수집, 운반하실 수 있도록 지원하며 친고령 그리고 친환경 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기업이에요.

 

▲사진은 러블리페이퍼가 폐지를 매입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러블리페이퍼가 폐지를 매입하는 모습이다.

 

Q. 현재 운영하고 계신 기업, ‘러블리페이퍼’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2011년부터 대안학교의 교사로 재직했는데, 젊기도 하고 남는 에너지를 쓰고 싶어서 2013년부터 어르신들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20대는 나를 위해서 살았는데 30대 이후부터는 이웃을 위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까지 만난 이웃은 ‘내가 찾은 이웃’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어떤 조직에 내가 들어가며 자연스레 생긴 이웃’이다 보니 ‘내가 진정으로 생각한 이웃’은 누구인지 고민하게 되었어요. 진정한 이웃을 찾아보고자 생각하던 와중에 사회적 경제 아카데미에서 ‘사회적 경제’를 알려주는 강의를 소개하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와 6개월간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수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지역의 사회문제를 찾고 그것을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게 사회적기업이다’라는 것이었어요. 지역의 사회문제를 찾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사회문제에 해당하는 사람이 나의 이웃일 수도 있겠더라구요. 최종적으로 제가 찾은 이웃은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었어요. 이분들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저의 가난했던 과거가 떠오르면서 어르신들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구조나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결심을 하고, 폐지를 줍는 어르신분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시작 했어요. 그러던중 학교 출근길에 폐지를 줍는 어르신께서 폐박스를 허리에 묶고 머리에 이고 아스팔트 경사로를 올라가시는데 출근을 해야 해서 못 도와드리고 지나친 적이 있었어요. 그분을 도와드리지 못하고 사진만 찍고 ‘왜 고민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날 이후, 폐지수집어르신을 많이 만나 인터뷰도 하고, 자료도 찾고, 할 일도 구체화하며 ‘종이나눔운동본부’라는 작은 NGO 활동을 시작했어요. NGO 활동을 시작하며 폐지 줍는 어르신에 대한 이슈를 지역사회에 알리고 사람들에게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고자 했어요. 그러던 와중 몇몇 대학생들과 페이퍼 캔버스를 만드는 일을 시작했고 ‘러블리페이퍼’라는 이름을 추천받아 시작하게 되었어요. 현재까지 같이 일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있어요. 이 긴 과정이 러블리페이퍼를 시작하게 된 계기예요.

 

Q. 기업을 운영하기 전 대안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셨는데, 교사에서 한 기업의 대표로 전향하시는 데 많은 고민이 있으셨을텐데 전향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해 대안학교 에 근무하면서도 러블리페이퍼와 겸업하다보니 하루 일정이 매우 빠듯했어요. 게다가 고3 담임 시기라 챙겨야 할 게 많았어요. 원래 체육학과에 입학할 정도로 건 강했는데, 몸이 갑자기 나빠져 우울증도 오고, 힘이 많이 들었어요. 그와중에도 러블리페이퍼 일은 계속 사람 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의뢰가 들어왔어요. 학교는 제가 없어도 다른 선생님과 학생들로 잘 돌아가는데 러블리페이퍼는 제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잖아요. 이런 이유들로 인해 기업의 대표로 전향하게 되었어요.

 

Q. 사업을 함께 하시는 ‘폐지를 주우시는 어르신’을 ‘자원재생활동가’라고 부르고자 하는데 그 속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어르신들이 폐박스를 줍는 것은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환경 측면으로 매우 의미가 있어요. 그럼에도, 우리는 그분들을 단순히 불쌍한 노인들로 치부하는데 이분들이 하고 계신 활동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인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불러드리게 됐어요.

 

Q. 자원재생활동가께서 수집한 폐지로 주로 어떤 예술 작품을 만들고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되나요?

350여 명의 재능기부 작가분들이 업사이클링으로 만 들어진 캔버스로 예술작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컬러링, 캘리그래피 등 다양한 예술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최근에는 학교 급식실 등에서 버려지는 종이 쌀 포대와 호텔에서 버려지는 폐침대 시트를 기증받아 종이 가죽을 만들어 노트북이나 태블릿 케이스를 만들고 있어요. 캔버스를 만드는 과정은 간단해요. 일단 폐박스를 고가로 저희가 어르신들에게 구매하고, 일정한 크기로 자른 후 풀로 붙여서 단단하게 만든 뒤 헝겊으로 덮어씌워 캔버스를 만들어요. 제작하는 것도 모두 어르신들이 맡아요.

 

▲사진은 폐지로 만든 캔버스로 완성된 예술 작품이다.
▲사진은 폐지로 만든 캔버스로 완성된 예술 작품이다.

 

▲사진은 러블리페이퍼에서 어르신이 근무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러블리페이퍼에서 어르신이 근무하는 모습이다.

 

Q. 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만 가진 기업문화를 설명해주세요.

러블리페이퍼는 구성원이 10명 남짓 정도로 적지만, 20대 청년층부터 80대 시니어층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직원이 분포하고 있어요. 작은 조직이지만 다양한 세대들이 서로 공감하면서 일을 진행하는 게 우리 기업만의 특징이죠.

 

Q. 기업을 운영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고용할 때 한 어르신이 기억에 남네요. 2017년, 대안학교에 근무할 때 한 폐지 줍는 어르신을 마주쳤어요. 그 분께 제 연락처를 드리면서 “제가 러블리페이퍼라는 걸 하고 있는데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겠다”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다 2019년에 어르신과 연락이 닿아 실제로 우리 회사에서 일하시게 됐어요. 약속을 지키게 된거죠. 지금까지 정규직으로서 열심히 다니고 계셔서 정말 뿌듯하고 기억에 남아요.

 

Q.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며 특히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어렵고 고민되는 점은,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적절한 방법인지 적합한 구조인지 또 최적의 방식인가에 대해 늘 고민하고 있어요.

 

Q. 기업을 운영하며 최종적인 목표이자 꿈은 무엇인가요?

저는 러블리페이퍼가 멋지게 망하는 게 꿈이에요. 사실상 러블리페이퍼와 같은 사회적기업이 많다는 것은 사회가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것이거든요. 러블리페이퍼가 마주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우리 같은 기업이 필요없는 존재가 되어 떠나고 싶어요.

 

또 다른 곳에서의 기우진을 보다

Q. 학교, 기업을 대상으로 ESG 교육과 같은 다양한 환경과 관련된 강연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환경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르신들 덕분이죠. 어르신들은 자원재생활동가로서 폐지를 재인식해서 수거 활동도 열심히 하시는데, 나는 뭘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고요. 저희가 만드는 제품이 업사이클링 제품이다 보니 자연스레 친환경과 환경 관련된 교육 콘텐츠에 관심이 가게 되었어요.

 

▲사진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모습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먼저 러블리페이퍼를 열심히 운영해야죠. 그리고 올해나 내년 초에 책을 하나 쓸 예정이에요. 그게 나오게 된다면 많은 분들에게 자원재생활동가분들에 관한 내용을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학우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삶을 경험하며 어떤 가능성, 그 가능성을 본인들이 갖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스스로를 실패자 내지는 어중간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가능성이라는 것은 지금의 내 가치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내가 만들어낼 가치로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부분에서 나의 가능성을 키워갈 수 있는 시간을 학교생활을 통해서 많이 누리고 가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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