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트렌드 관찰기] 타임빌라스, 오프라인 채널의 생존전략은? 〈1093호〉
상태바
[석혜탁의 트렌드 관찰기] 타임빌라스, 오프라인 채널의 생존전략은? 〈1093호〉
  • 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11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sbizconomy@daum.net
석혜탁 경영 칼럼니스트 sbizconomy@daum.net

 

요즘 SNS에 사진이 많이 보이는 아웃렛이 있다. 지난 9월에 경기도 의왕시에 문을 연 타임빌라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채널의 신규 출점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오픈과 동시에 마음껏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곳이다. 롯데의 스물두 번째 아웃렛이면서, 프리미엄 아웃렛으로는 여섯 번째다. 타임빌라스는 이전 20여 개의 롯데아웃렛과는 분명 차별화된다. 의왕시까지 차를 타고 가서 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하는 이유다.

이번 칼럼에서는 타임빌라스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 공간의 생존전략에 대해 생각해보자. 이색 MD나 친환경적인 내부 디자인 등 기존에 나와 있는 대개의 분석과는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를 먼저 하려 한다.

필자는 롯데라는 무거운 타이틀에 매몰되지 않았던 것이 타임빌라스의 성공 동인이라고 생각한다. 롯데그룹은 국내 유통의 명실상부한 선두 주자이다. 백화점, 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복합쇼핑몰, 호텔, 면세점, 가전양판점, 홈쇼핑, H&B스토어 등 사실상 모든 종류의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식품, 음료, 주류, 외식 등 먹거리는 물론 패션 분야에서도 무시 못 할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런 롯데가 타임빌라스 개점을 준비하면서 유통 명가의 자존심을 살짝 내려놓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영업 노하우와 마케팅 역량이 사라지지는 않을 터이다.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겠다는 집념으로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아웃렛을 선보였다. 롯데가 그동안 익혀왔던 오프라인 유통 공식에 스스로를 유폐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았던 것이 주효했다.

내로라하는 유통 전문가들이 잔뜩 포진해 있는 유통 공룡롯데는 종로구 익선동을 MZ세대의 명소로 바꿔놓은 스타트업 글로우서울에 공간 컨설팅을 의뢰했다. 글로우서울의 제안에 따르면, 기존 설계에 비해 영업 면적은 반으로 줄고 건축비는 갑절이 되었다. 롯데쇼핑 내에서 반발도 적지 않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롯데와 글로우서울이 손잡고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 바로 최근 화제를 몰고 있는 글라스 빌(Glass Ville)’이다. 통유리 건축물로 구성된 이색 공간이다. 글라스 빌에 위치한 통유리 건물들은 형태와 높이가 다 다르다. 제각기 고유한 형태를 띠고 있는 점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10개 건물의 외양이 다 똑같았으면, 보는 재미가 분명 반감되었을 것이다. 바라산을 배경으로 들어선 이 유리 건축물은 그 자체로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하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할 수 있는 (-able)의 합성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의미의 신조어 (편집자 주)

 

MD 측면에서도 빽빽하게 브랜드 매장을 욱여넣는 것이 아닌, 자연과의 조화를 무엇보다 우선시했다. 의왕시는 전체 면적의 8할 이상이 녹지인 생태 휴양도시인데, 이런 특성에 부응한다는 차원도 고려됐다. 고객들은 잔디광장 위에 돗자리를 깔고 편안히 누워 400미터가 넘는 바라산 자락을 눈에 담는다.

 

아울러 웰컴광장에 위치한 스타벅스가 인상적이다. 롯데 점포에 경쟁사인 신세계의 스타벅스가 들어오다니! 게다가 이렇게 좋은 자리에 스타벅스의 입점이 이뤄진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롯데보다 타임빌라스에 강조점을 두었다. 아웃렛 곳곳에는 롯데라는 글자를 내세우기보다는 타임빌라스라는 브랜드로 승부를 보려는 노력이 감지됐다. 타임빌라스의 폰트로만 구성된 표지물이 많았다. 그동안 롯데는 롯데라는 단어를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롯데몰과 스타필드, 롯데온과 SSG닷컴. 후자는 모두 신세계 계열인데 다양한 네이밍을 활용한 반면, 롯데는 롯데와 늘 함께 했다. 그나마 용기를 냈다 해도 엘(L)자를 붙였다. 가령 엘포인트처럼.

 

이외에도 개폐형 천장을 통해 날씨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환경을 조성한 것, 펫팸족*과 아이 동반 가족 고객을 세심히 배려한 공간 구성, 식물원의 느낌을 줄 정도로 아웃렛 내부 곳곳을 푸르르게 디자인한 점 등 타임빌라스가 가진 장점을 무수히 많다. 롯데뿐 아니라 전통의 유통 강자들도 그동안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내려놓고, 고객들에게 희유한 체험의 기회를 선사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공간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새로움에 목마르다.

 

*펫팸족: 펫팸족은 반려동물(pet_과 가족(family)의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편집자 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