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협의 현 위치를 조명하다 〈1104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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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협의 현 위치를 조명하다 〈1104호(개강호)〉
  • 한지유 편집장
  • 승인 2022.08.2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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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구성원의 복지를 책임지는 대학생활협동조합은?

‘명랑핫도그’, ‘와플대학’ 등 우리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창의적이고 유명한 프랜차이즈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협동조합으로 시작한 회사라는 점이다. 협동조합은 비슷한 목적을 가진 생산자나 소비자들이 스스로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이며, 기업 자체의 이윤추구가 중요한 일반적인 사기업과 달리 조합원 상호협동을 통한 편의성 증대를 가장 중요한 설립목적으로 둔다. 대학사회에서는 이러한 협동조합이 대학생활협동조합(이하 대학생협)으로 설립된다. 본지는 대학생협이 무엇인지 우리 대학에서 설립될 수 있을지를 취재했다.


대학생협이란?

대학생협은 학내에만 영업구역을 두고 학생과 교직원이 출자하여 일상적인 식품과 공산품, 서비스를 공급하는 협동조합을 말한다. 대학생협은 대학 구성원인 학생과 교직원이 출자한 만큼 구성원의 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하며, 학내에서 △학생식당 △교내 서점 △매점 △카페 등을 운영한다.

1980년대 대학사회에서 급격히 확산해 1990년 5월에 한국외국어대학교생협이, 이어 11월에 조선대학교생협이 먼저 창립했다. 지금까지 가장 마지막으로 창립된 대학생협은 국립한국체육대학교생협이다. 현재 전국의 17%에 해당하는 35개 대학(국립대 21개, 사립대 14개)과 15만 조합원이 대학생협에 참여하고 있다.

대학생협은 학생과 교직원만이 출자금(일반적으로 1만 원 이상)을 납부하여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조합원 자격을 상실하면 출자금을 환불한다. 일반 사기업과 달리 이익을 배당하지 않고, 잉여금을 학내 구성원에게 더 나은 복지서비스로 다시 환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 정선교 조직교육팀장(이하 정 팀장)은 대학생협의 사업을 두고 “대학생협은 복지 인프라를 통해 아침식사나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특식, 학생들이 만든 상품을 판매하여 발생한 수익금으로 지역사회 기부활동, 학내 구성원에 대한 장학금, 생활물품 지원 등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임대매장이나 대학당국의 직영 업체는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선택적으로 수용할 수 있으나, 대학생협은 구성원이 곧 소유자임으로 구성원의 의사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라면서 “일반 업체의 이윤은 대학 밖으로 유출되는 반면, 대학생협의 이득은 학내 구성원의 의사에 따라 장학금, 발전기금, 시설개선 등으로 재분배되어 구성원들에게 훨씬 이익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대학생협의 실제와 위기

본지는 지난 22일에 대학생협의 모범사례인 인천대학교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인천대생협)을 방문해 박창훈 사무국장(이하 박 국장)과 인천대학교 생협 서포터즈 박서현 부원(이하 박 부원)을 만나 인터뷰했다.

박 국장은 대학생협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대학 구성원 간의 이해관계 조정’과 ‘대학 구성원에 대한 대학 복지정책 수행’이라고 강조했다. 박 국장은 “대학에서 학생은 교육서비스를 받고, 교수와 직원은 직장이다. 구성원들 간 가지고 있는 목적과 요구하는 서비스도 다르기에 그 이해관계를 생협에서 조정해 각 구성원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큰 틀에서는 대학 복지정책을 집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생협의 위기를 두고서는 ‘대학과의 관계정립 어려움’과 ‘조합원의 의식 문제’, ‘생협 직원 처우’ 등을 지적했다. 박 국장은 “대학에서 조합원과 비조합원인 구성원을 대상으로 대학 시설을 무상 임대 받아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협력적인 관계여야만 된다”라고 애로를 전했다. 이어서 조합원이 ‘자신이 주인인 단체’라는 의식이 부족하다고 논하기도 했다. 박 국장은 “외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조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으면 내부적 결속이 이루어질 텐데, 그렇지 않기에 더 조합원 수와 매출과 같은 실적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라고 비판했다. 대학생협 직원 처우에 대해서도 “대학은 방학이 길어 상시적인 인력을 계속적으로 운영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에 방학에는 매장을 닫고 학기에는 문을 여는데, 더 많은 인원을 충원해야 한다. 저임금으로 운영하면서 이 구조가 반복되다 보니 원활한 대학생협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인천대생협’을 통해 바라본 대학생협의 방향성

인천대생협은 현재 교학부총장과 학생 · 취업처장이 당연직으로 각각 이사장과 부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식당 3개소 △편의점 7개소 △카페 3개소 △기념품 1개소 △자판기 44대 △무인프린터 24대 △주차관리 1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박 국장은 인천대생협의 주요사업으로 △천원의 아침밥 △학생 기획 참여 대학 기념품 개발 등을 들었다. 대학 구성원의 호응이 가장 좋았던 사업으로는 ‘천원의 아침밥’을 꼽았다. 이는 인천대 제1기숙사식당에서 지난 2020년 2학기부터 학기별로 진행해오던 사업으로, 한 학기 동안 2만 4천 명에게 아침식사를 1천원에 제공했다. 특히, 이번 1학기에는 페이코와 협업해 페이코 포인트를 사용하면 100원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인천대학교 캐릭터인 ‘횃불이’를 활용해 제작한 횃불이 인형(왼쪽)과 마우스패드(오른쪽)이다. (출처/ 인천대생협)
▲사진은 인천대학교 캐릭터인 ‘횃불이’를 활용해 제작한 횃불이 인형(왼쪽)과 마우스패드(오른쪽)이다. (출처/ 인천대생협)

또한, 대학 캐릭터인 ‘횃불이’를 활용한 상품(무선 마우스, 입체형 USB, 마우스패드, 그립톡 등)과 학생창작 디자인 작품 기념품(우산)을 기획해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고도 전했다. 이에 대해 박 국장은 “학생들이 상품을 기획하고 대학생협이 상품화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라고 기획의도를 말했다.

 

▲사진은 인천대생협에서 운영 중인 Me Study You Coffee(이하 미유카페)(왼쪽)와 인쇄 및 출력이 가능한 드림센터(오른쪽)이다.
▲사진은 인천대생협에서 운영 중인 Me Study You Coffee(이하 미유카페)(왼쪽)와 인쇄 및 출력이 가능한 드림센터(오른쪽)이다.

인천대학교 생협 서포터즈 박 부원과는 인천대생협이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시설들을 둘러보면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표적인 시설들로 미유카페와 드림센터를 들 수 있다. 미유카페는 공부할 수 있는 스터디 공간과 학내 카페를 마련한 곳으로, 다양한 음료들이 3천 원에서 4천 원 선에 마련되어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또, 특이하게 인천대생협은 다양한 사이즈의 종이 인쇄와 복사가 가능한 드림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드림센터는 방학 중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며, 학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휴대용 배터리 충전기 대여기계도 마련해두어 수익과 편의를 동시에 고려한 시설들이 눈에 띠었다. 박 부원은 “두 시설 모두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이지만, 카페는 인천대생협 이외의 업체가 운영하는 경우도 있어 학생들이 구별하기 쉽지 않아 하는 경향도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이러한 복지들이 더 잘 환원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참여가 잘 이끌어졌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사진은 지난 22일 학생식당 저녁식단(왼쪽), 라면 및 음료 판매(중간), 과일 판매(오른쪽)를 촬영한 모습이다.
▲사진은 지난 22일 학생식당 저녁식단(왼쪽), 라면 및 음료 판매(중간), 과일 판매(오른쪽)를 촬영한 모습이다.

아울러, 본지 기자는 학생식당을 방문해 식당 운영실태를 파악했다. 식사는 5천 원 선이었으며, 꽤 준수한 수준이었다. 특히, 여러 학생의 요구를 고려해 과일과 단백질 선식 음료, 라면 등도 함께 판매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과일은 1천 원부터 최대 3천 8백 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했고, 라면도 2천 원에서 3천 원 사이였다.


우리 대학의 현 주소와 대학생협 설립가능성

① 대학생협의 인식과 주체별 의견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대학생협에 대한 학우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우리 대학의 대학생협 설립에 응답자의 약 70%가 찬성하고, 약 90%의 응답자가 대학생협의 설립취지와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대학 기획예산팀 신규섭 과장(이하 신 과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문 및 자연캠 내 부속수익시설 전체에 대해 일괄책임 임대차 계약을 진행한 상태여서 현재 추가로 부속수익시설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이 없는 상황이며, 만일 대학생활협동조합이 설립되어 운영하는 부속수익시설은 기존 부속수익시설의 영업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일괄책임 임대차 계약업체와 분쟁의 소지가 있다”라고 밝혔다.

우리 대학과 20년간 전체 복지매장과 생활관, 주차장에 대한 임차권리를 가진 일괄책임 임대차 계약업체 ㈜더원라운지컴퍼니는 본지의 질의에 “대학생협과는 경쟁관계가 아니므로, 대학과 체결된 일괄책임 임대차 계약에 반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협은 기본적으로 ㈜더원라운지컴퍼니의 전차사(전대차계약을 맺고 업장을 임대해 사용하는 회사)로 생협이 필요한 매장에 대해 전대차계약을 체결해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전차매장의 업종과 운영방식은 사전 합의해야 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양캠 학생복지위원회에도 질의한 결과, 인문캠 학생복지위원회 김용민 위원장은 “학생복지위원회 설립 목적 자체가 학생들의 복지 보장 및 증진이기에 협동조합화를 통해 복지 부문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라면서도 “현 상황에서 학교 측과 일괄책임 임대차 계약업체와의 계약이 있어 현실적으로 당장 협동조합화를 실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라고 답변했다. 제1대 자연캠 ‘with’ 학생복지위원회 장현서 부회장은 “제1대 학생복지위원회로서 진중하게 기틀을 마련해야 하므로, 대학생활협동조합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어떠한 말씀도 드리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② 대학생협과 외부 업체의 공존

현재 우리 대학은 대학생협의 설립에 있어 외부 임대업체와 공존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신 과장은 국한된 범위에서 대학생협을 운영한다는 전제에서도 “도서는 서점 입점 시에, 생필품은 기존 편의점 운영에 있어 영업이익 감소 요인이 될 수 있어 공존이 어렵다”라고 전했다.

정 팀장은 “일부 대학에서 생협과 외부 업체가 공존하여 운영하는 사례가 있으나, 이 경우 업체의 운영에 많은 차질이 발생한다. 상품의 형태가 다를 때는 외부업체와 생협 간 큰 문제가 없을 듯하나, 같은 업종의 매장을 운영할 때는 필연적으로 경쟁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경쟁이 지속되면 한쪽이 성장을 막기 위한 출혈로 인해 매장 운영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고, 이는 서비스 질 하락으로 확대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원라운지컴퍼니 측은 “도서, 학교 기념품, 생필품 등의 업종에서는 현재 마스터임대차 현황에서도 상호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며, 오히려 생협활동을 적극 지원할 의사도 있다”라고 밝히면서 “학교 홍보와 구성원의 공동체 의식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사안”이라고 전했다.


③ 현 체제의 문제점과 대학생협의 설립가능성

정 팀장은 “학교에서 임대업자는 임대료를 납부하고 복지서비스를 운영하며 수익을 발생시켜야 한다. 일반적으로 수익 발생을 위해서는 판매 가격을 높이거나 원가를 줄여야 하므로,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부담을 안거나 질 낮은 원재료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학생은 등록금 안에 학교시설을 이용하기 위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임대 복지시설을 이용하며 업체의 임대료 부담을 나눠가지게 되어 결과적으로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해 우리 대학의 시설임대체제의 맹점을 지적했다.

또한 “많은 사립대학들이 학교 시설을 임대하여 부족한 재정을 충당해 재산 사용에 대해 대학과 재단의 장애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많은 사립대학들이 대학생협 설립을 위해 문의와 설립절차를 진행했으나, 대부분 학교 시설 이용 문제에서 걸림돌이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 대학은 외부 업체들이 임대하여 입점해 있고, 해당 업종들과 대학생활협동조합의 운영 업종이 중복되면 입대업체들의 영업이익감소와 운영지속성의 저하가 문제시된다. 그러나 일괄책임 임대차 업체의 긍정적인 반응을 비롯해 학우들이 상당 수준 대학생협의 설립취지에 동의하고, 설립에 찬성하고 있어 지속해서 ‘우리 대학에 생협이 필요할까?’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공론화를 통해 학내 구성원의 복지 수준을 증진시켜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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