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 FLEX! 〈1088호(종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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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 FLEX! 〈1088호(종강호)〉
  • 손정우 기자
  • 승인 2021.06.07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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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Z세대에서 식품과 생활용품에는 돈을 아끼고 명품이나 프리미엄 가전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자린고비 FLEX(이하 플렉스)가 유행이다. 명품 시장에서는 20대가 새로운 주 소비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프리미엄 가전에서 20대는 이미 큰 손이다. 이런 상황을 대변하듯 플렉스를 주제로 한 곡이 음원 차트에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도대체 MZ세대가 빠져버린 플렉스는 무엇이고 어떻게 시작됐을까? 본지와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요즘 MZ세대는 이렇게 사요~

대학생 A 씨는 최근 알바비를 모두 탕진했다. 고가의 시계를 샀기 때문이다. A 씨는 시계를 산 후 SNS에 시계 사진을 올리면서 ‘드디어 FLEX 했다’ 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A 씨의 지인들은 ‘부럽다’, ‘나도 조만간 FLEX 하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A 씨는 통장이 ‘텅장’이 됐고, 당분간 돈을 아껴야겠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위의 사례는 최근 MZ세대에서 유행하는 소비 트렌드인 ‘플렉스’를 경험한 한 대학생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다. 플렉스는 원래 ‘몸을 풀다’라는 뜻이지만 미국 힙합 문화의 영향으로 ‘부와 귀중품을 자랑하는 것’이라는 의미로도 사용하게 됐다. MZ세대가 플렉스하는 주 품목으로는 △지갑 △시계 △의류 및 신발 등이 있다. MZ세대는 어떤 이유로 플렉스를 하는 걸까?

 

FLEX 열풍, 경제 상황에 영향받아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 외 8명이 집필한 『트렌드 코리아 2020』에 따르면 MZ세대의 플렉스 특징은 자린고비 플렉스라 한다. 경제적 여유가 상대 적으로 적은 MZ세대의 경우 생활용품 같은 반복 소비 물품에 대해선 적은 돈을 들이면서도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작은 사치품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이중적 행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자린고비 플렉스는 예를 들자면 이렇다. 끼니를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고 생활용품은 마트에서 할인할 때 구매하 지만 명품 시계나 운동화 등 고가의 물건은 스스럼없이 고르는 것이다.

▲MZ세대는 생활용품과 식품에 대한 지출은 줄이고 패션 · 뷰티(명품) 등의 상품에는 큰 지출을 하는 경향이 다른 세대와 비교해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출처/ 이베이코리아)
▲MZ세대는 생활용품과 식품에 대한 지출은 줄이고 패션 · 뷰티(명품) 등의 상품에는 큰 지출을 하는 경향이 다른 세대와 비교해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출처/ 이베이코리아)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유통사인 이베이코리아는 옥션 방문 고객 1,915명을 대상으로 ‘2020년 소비심리 및 소비계획’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플렉스 성향이 강한 10대와 20대는 ‘가장 지출이 높을 것이라 예상하는 품목’으로 패션 · 뷰티(명품)를 선택했으나, 생활 용품과 식품에 대해서는 지출을 줄일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현상은 경제 상황이 안 좋을수록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해 상명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준영 교수(이하 이 교수)는 “저성장 불황기에 소비 여력이 줄어든 소비자들은 역설적으로 자신만의 작은 사치를 위한 경제적 여력을 남겨둔다”라며 “프리미엄이나 럭셔리 상품을 소비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가치 소비’가 유행해 사회적으로는 ‘소비의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소비할 수 있는 돈이 적은 상태에서 돈을 아껴서 플렉스한다는 것이다.

한편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여준상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불황 시기에 사람들은 침체가 된 기분을 고조시키기 위해 과시적 성격이 강한 상징적인 상품을 원하게 된다”라며 “극단적인 베블런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자린고비 플렉스는 경제 불황 시기에 사람들의 심리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자린고비 플렉스를 한 박준영(22) 씨는 “평상시 돈을 잘 쓰는 성격은 아니지만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실직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라며 “그래서 기분 전환할 겸 모아둔 돈으로 플렉스(시계 구입)를 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베블런 효과 : 가격이 오르는데도 일부 계층의 과시욕이나 허영심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 현상
 

코로나19 상황에도 플렉스 현상은 나타나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기에도 MZ세대의 플렉스 현상은 계속됐다. 코로나19 때문에 플렉스를 시작했다는 직장인 배모(22) 씨는 “원래 해외여행 가는 것을 좋아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해외여행을) 못 가게 돼서 호캉스*로 대신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움츠렸던 소비심리가 ‘보복성 소비’로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국내여행 또는 호캉스를 선택하는 이가 증가한 것이 그 예시다. 특히 호캉스의 경우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된 MZ세대의 플렉스 현상이 나타나는 휴가 문화였는데, 코로나19 이후 더욱 늘어났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를 대변하듯 카카오메이커스가 지난 4월까지 판매한 국내 호텔 숙박 건수는 지난해 9월~12월 대비 약 19배 급증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 교수는 “아무래도 돈을 많이 써야 하는 부분이 아꼈던 부분을 일종의 보상 심리 즉 보복성 소비가 작용 되면서 소비를 미뤄 왔던 관심 있는 상품의 구매로 이어진 것”이라며 “억눌려 있던 소비 욕구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분출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호캉스 : 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로 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를 의미한다.

 

과시? 자기만족? 유명인 모방?

20대가 플렉스를 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또래를 대상으로 한 과시 심리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SNS 등을 통해 퍼지는 유명 연예인들의 명품사랑도 플렉스 소비를 증가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한 Z세대는 자신들의 불안감을 과시욕으로 해소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라면서 “연예인을 따라 하고자 하는 모방 심리도 작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학생 신모(22) 씨는 “SNS에서 한 유명인이 플렉스를 인증하는 게시물을 보고 플렉스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만약 돈만 생긴다면 나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라고 말했다. 유명 연예인을 보고 플렉스를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는 것이다.

 

쉽게 플렉스하기 좋은 환경도 구성돼

카카오커머스(대표 홍은택)는 지난해 2월 10일, ‘카카오톡 선물하기’ 홈에 ‘명품 선물’ 테마를 신설하고 프리미엄 선물 제품군을 확대했다. 지난 2019년 8월 명품 화장품 테마를 신설한 데 이어 △지갑 △핸드백 △쥬얼리 영역을 추가해 상품군을 확대한 것이다. 카카오커머스에서는 지난달 24일 기준, 100여 개 브랜드의 제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지속해서 입점 브랜드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지난 2019년 카카오톡 선물하기 내 명품 잡화 상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표는 지난해 12월 카카오 3분기 실적발표에서 공개된 카카오커머스의 선물하기 명품 거래액 증가 추이다. (출처/ 교보증권)
▲표는 지난해 12월 카카오 3분기 실적발표에서 공개된 카카오커머스의 선물하기 명품 거래액 증가 추이다. (출처/ 교보증권)

카카오커머스 관계자는 지난해 2월 보도자료를 통해 “프리미엄 선물 제품군에 대한 이용자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고려해 명품 테마를 신설했다” 라며 “앞으로 다가올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성년의 날 등 특별한 시즌을 대비해 다양한 영역의 테마를 추천하고, 선물하는 기회를 만들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중고 명품 거래 시장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은 당근 마켓, 번개 장터 등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구매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고 명품 거래 시장은 지난 2012년 1조 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7조 원까지 7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명품 구매 플랫폼이 형성된 것이 명품 소비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M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온라인 플랫폼 이용에 익숙하기 때문에 명품 구매의 접근성이 이전보다 원활해진 측면이 있다”라며 “명품 구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렉스 소비가 늘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MZ세대는 플렉스에 이끌리고 있었다. 본인의 지출 능력을 넘어서는 과소비는 지양해야겠지만 적절한 선에서의 플렉스는 자신에게 주는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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