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 플렉스 대신 ‘미라클모닝’ 〈10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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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 플렉스 대신 ‘미라클모닝’ 〈1095호〉
  • 이예은 기자
  • 승인 2021.11.14 2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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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성취, 자기계발 즐기는 청년들

 

대학생 A 씨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홈트레이닝 영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 안에서 가볍게 운동하고, 씻고 나와 책을 읽는다. 아침 루틴을 모두 마치면 7시다. SNS로 인증까지 하면 그날의 미라클모닝은 성공이다. 직장인 B 씨도 출근 3시간 전, 한 시간 정도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 운동을 할 때도 있고, 어학 공부를 하기도 한다.

이렇듯 SNS에서 미라클모닝을 인증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작은 목표를 설정해 자기계발과 자신의 시간에 집중하려는 청년층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2030세대가 빠져도 ‘미라클모닝’이 무엇이고, 청년층에서 유행하는 이유를 알아본다.

 

나를 위한 시간, 미라클모닝이란?

미라클모닝은 자기계발과 자신의 규칙적인 루틴을 실행하기 위해, 평소 자신의 일과 시작 시간보다 일찍 기상해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할 엘로드의 책 『미라클모닝』을 시작으로 여러 매체에서 미라클 모닝이 언급됐고, 자기계발에 목표를 둔 2030세대 사이 에서 미라클모닝 챌린지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알바천국에서 8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미라클모닝에 도전해본 경험이 있거나 현재 실천 중인 비율이 28.8%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 각각 30.0%와 35.3%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응답자 중 30대 남성 45.0%가 미라클모닝에 도전 혹은 실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라클모닝의 종류는 다양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미라클모닝 참여자의 44.0%(복수 응답)가 운동을 한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외국어, 자격증 등 공부 (30.6%) △독서(25.2%) △명상(20.9%) △감사일기, 플래너 등 글쓰기(15.5%) △긍정적인 확신의 말 등 확언하기(9.1%) △필사(6.9%) 등 다양한 활동이 집계됐다. 또한 『미라클모닝』의 저자 할 엘로드는, 미라클모닝은 100% 맞춤형으로 꼭 새벽 4시부터 일어날 필요는 없으며 정해진 시간 동안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원하는 만큼,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유튜브 채널에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비결을 담은 영상을 올려 미라클모닝 열풍을 일으킨 김유진 변호사 또한 미라클모닝의 핵심을 ‘내가 주도하는 시간’임을 강조한다. 성공하기 위한 자기계발이 아닌, 타인의 방해 없이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바쁜 일상 때문에 놓치고 있던 자신의 가치들을 찾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즉,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써 자신만의 시간,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미라클모닝의 핵심이다.

 

코로나블루로 인한 미라클모닝의 대두

최근 청년층 사이에서 ‘리추얼(Ritual)’과 ‘루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리추얼은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 · 의례를 뜻하는 단어로, 의지를 바탕으로 루틴을 만들어 꾸준히 실천하는 의미로 확장됐다. 또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선정한 ‘2022년 10대 트렌드’ 중 ‘바른생활 루틴이’가 포함됐다. ‘바른생활 루틴이’는 스스로 정한 루틴을 실천하려 노력하는 2030세대의 새로운 문화를 보여주는 단어다. 이처럼 미라클모닝 등 자기계발을 중시하는 경향이 청년층 사이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MZ세대는 이러한 리추얼 문화의 일종으로 미라클모닝에 도전하기도 하고, 부담 없이 실행할 수 있는 루틴을 찾기 시작했다. 미라클모닝이 본격적으로 2030세대 사이에서 주목받은 것은 2020년부터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무너진 이후 무력감을 느끼고, 규칙적인 생활이 망가져 미라클모닝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4월과 6월, 9월 3회에 걸쳐 전국 성인남녀 5,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코로나 블루를 겪었다’라는 응답이 각각 54.7%, 69.2%, 71.6%로 나타났다. 우울감 수치(100점 만점)도 시간이 갈수록 높아졌으며, 응답자 상당수가 ‘무기력함을 느꼈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지속 되면서 생기는 무기력감이 상당했다. 전문가들은 자기 계발이 우울증,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의 불안정성이 커질 때마다 위기감을 느끼는 개인들 사이에서 자기계발에 나서는 현상이 나타난다”라며 “자기계발은 일종의 ‘자기돌봄(셀프 케어)’으로, 통제 불가능한 사회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은 성과를 계속 이뤄가는 것은 자기효능감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라고 덧붙였다.

미라클모닝 참여자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 미라클모닝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6개월째 미라클모닝에 도전하고 있는 대학생 A 씨는 “코로나19가 심해져 집에서 누워있는 시간이 길었다. 밖을 안 나가다 보니 자꾸 무기력해지고 온라인 강의도 제대로 듣지 못했었다”라며 “중간고사 이후 다시 규칙적으로 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미라클모닝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미라클모닝을 성공한 하루는 괜히 뿌듯한 마음이 들어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고, 시간도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라며 미라클모닝을 실천하는 이유를 꼽았다.

 

작은 성취, 자기계발 찾는 청년들

앞서 이야기했듯, 미라클모닝은 ‘성공만을 위해’ 실행하는 것은 아니다. MZ세대는 자기계발을 통한 성장과 만족을 중요한 가치로 꼽는다. 온라인클래스 서비스 베어유에서 20세~29세 남녀 1,6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MZ세대의 자기계발’에 대한 설문 결과, 일주일 평균 자기계발 시간은 5.3시간이었다. 그중 3~5시간이 39.5%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6~8시간이 30%에 달했다.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자기계발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청년층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발표한 「MZ세대의 여가 생활과 자기개발 트렌드」에 따르면 응답자의 72.2%가 ‘사소한 성취도 내 삶에 큰 의미가 된다’라고 응답했으며 ‘자 기계발이 꼭 대단한 목표를 가질 필요는 없다(65.8%)’라는 인식도 높게 나타났다. 이외에도 응답자들은 ‘자기계발이라고 생각하는 활동’으로 공부(76.7%)나 건강 관리(72.2%)를 비롯해 △취미(68.4%) △정신건강관리 (59.3%) △외모관리(56.2%) △인간관계관리(48.8%) △재무관리(43.6%)를 꼽았다.

이처럼 청년 세대의 자기계발은 공부나 지식 축적의 의미에서 확장돼 더 가볍고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SNS 인증에 습관형성 앱까지...미라클모닝의 동기 부여

자기계발 산업 성장세에 발맞춰 미라클모닝 관련 상품이 나오기도 했다. 신라스테이 삼성은 ‘미라클모닝 패키지’를 통해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파크 하얏트 부산 호텔 또한 건강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미라클모닝 패키지’ 상품을 선보여 자기계발 시장을 겨냥했다.

미라클모닝은 주로 SNS에 인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상 시간과 한 일을 사진으로 찍어 기록을 남기는 것이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 ‘#미라클모닝’ 게시물은 58만 건 이상 검색된다. 그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아침 본인의 미라클모닝 성공을 꾸준히 인증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다른 방식으로는 습관형성 앱이 있다. 습관형성 앱은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하루 목표를 설정 하고 서로에게 인증하는 앱이다. 원하는 챌린지에 참여해 자발적으로 돈을 걸어 챌린지 성공을 더욱 독려하기도 한다. 이러한 습관형성 앱 이용자도 증가 추세이다. 챌린저스, 루티너리 등의 습관형성 앱은 5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으며, 챌린저스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거래액이 814억 원에 달해 2019년(240억 원) 대비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외에도 미라클모닝 오픈 채팅방을 통해서도 서로를 독려하며 미라클모닝을 인증하는 모습 또한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미라클모닝을 SNS 혹은 누군가에게 인증하는 행위는 ‘공개선언효과’로 인해 성취에 더욱 효과적이다. 공개선언효과란 심리학자 스티븐 헤이스가 실험을 통해 입증한 이론으로, 사람들이 말이나 글로 자신의 생각을 공개하면 그 생각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경향을 뜻한다. 즉, 자신의 목표를 공개적으로 SNS나 타인에게 공유하면 실행을 강화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는 이러한 행동이 ‘선언효과와 집단 심리’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표를 선언하면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목표 달성에 추진력을 얻게 되는 효과가 있다”라며 “나와 같은 챌린지를 하는 집단을 찾고 그 속에서 소속감을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SNS 공유를 비롯한 다양한 인증 방식은 공개선언효과로 인해 서로를 독려하고 감시하는 역할이 가능해 목표 성취를 돕는다는 것이다.

▲SNS를 통해 미라클모닝을 인증한다.
▲SNS를 통해 미라클모닝을 인증한다.

 

미라클모닝 직접 도전해보니…

본지 C 기자가 직접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총 6일간 미라클모닝에 도전해봤다. C 기자의 평소 기상시간은 9~10시 사이였으며, 6~7시 기상을 목표로 챌린저스 앱을 통해 인증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일어나서 실행한 루틴은 독서였다.

미라클모닝을 하면서 평소 기상시간보다 2~3시간 일찍 일어났음에도 피곤하기보다는 예상외로 개운했다. 평소보다 아침 시간을 여유 있게 쓸 수 있다는 점과 조용히 책 읽을 시간을 가져 만족스러웠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자게 되는 것도 장점이었다. 6일간의 미라클 모닝 동안 열심히 산 것 같은 뿌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미라클모닝에 실패한 날은 종일 아쉬움이 남았고 미라클모닝이 익숙해진 것은 아니어서 오후에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다. 미라클모닝은 꾸준히 실천할 경우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듯싶었다.

▲본지 C 기자가 참여한 챌린저스 앱의 미라클모닝 인증사진 이다.
▲본지 C 기자가 참여한 챌린저스 앱의 미라클모닝 인증사진 이다.

 

미라클모닝만이 정답은 아냐…

다만, 미라클모닝을 통한 성취와 만족감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반응도 존재한다. SNS 인증은 나에게 집중하고자 하는 미라클모닝의 초기 목적에서 벗어나 남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미라클모닝 실패가 오히려 큰 압박감과 자괴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실제로 A 씨는 “미라클모닝이 주는 성취감이 큰 만큼 성공하지 못한날 더 크게 자책하기도 한다. 인증하지 못한 것이 창피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때 이후로 인증보다는 혼자 미라클모닝에 도전하면서 나에게만 집중하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자신의 수면시간을 무리하게 조정하다 건강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경고한다. 신원철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매경헬스』 와의 인터뷰에서 “저녁형 인간이라고도 불리는 올빼미형 인간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 패턴이 선천적 으로 결정되어있다. 따라서 아무리 노력해도 아침형 인간으로 생활 패턴 변경은 어렵다. 올빼미형 인간이 미라 클모닝을 위해 무리하게 생활 패턴을 변경하면 심각한 수면부족과 졸음에 시달리고 불규칙한 수면 리듬이 형성될 위험이 있다”라고 조언했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각각 다르듯 각자의 수면 리듬에 맞는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라클모닝은 수면시간을 줄여 실천하기 보다는 충분한 수면을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라클모닝은 힐링과 멘탈케어도 자기계발이라고 여기는 청년세대의 자기계발과 성장에 대한 욕구를 보여 주는 새로운 흐름이다.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원하는 만큼,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소한 루틴을 설정해 부담 없이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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