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이야기, 드라마 〈1103호(종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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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이야기, 드라마 〈1103호(종강호)〉
  • 박새롬 기자
  • 승인 2022.05.31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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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방송의 꽃’으로 불리면서 시청자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K-콘텐츠와 K-드라마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지만, 되려 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드라마가 대거 등장하는 양상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드라마는 대중과 가장 밀접해 있고,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영상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다. 드라마는 문화의 창조적 기능과 영화의 영상적 기능을 간직하며 우리 삶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하는 거울이기에, 드라마가 단순한 오락적 재미를 넘어 시대를 회상하고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매개체라는 사실은 영원히 변함없을 것이다.

 

갈등의 예술, 드라마

Drama : (극장 · 텔레비전 · 라디오 등에서 공연하는) 극

‘Drama’는 희극(comedy)과 비극(tragedy)을 통칭하던 고대 그리스어다. 본디 “행위를 하다(action)”라는 뜻을 가졌던 ‘Drama’는 배우가 인간의 행위를 모방한다는 의미였다. 특징이 있다면 서사구조가 있고 그 서사구조가 배우의 수행(performance)을 통해 전달된다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무대극만을 의미할 수도 있고, 영화와 드라마 등을 포함해 배우가 등장하는 하위 장르 전반을 의미할 수도 있다.

드라마는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기본 수단으로 하여 표현하는 예술 작품으로 서사구조를 전달하는 배우의 퍼포먼스는 대사, 연기, 춤, 음악 등 으로 다양하다. 작가의 개입 없이 등장인물의 행동과 말투 및 대화로 이루어진 예술 작품인 드라마는 형식이나 표현수법 또는 주제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다. 시대에 따라 △사극 △시대극 △현대극 등으로, 드라마의 길이에 따라서는 △단막극 △연속극 △대하드라마 △미니시리즈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한, 대상과 소재에 따라 △청소년 드라마 △전쟁 드라마 △정치 드라마 △인간 드라마 △경제 드라마 △수사 드라마 △홈 드라마 △심리 드라마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드라마는 등장인물에 의해 벌어지는 여러 형태의 갈등과 사건에 대한 해소 과정을 스토리텔링하는 영상 프로그램을 의미하기 때문에 ‘갈등의 예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현실을 다루되 허구적 인물이나 공간, 주제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픽션의 성격을 가지는 드라마는 동작, 대사, 줄거리의 구성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개인과 개인 또는 개인과 사회 · 국가와의 갈등이나 긴장이 주요 소재로 사용된다. 즉, 드라마는 연기 (performance)를 통한 특정한 허구(fiction)를 표현하는 예술 형태인 것이다.

 

태초의 드라마는 라디오로부터 시작됐다

라디오 드라마는 라디오를 통해 송출되는 드라마를 말한다. 오로지 청각으로만 전달되는 라디오 드라마는 청취자들에게 시각적인 요소 없이 대사와 음악, 음향효과만을 이용해 전달된다. 라디오가 발명된 후에 새롭게 탄생한 라디오 드라마는 전파를 매체로 하여 연극적인 표현을 하는 청각예술이라 할 수 있다. 초기의 라디오 드라마는 라디오 이전부터 존재했던 무대예술을 라디오에 접목시킨 것이었으며, 그 수단과 방법에서도 무대연극을 어떻게 청각만으로 이해시키는가에 집중됐다. 1906년 최초의 라디오 방송이 시작되고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1925년에 라디오를 위한 최초의 드라마가 제작되면서 ‘라디오 드라마’가 탄생하게 됐다.

1차 세계대전 이후로 192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락 중 하나였던 라디오 드라마는 그 영향력 또한 어마어마 했다. 1938년, 미국의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 (Herbert George Wells)의 소설 『우주전쟁』 을 각색한 〈화성인의 침공〉을 미국 영화배우 조지 오슨 웰스(George Orson Welles)가 자신이 실제로 화성인을 목격한 사람인 것처럼 생생하고 박진감 넘치는 연기를 펼치면서 사람들의 청각을 집중시켰다. 그래서인지 당시 이 라디오 방송을 들었던 청취자들은 실제로 화성인들이 지구로 쳐들어온 것으로 착각을 하면서 거리를 뛰쳐나가거나 공포에 떠는 등 최소 100만 명 이상이 동요되는 대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드라마는 과거부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움직일 만큼, 우리 삶에 깊숙이 투영돼 강력하고도 즉각적인 영향을 일상생활에 가져다주었다.

 

우리의 삶이 투영되는 드라마

드라마는 우리에게 한 시대를 회상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주기도 하고, 어떤 교훈이나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하며, 때로는 감동과 위로를 선사하기도 한다. 우리가 속한 현실 세계가 드라마 속 세계와는 명백히 다르지만, 드라마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현실을 반영하고 이와 연결된 세계를 재현하고 있다. 우리 대학 교수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디지털미디어학과 김신혜 교수(이하 김 교수)는 “드라마는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영상으로 표현한 예술의 한 형식이다. 인간사를 재현하는 이야기와 영상은 마구잡이로 배열된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핵심적인 가치를 재구성해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우리나라 최초의 텔레비전 드라마는 1956년 개국한 대한방송주식회사의 HLKZ-TV 방송국에서 방영한 〈사형수〉라는 작품이다. 이후 1961년 서울텔레비전방송국(KBS-TV)이 개국하고 〈금요극장〉, 토요일의 〈유머클럽〉등의 주간극이 방영되면서 텔레비전 드라마의 제작이 본격적으로 착수되었다. 당시 방송극은 주간극이나 단막극 형식을 띠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회성의 단막극에서 벗어나 주간 연속극이나 일일연속극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가정에는 텔레비전이 보급되지 않았고, 드라마는 군사정부로부터 검열된 후 방송되곤 했다. 즉, 당시 텔레비전 드라마는 재미와 여유를 위한 것이 아닌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된 것이었다.

 

▲드라마 〈질투〉의 한 장면이다. (출처/ MBC)▲ 드라마 〈여로〉의 한 장면이다. (출처/ KBS)
▲드라마 〈질투〉의 한 장면이다. (출처/ MBC)▲ 드라마 〈여로〉의 한 장면이다. (출처/ KBS)

1970년대에는 1960년대보다 더 많은 가정들이 텔레비전을 소유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드라마에 할애하는 시간 또한 점차 늘어나게 됐다. 드라마는 자연적으로 정치적인 내용보다는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춘 내용으로 변화하게 됐지만, 범죄나 빈곤, 살인을 담은 드라마가 여전히 인기를 끌었다. 1972년 KBS에서 방영된 일일 드라마는 일제 강점기의 식민통치와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한 여인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시대극으로, 당시 시청률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로〉는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주었던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작품성이 뛰어난 드라마로 평가받는다.

 

▲ 드라마 〈질투〉의 한 장면이다. (출처/ MBC)
▲ 드라마 〈질투〉의 한 장면이다. (출처/ MBC)

1990년도에는 장기 기획에 따른 드라마의 대규모 제작 경향이 강도를 더해 대형 장편으로까지 이어졌다. 한편으로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신세대 감각의 이른바 ‘트렌디 드라마’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트렌디 드라마는 주인공의 인생관 및 생활양식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의 생각과 패션, 소비 방법에까지 영향을 미친 연속 텔레비전 드라마를 뜻한다. 즉, 이야기 위주의 기존 드라마 형식을 벗어나 젊은 층의 패션이나 취향 등의 생활 방식을 묘사하는 데 비중을 둔 것이다. 1992년 MBC에서 방영된 드라마는 당시 인기있던 드라마 중 하나로 한국 트렌디 드라마의 시초라 불린다. 〈질투〉의 주인공들이 입고 먹고 마시는 생활양식 하나하나는 보기 좋은 영상과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하는 주제로 포장되어 전파를 탔고, 이것이 곧 신세대 중심의 대중 소비 문화로 이어졌다.

 

▲드라마 〈대장금〉 포스터다. (출처/ MBC)
▲드라마 〈대장금〉 포스터다. (출처/ MBC)

2000년대에 들어서 SNS가 성장하고,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더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방영됐던 〈대장금〉과 〈겨울연가〉는 모든 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얻으며, 한류 열풍을 일으켰다. 한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는 방송사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소재와 주제,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각 방송사 간의 경쟁이 더욱 활성화됐다.

 

 

 

▲드라마 〈소년심판〉 포스터다. (출처/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포스터다. (출처/ 넷플릭스)

2000년대 중반, 한국 드라마의 주류 경향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10년 이상 인기를 끌었던, 가난한 여성이 부유한 남성을 만나 결혼에 성공하 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이른바 ‘신데렐라 이야기’의 인기가 저물고, 범죄 추리물과 권력형 비리를 소재로 한 사회 비판적 내용이 담긴 드라마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맞춰 뚜렷한 사회비판적 요소를 보인 대표적인 작품으로 〈소년심판〉을 꼽을 수 있다. 〈소년심판〉은 대한민국 지방법원 판사인 심은석이 여러 소년범죄 사건과 마주하는 과정에서 현재 사회의 현실과 문제점들을 관통하는 내용의 드라마다. 불우한 가정환경 속 학대 혹은 또래집단으로부터의 잔혹한 괴롭힘 등 그들의 범죄적 동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들에 대한 온정적인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불우한 환경이 청소년기 비행의 근본적 원인이 됐다 하더라도, 이야기의 끝에는 마땅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시대가 변화하고 매체가 다양해짐에 따라 드라마는 우리 사회에 꾸준히 물음표를 던지며, 시청자들에게 현 시대에 사회비판적 관점을 제시했다.

 

드라마의 힘

드라마는 방송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상품’으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양한 소재와 형식을 시도함으로써 우리의 지적 충족이나 정서 함양을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가치가 있다. 드라마의 주제와 소재가 무엇이고, 형식과 기법이 무엇이든지 간에 결국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을 둘러싼 환경, 즉 인간과 사회와의 관계를 보여주고 밝혀주는 것, 그것이 ‘우리 삶의 반영’인 것이다. 김 교수는 “드라마는 인간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지만, 이를 극적으로 구성함으로써 인간의 본질을 파헤친다. 이처럼 평범한 이야기를 극적인 구성을 통해 특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요소는, 자의적 요소들을 결합시키고 거기에서 문화의 구성원들이 의미를 발견해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문화적 기능의 힘’이라 할 수 있다”라며 “드라마는 그 사회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문화 요소에서 가장 중추적인 사회 · 문화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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