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이 되어야 했던 청년들 〈10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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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이 되어야 했던 청년들 〈1099호〉
  • 이예은 기자
  • 승인 2022.03.28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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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병든 부모를 돌보지 않고 식사를 챙기지 않아 부모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 문장만 본다면 온 국민이 돌을 던지며 욕할 패륜아이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주변에 돈을 빌려가며 아버지의 병원비를 충당해왔지만 감당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퇴원시키고, 알바로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에서도 틈틈이 아버지를 돌봐야 했다. 도시가스가 끊기고 인터넷도 끊긴 집에서 움직이지 못하는 아버지를 감당해야 하는 건 아들뿐이었다.

아픈 가족의 간병을 책임지는 것은 가족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여겨진다. 가족이라 당연히 감당해야 했던 일이었다. 부모 혹은 조부모 간병과 생계를 동시에 책임지는 청년은 효자, 효녀이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패륜아가 된다. 그러나 부모를 저버린 패륜아가 되지 않으려면 효자, 효녀로는 부족하다. 슈퍼맨이 돼야만 한다. 가족을 돌보는 내내 시간과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을 하느라 가족을 돌볼 수 없는 시간에 간병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고, 가족을 돌보는 동안 생계 걱정을 잠시 미뤄둘 수 있을 정도로 여유있는 청년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영 케어러들이 모두 슈퍼맨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사회가 영 케어러의 시간과 돈을 책임져야 한다. 다행히도 영 케어러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조금은 늦은 만큼, 적극적으로 영케어러를 위한 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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