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도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 대학 내 주요 쟁점은? 〈10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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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도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 대학 내 주요 쟁점은? 〈1099호〉
  • 김한백 기자
  • 승인 2022.03.28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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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소재 혼선과 모호한 의무사항으로, 법적 보완 필요해 ···

중대재해처벌법이란?

지난 2018년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 A 씨가 석탄 이송용 컨베이어 설비 상태를 점검하던 중, 기계에 협착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 씨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작업장 안전과 원청 책임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마련됐고, 같은 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하청노동자 사망사고가 계속되면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도 노동자 안전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이에 산업재해와 중대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노동계와 산업재해 사망자 유가족 및 여러 단체의 거듭된 제정 촉구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은 3년간 국회에서 계류됐다. 결국 산업재해 사망 피해 유가족이 단식 농성을 벌인 끝에 2021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심각한 인명 피해를 주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의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중대재해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분류된다. 중대산업재해는 건설물 · 설비 · 원재료 · 가스 · 증기 · 분진 등과 관련된 산업에서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 제조 · 설치 ·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사망자 1명 이상 발생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다. 중대산업재해는 38명이 목숨을 잃은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와 같은 산업 재해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규정됐고, 중대시민재해는 세월호 사건과 같은 사고로부터 일반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새롭게 정의된 것이다.

▲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응은 엇갈려 ···

노동계 “5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을 위해 적극 나설 것” 경영계 “처벌 공포로 인한 경영차질 우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1월 27일, 법 시행과 관련해 노동계와 경영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은 시행 당일 기자회견을 통해 경영책임자 처벌 강화 및 「중대재 해처벌법」 전면 시행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중대 재해기업처벌법이 오늘에서야 시행된다. 법이 일찍 제정되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노동자, 시민들은 애타게 지켜봐 왔다. 법 시행 이후에도 기업과 대형 로펌의 압박에 밀려 또 다시 꼬리자르기 처벌,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라면서 “엄정한 법 집행을 위해 기업과 로펌의 서류잔치와 형식적 법 논리가 아니라, 현장 노동자들의 살아있는 증언과 참여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좀 더 근본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 대재해기업처벌법 전면 적용, 발주처의 공기단축 강요에 대한 처벌, 인과관계 추정 도입, 부당한 인허가나 감독에 대한 공무원 책임자 처벌 등 핵심 조항을 반영하기 위해 법 개정 투쟁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시행 당일 입장문을 통해 향후 법 적용과 관련한 혼란으로 인해 경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라 밝혔다. 경총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중대재해를 근절하기 위해 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음을 경영계도 적극 공감한다”라면서도 “지금의 중대재해처벌법은 과도한 처벌수준과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의무준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기업조차도 처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당국이 법률의 불명확성을 해소하기보다 중대재해 발생 기업에 대한 엄정수사 기조만을 강조하고 있어, 경영계는 향후 법 적용을 둘러싼 많은 혼란과 이로 인한 심각한 경영차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전했다.

 

대학 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 사례

한편, 대학은 중대재해 중 중대시민재해 처벌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중대산업재해 처벌대상에는 포함된다. 이에 대학에서 일하는 교직원과 공무원이 중대산업 재해를 당해 사망 혹은 중증 장애를 입게 되면 대학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아주대학교 법학 전문대학원 나지원 교수(이하 나 교수)는 “일단 실험실 사고, 대학 내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모두 이론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여야 하며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확보의무를 게을리 한 점이 인정되어야 처벌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대학 내에서 발생한 사고를 각색한 것이다.

건설 현장 붕괴 사고

ㄱ국립대학교는 학생생활관 신축 사업의 부지를 위해 기존 학생생활관을 해체하는 공사를 ㄴ 건설에 맡겼고, ㄴ건설은 다시 ㄷ철거 전문 업체에 하청을 주었다. ㄴ건설이 제출한 철거계획서에 따르면, 건물을 먼저 철거한 후 굴착기를 이용해 잔해물 위로 올라가 굴뚝을 제거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굴뚝 철거 작업을 밑에서 하게 되면 굴뚝이 무너지며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거 작업에서는 약 12m에 달하는 굴뚝에 대한 철거 작업이 가장 먼저 이뤄졌고, 그대로 굴뚝이 무너지면서 굴착기 운전석을 덮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소방관들이 매몰된 굴착기에 갇힌 운전자 A 씨를 구조했지만, 현장에서 숨졌다.

실험실 내 폭발 및 누출 사고

ㄹ사립대학교 내 실험실에서 리튬을 소량씩 물에 반응시켜 폐액을 처리하던 과정에서 물질 반응으로 인해 폭발이 발생했다. 해당 사고로 인해 학생 1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 직후 학생들이 신고를 통해 응급 후속 조치를 시행했다. 사고를 당한 학생은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ㅁ사립대학교 실험실에서 옥시염화인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며 실험자 1명이 부상을 당했다. 실험자가 냉장고에서 시약을 꺼내다가 시약병이 바닥에 떨어져 파손된 것이다. 옥시염화인은 지난 2018년부터 환경부로부터 중점관리물질로 지정됐다. 해당 물질을 흡입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증기를 흡입한 학생은 병원으로 이송돼 향후 치료까지 마쳤다. 두 경우 모두 화학물질정보시스템 사고현황사례에서 사고원인은 안전기준 미준수로 분류됐다.

우리 대학 법학과 안수길 교수는 “위 사례가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한다면,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학교법인의 이사장이, 국립대학의 경우에는 총장이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동법 제4조)를 다하였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도 ‘중대재해처벌법령 FAQ’를 통해 “경영책임자가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제반 의무를 이행하였다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 도 경영책임자가 처벌되지 않는다”라고 명시했다.

위 사례를 보게 되면 ㄹ, ㅁ사립대학교의 경우, 대학 내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나 피해 규모가 경미한 부상이기 때문에「중대재해처벌법」에서 분류하고 있는 중대 재해에는 포함되지 않아 경영책임자가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았다 할지라도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 ㄱ국립대학교의 경우, 대학 내 건설 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분류하는 중대재해에 포함된다. 경영책임자가 의무사항을 이행했는지 여부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 받을 소지가 있다.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혼선 빚어 ···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중대재해처벌 해설서’를 발간하면서 국립대학과 국립대학법인의 경우 총장을 경영책임자라고 봤다. 대학을 대표하며 대학과 법인 업무를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총장에게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사립학교는 학교법인의 이사장을 경영책임자로 규정하면서, 학교법인을 대표하고 내부의 사무를 총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 1월 27일, △KBS △연합뉴스 △한겨레 등 여러 언론사에서는 ‘국립대학 등 교육부 소관의 학교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교육부 장관이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보도 자료를 내며 “교육부 장관은 사업주로서 소관 사업장인 국립대학 총장과 국립특수학교의장을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지정하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 안전 보건교육 실시 등 산업안전보건체제를 구축하여 사업 장을 총괄 · 관리하도록 하였으며,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의무를 이행토록 국립대학 총장협의회, 사무국장 회의 및 담당자 교육을 통해 지도하는 등 산재예방과 안전 및 보건을 유지 ·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보도자료 내용에서 ‘교육부 장관은 사업주로서’라는 대목이 또다시 혼란을 야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관련 사업장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처벌대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결론부터 말하면, 각급 국립대학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교육부 장관이 책임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고용노동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전국에 산재한 국립학교는 각 학교가 독립적인 업무처리 능력을 가진 독립된 사업장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주인 교육부장관이 국립대학 총장을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지정했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있는 독립된 사업장에서 사고가 난다면 그 사고의 책임은 사업주가 아닌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지게 되어 있다”라며 “다만, 사업주로서 관할 사업장에서 사고가 났기 때문에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보건관리책임자와 잘 협의해 노력하겠다’는 정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본지 확인 결과, 고용노동부는 ‘국가가 설립 · 경영하는 국립학교는 교육부 장관의 관할 아래 두고 있으나 장소적 독립, 예산 · 회계상의 독자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전국에 산재한 국립학교는 각 학교가 독립적인 업무처리 능력을 가진 독립된 사업장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다만, 국립대학의 사범대학 또는 교육대학에서 부설하는 각급의 학교는 별도의 독립성이 인정되기 어려우므로 국립대학과 하나의 사업 장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안전보건관리체계 범위와 정도도 불명확해

전문가들은 입법취지에는 공감하나, 현 「중대재해 처벌법」의 법적 모호성에는 우려를 표했다. 나 교수는 “학교 현장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그 방책을 마련할 필요성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의 법 적용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의 불명확성에 있다. 이 법의 시행령이 마련됐으나 아직도 여전히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표현들이 많아 형사처벌을 핵심으로 하는 이 법의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속하는 명확성 위반의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내 표현이 여러 법령 혹은 정부 부처 내에서는 다르게 사용되고 있었다. 「중대 재해처벌법」 의무사항에서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제2장은 ‘안전보건관리체제’라는 용어를, 「산업안전보건 법」 시행령 제4조에서는 ‘산업 안전 및 보건 경영체제’ 라는 용어를, 고용노동부 ‘공공기관의 안전활동 수준평가에 관한 고시’에서는 ‘안전보건체제’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명시된 단어 모두 유사한 의미를 지니지만 서로 다른 표현으로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었다.

나 교수는 “법의 내용만큼이나 정부의 일관된 법집행이 중요성을 가지는데 현재 관련 부처 간의 엇갈린 해석이나 경찰 · 검찰의 처벌지침 간에도 혼선이 있는 점, 정부 내 이러한 문제에 대한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 점도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표준매뉴얼 제정 및 정부의 적극적 지원 필요해

다행인 점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 달간 산업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에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2022년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 법」이 시행된 지난 1월 27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42명(35건)으로 전년 동기 (52명, 52건) 대비 10명 감소했다. 특히, 건설업 분야에서는 사망자수가 전년 동기(30명) 대비 15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영계에서 법 시행 이후 사고 예방에 힘쓰면서 사망자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제조업 분야에서는 사망자수가 전년 동기(13명) 대비 5명 늘어났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산업재해 사망자수가 일정 부분 줄어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의무사항 범위의 불명확성, 표현의 부정확성 등 미비한 부분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나 교수는 “(경영책임자 및 사업주의) 의무이행 수준을 하위 법령이나 표준매뉴얼 제정을 통해 좀 더 구체화 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경우, 관련 법령에 의해 안전보건체계가 마련돼 있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복규 제가 아니라 기존 시스템의 공백을 보완하고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와 대학 재정의 어려움과 경직성을 감안한다면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행 ·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대재해의 예방을 목적으로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작부터 잡음이 많다. 좋은 입법 취지가 달성될 수 있도록 확실한 후속 법안 처리를 통해 더 이상의 잡음을 막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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