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의 어떤시선] 외모와 멸종의 상관관계 〈1104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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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펭귄의 어떤시선] 외모와 멸종의 상관관계 〈1104호(개강호)〉
  • 남주원 뉴스펭귄 기자
  • 승인 2022.08.2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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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원 뉴스펭귄 기자serennam@newspenguin.com
남주원 뉴스펭귄 기자serennam@newspenguin.com

코로나19가 지속된 지 어언 3년째다. 최근 국내 여러 매체에서 청소년들이 마스크 벗는 일을 마치 팬티 벗는 것과 똑같이 느낀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 있다. 댓글 창에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도대체 얼마나 자존감이 낮으면 그런 생각을 하냐” 등 비난이 난무했지만 마냥 욕하거나 웃어넘길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기꾼’, ‘마해자’ 등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등장한 신조어는 마스크를 벗는 순간 사람들에게 자신의 외모가 어떻게 보일지 묘한 긴장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나 역시 나이를 먹어 가면서 외모보다 중요한 가치들에 집중하다가도 어느 날은 문득, 외모 때문에 우울감에 잠식 되고야 만다. 외모가 한순간의 평가는 물론 나아가 어떤 대상의 삶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일까.

외모지상주의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인간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마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가 마찬가지일 터. 그들은 일차원적으로 생김새에 따라 인류에게 받는 관심의 크기가 좌우될 것이다. 지극히 인간 중심적으로 흘러가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간의 관심은 즉, 어떤 종(種)의 생사와 직결되기도 한다.

일례로 『뉴스펭귄』은 「못생긴 게 죄? 물고기도 외모 차별받는다」라는 기사에서 외모가 종 보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룬 적 있다. 못생긴 멸종위기종 어류일수록 보존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프랑스 연구팀은 일반인 1만 3,000명을 대상으로 암초 지대에 서식하는 물고기 사진 481장에 대한 외모 평가를 실시했다. 이후 도출된 결과를 인공지능에 학습 훈련시킨 뒤 다시 물고기 2,417종이 등장하는 사진 4,400장에 대해 미적 평가를 예측했다.

결과는 내 예상을 크게 비껴가지 않았다. 인공지능은 색이 밝고 화려하며 윤곽이 둥근 어종은 아름답다고 평가한 반면 그렇지 못한 물고기에는 낮은 선호를 보였다. 또한 연구팀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 멸종위기 범주에 속하는 △위급 △위기 △취약종들이 ‘최소관심’으로 분류된 종보다 상대적으로 미적 가치가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최소관심종은 멸종위기가 아니다.

대중의 관심이 보존이 필요한 종과 불일치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제아무리 생태적으로 가치가 높은 종일지라도, 외모에 대한 편견만으로 멸종의 벼랑 끝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다수의 연구 논문이 못생긴 동물일수록 종 보전 노력이 적은 현상을 꼬집어왔다.

반대로 판다는 성공적인 보전 사례로 꼽히는 동물이다. 판다는 귀엽고 상징적인 외형 덕분에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중국과 각국 외교관계를 구축할 뿐만 아니라 블록버스터 영화 주인공 역할까지 맡으며 대중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대대적인 맞춤형 보존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국제적 노력을 통해 개체 수를 회복 중인 판다를 두고, 일각에서는 ‘복권에 당첨된 동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중국은 판다를 위한 보호 활동에만 매년 약 3,235억 원을 지출한다고 알려졌다.

만약 판다가 귀엽고 독보적인 외모가 아니었더라면 과연 이 희망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됐을지는 ‘글쎄’다. 아마 판다를 제외한 반달가슴곰, 태양곰, 느림보곰, 큰곰 등 아시아에 서식하는 다른 4종의 곰들과 마찬가지로 개체수가 빠르게 감소하지 않았을까. 이들은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해 결국 보전에 필요한 비용을 유치하는 데 실패했다.

어떤 존재를 이 세계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것과 살아지게 하는 것. 결국 우리가 그 대상을 얼마나 관심 갖고 지켜보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갈림길이 아닐까. 종 보존에 있어서 어쩌면 외모는 관심의 척도를 넘어서 ‘사활이 걸린’ 문제일지도 모른다. 외모지상주의와 인간중심주의, 멸종에 맞서기 위해 이제는 거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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