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에 대하여 (On bullshit)』 〈10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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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대하여 (On bullshit)』 〈1093호〉
  • 강정구(정외 20) 학우
  • 승인 2021.10.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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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정외 20) 학우
강정구(정외 20) 학우

며칠 전 서점에 갔는데 강렬한 제목의 책이 우연히 눈에 띄었다. 해리 G. 프랭크퍼트의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이 라는 책이었다. 불싯(Bullshit)은 우리말로 개소리라고 옮겨지는 비속어로 영어권에서 흔히 사용되는 표현 중 하나이다.

이 책의 저자인 프랭크퍼트 박사는 거짓말보다 위험한 것은 개소리라고 주장한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적어도 자신의 말이 진리인 것처럼 포장하기 위해서라도 진리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보여주는데 반해, 개소리를 하는 사람은 자기 말이 진리든 거짓이든 개의치 않기 때문이다. 즉, 개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말의 진리값(truth value) 에는 관심이 없으며 자신들의 숨은 의도를 관철시키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집권 여당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언론에 족쇄를 채우기 위한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그동안 야당의 반대에도 언론중재법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고 했다. 개정안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 등 여러 독소조항이 있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상당한 우려가 존재한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9월 29일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철회하며 정기국회 내 처리가 사실상 무산되었다.

과거 군부독재에 항거하며 민주화에 앞장섰던 이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민주주의를 외치며 집권한 정부여당이 조국 사태 이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부터 ‘언자완박’(언론 자유 완전 박탈)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이요 타협과 설득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국내외 언론기관들은 물론, 시민사회와 전문가들, UN과 심지 어는 민주당의 원로 정치인들 역시 ‘언론재갈법’이라며 큰 우려를 표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던 거대 여당의 행태에서 필자는 공포와 연민의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견제받지 않고 분산되지 않은 권력이 반드시 부패로 귀결된다는 것은 역사가 알려 주는 법칙이다. 혹자는 지금이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을 완수할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반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독재자 히틀러가 했던 개소리를 하나 소개하며 글을 마치 고자 한다. “우리는 신이 정한 사명을 완수 하기 위해 선택된 사람들이다.”

헌법 질서인 자유의 가치를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민주당의 일련의 시도들에 대해 더 이상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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