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기본소득제가 도대체 뭔데? 〈1104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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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본소득제가 도대체 뭔데? 〈1104호(개강호)〉
  • 한혜성 기획부장
  • 승인 2022.08.2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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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제, 왜 알아야 하고 어떻게 대해야 할까?

기본소득제는 “모든 국민에게, 아무 조건 없이, 일정한 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메타’의 CEO 마크 저커버그 등 유명 기업가들과 밀턴 프리드먼 등의 유명 경제학자들이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기본소득제 논의는, 최근 들어선 한국의 대선후보들도 정책으로서의 기본소득제를 언급할 정도로 구체적인 논의 단계에 들어섰다.

혹자는 기본소득제를 ‘허황된 유토피아일 뿐’이라며 비판하고, 혹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희망’과도 같은 정책이라며 환영하지만, 사실 기본소득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이에 본지는 기본소득제란 무엇이며, 기본소득제의 목표와 한계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기본소득제를 대해야 할지 살펴봤다.

기존 복지제도와 상반되는 기본소득제의 핵심 요소 ‘보편성 · 현금성 · 개별성’

기본소득제는 △보편성 △현금성 △개별성의 3가지 요소를 핵심적으로 가지고 있는 제도이다. 먼저 보편성은 ‘모든’ 사람에게 지급된다는 것으로, 일정 기준을 갖춘 사람에게 상이한 복지를 제공하는 기존 복지방식과 차이점을 보인다. 기본소득제가 보편성을 추구하는 까닭은 기존의 선별적 복지의 한계로 지적되던 점들을 극복하기 위함이다. 선별적 복지는 △낙인 효과 △복지사각지대 △막대한 행정비용 등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 선별적 복지제도의 가장 대표적인 한계점으로 지적되는 복지사각지대란, 모호한 복지 대상 선발 기준으로 인해 일상에 어려움을 겪음에도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2014년에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이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은 어머니와 두 딸이 함께 살던 중 세 모녀 모두 건강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으나, 까다로운 복지 대상 선발 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 비극적 사건이다. 복지 혜택을 받기 위해선 모든 자료를 수혜자가 직접 준비해야 한다는 점, 여전히 송파 세 모녀와 같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점에서 기존 선별적 복지정책 자체에 대한 비판이 들끓었다. 실제로 현재 한국에서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은 약 400만 명으로 추정된다.

다음으로 현금성은 기본소득이 ‘현물이 아닌 현금’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물로 지급할 경우 기본소득제의 목적 중 하나인 ‘시장에서의 수요 증가’에 반할 수 있으므로 유통이 원활한 현금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사용 지역과 업종에 제한이 있고 사용시한이 정해져 있는 지역 화폐 또한 현금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지역화폐는 경기지역화폐다. 경기지역화폐는 ‘지역별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의 실질적 매출 증대, 지역경제 선순환 도모를 위해 경기도 31개 시 · 군에서 발행하고 지역 내에서 사용하는 대안화폐’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프랜차이즈 직영점은 사용이 제한되며 연 매출 10억 이하인 소상공인 점포에서만 사용 가능하므로, 기본소득의 현금성이 충족된다.

마지막으로 개별성은 가구 단위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던 기존의 복지제도와 달리 개인 단위, 즉 특정한 경제공동체가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지급한다는 의미다. 기존의 가장 중심 경제 활동이 아닌, 개인 단위의 경제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개인을 경제적 주체로 설정하여 시장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기본소득제의 목표는 ‘소득 불평등 완화’, ‘인간다운 삶 보장’

기본소득제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는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여 저소득층도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뚜렷한 최저임금 상승에도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했을 때 여전히 최저임금만으로는 기초생활을 유지하기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배달 노동자 등 일부 임금근로자는 최저임금제도를 보장 받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근로자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점차 확대되어 양극화되고 있다.

이러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본소득제가 제시됐다. 기본소득제가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측의 주요 주장은 ‘고소득자 및 고자산가 대상 과세로 재원 마련 후 전 국민 기본소득 지급 통한 소득 재분배’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1인당 연간 360만 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모델이 시행될 경우 소득 상위 15%(연 소득 7,957만 원)를 제외한 나머지 85%는 증가한 세금보다 기본소득제를 통해 얻는 돈이 더 많다는 결론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모델을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181조 5천억 원이며, 이를 △배당 또는 이자소득 종합과세 △토지세 △생태세 등을 통해 마련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세금의 증가를 고려하더라도 순수 세금 납부액이 기본소득으로 받는 돈보다 많아서 ‘손해’를 보는 경우는 소득 구간 85% 이상이므로 상당한 재분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위 모델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과제는 재원 마련이다. 기본소득제 도입에 들어가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선 기본소득제 찬성 측에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나누어지고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것은 토지, 생태와 같은 ‘공유 재산’에 세금을 부여하는 토지세, 생태세 신설이다. 토지세와 생태세 신설을 통한 재원 마련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그 타당성을 ‘공유 재산은 특정인이 아닌 모두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 토지는 인간이 새롭게 창조한 것이 아닌 ‘주어진 것’이므로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배타적 소유권을 행사하고 상속하는 것은 공유 재산적 관점에서 봤을 때 부적절하므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박선미 사무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공유 재산이 사적으로 소유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세금의 방식으로 공유 재산 수익을 거둠으로써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본소득이 시행된다면 공유 재산의 사적 소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득 재분배 효과가 분명하게 생긴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우리나라 빈곤층 소득보장정책인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는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 가운데 4.4%다”라며 “실제 빈곤층의 상당수가 제외되는 현실이며, 따라서 많은 빈곤층의 소득은 전혀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똑같은 비극인 수원 세 모녀 사건이 2022년 8월에 또다시 반복되는 것”이라고 기존 복지정책의 한계점을 비판했다. 실제로, OECD에서 설정한 빈곤율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2018년 기준 약 17%인 것으로 나타났다. 약 12.6%의 빈곤층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어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 이 사진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겨운 생활을 하다 죽음을 맞은 세 모녀의 경기 수원시 다세대 주택 문 앞 모습이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부터 8년이 지난 2022년 8월에 또다시 선별적 복지의 사각지대 문제가 드러났다. (출처/ 경향신문)
▲ 이 사진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겨운 생활을 하다 죽음을 맞은 세 모녀의 경기 수원시 다세대 주택 문 앞 모습이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으로부터 8년이 지난 2022년 8월에 또다시 선별적 복지의 사각지대 문제가 드러났다. (출처/ 경향신문)

도입 가능성과 실효성에 부정적 견해도 적지 않아 한편, 기본소득제가 실제로 도입될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실제로 1인당 매달 100만 원씩 연 1,20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서 필요한 재원은 약 615조 원이다. 2022년 대한민국 정부 예산이 607조 원임을 고려했을 때, 정부가 모든 예산을 기본소득제에 쏟아도 매달 100만 원의 기본소득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이하 양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의미 있는 전 국민 기본소득이 되려면 1인당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정한 수준, 즉 월 60만 원 정도라도 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자면 한국 GDP의 25% 가량이 소요된다”라면서 “기본소득은 적게 주면 큰 의미가 없는 제도인데, 이를 위해 다른 의미 있는 여러 복지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라며 기본소득제 도입 가능성과 실효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및 증세로 인해 야기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많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 8월 『한국일보』에서 진행된 좌담회에서 “기본소득에 의미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기본소득제 실현을 위한 증세를 할 경우 사람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려 전체 국민소득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날 확률이 높다”라며 증세에 반대했다. 이어서 양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의 복지는 조세효과와 지출효과를 다 누리며 소득재분배 효과가 크다”라면서 “기본소득은 동일한 액수의 급여를 취업자, 실업자, 저소득, 고소득 가리지 않고 다 지급하기에 지출 측면에서 소득 재분배 효과가 없으므로 기본소득제를 위한 증세는 비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OECD 연구에 따르면, 전 국민에 단일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은 선진국에서는 빈곤층을 줄이지 못하며 세금만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다양한 사회보장 시스템을 없애고 모든 개인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로 바꾼다면 1인당 지급액이 생활 수준을 빈곤하지 않은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금액을 크게 밑돌 것으로 분석했다. 즉, 기본소득을 통해 빈곤층을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OECD 제임스 브라운 연구원은 “기본소득제가 의미 있는 결과를 내려면 세금 인상과 기존 복지제도 축소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종합했을 때 기본소득제는 빈곤 해소에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기본소득제 논의가 지니고 있는 사회적 의미는?

이렇듯 현재의 기본소득제 논의는 도입 가능성부터 효과성까지 학계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는 ‘뜨거운 감자’다. 다만, 기본소득제 논의 자체가 지니고 있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입장이 많다. 한국공공사회학회의 「사회복지 담론으로서의 기본소득 고찰(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이지나 박사, 고려대학교 행정전문대학원 황명진 교수)」에 따르면 기본소득의 가치는 △공동체 기능 회복 △복합평등 달성 △인간 존엄 가치 회복에 있다고 주장한다. 먼저, 공동체 기능 회복은 기본소득이 ‘호혜성’이 아닌 ‘연대성’의 가치에 기반하므로 경쟁 중심의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사라져 가는 공동체 의식과 기능을 회복시켜 우리 사회의 차별과 불평등을 완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복합평등 달성은, 돈이 많은 사람이 상이한 분배 영역에 있는 보건의료나 교육 등과 같은 재화를 연이어 가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완화하여 ‘복합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봤다. 마지막으로 인간 존엄 가치 회복은 기본소득이 시민권의 관점에서 ‘자유’를 증진할 수 있는 가장 개인적이고 가장 이타적인 소득의 분배로써, 시민의 ‘실질적 자유’를 보장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인간 존엄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는 기본소득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결국, 현재의 기본소득제는 사회적 담론 형성 단계에 들어섰을 뿐, 실질적 도입까지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복잡한 과정들이 남아있다고 봐야한다. 즉, 아직 제대로 결정된 것이 없으므로 기본소득제를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라고 단정 지으며 부정하는 것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희망’이라며 무조건적인 도입을 주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학계와 정치계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제도들도 그러하듯 논의 단계에만 그치고 실제로 도입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의 우리는 기본소득제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는 측도, 반대로 기본소득제 도입을 논의하자는 의견을 포퓰리즘이라고 몰아가는 측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기본소득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본소득제를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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