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민의 하버드씽킹] 대화 방법에 대한 하버드씽킹 〈1088호(종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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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민의 하버드씽킹] 대화 방법에 대한 하버드씽킹 〈1088호(종강호)〉
  • 장기민
  • 승인 2021.06.07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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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shoeface@daum.net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shoeface@daum.net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산업 구조가 달라졌음은 물론, 이제는 대화 방식 또한 점차 변하고 있는 추세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규슈 지역 구마모토현에서는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청춘 남녀가 맞선을 보는 이벤트가 진행됐다고 한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영향 때문에 생겨난 일시적인 행사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은 심각할 정도로 감소하고 있는 일본의 출산율에 대한 일종의 대책이다. 남녀 간의 만남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서로 대면해 대화를 나누고 충분한 교감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 과정을 특색 있는 드라이브스루로 진행해 주목도를 높인 것이다. 악조건 속에서도 인간은 어떻게든 대화의 결과를 완성해냈다.

그동안 국가가 국민 개개인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은 주로 관련 서면이 담긴 우편물을 통해 이뤄졌다. 내야 할 세금이 있으면 고지서를 발송하고, 그 외 다양한 내용의 전달을 우편물에 담아 국민에게 보내곤 했다. 하지만 20대 젊은 공무원인 국세청 안태훈 조사관은 세금 환급과 관련된 고지서를 우편물이 아닌 카카오톡으로 발송하자는 아이디어를 내 세금 24억 원을 절감해냈다. 이로써 안태훈 조사관은 지난해 3분기 국세청 적극행정 최우수 공무원으로 선정됐다. 국가와 국민 사이 대화 방법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국가의 경제적 이득까지 창출해낸 셈이다.

롯데칠성음료의 생수 브랜드인 ‘아이시스’는 기존 투명 PET병을 감싸는 비닐 라벨지를 부착하는 방식이 아닌, PET 자체에 제품명을 음각으로 새겨 넣는 방식인 ‘아이시스 ECO’를 선보였다. 이를 통해 분리수거를 돕고 비닐 배출 량을 효과적으로 줄인 결과를 얻게 됐다. 아이시스 ECO는 지난해에만 1,000만 개가 넘게 팔리는 기염을 토해내며, 30~40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새로운 제품의 디자인을 통해 기업이 추구하는 경영 철학을 소비자 에게 정확히 전달한 것이다. 디자인 변화로 기업과 소비자 간 대화 방법은 물론 대화 내용까지 달라진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된 구글은 직원 중 86% 이상이 회사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할 정도로 사명감과 자부심이 높은 회사다. 구글의 한 인사책임자는 “업무의 속도보다 글로벌 기업이 지켜야 할 윤리와 책임”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회사의 윤리성을 자랑하고 다녔다. 하지만 구글은 회사 에서의 성희롱 및 비윤리적 경영 행태를 비판하는 직원이 생기자, 그를 감시하고 인사 보복을 감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 사건을 통해 구글 내에서 노조가 결성되기에 이른 다. 회사와 직원 사이의 대화 방법이 내부 고발자 한 명으로 인해 뒤틀리게 된 것이다.

올해 발행된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는 내부 고발자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짤막한 기사가 나온다. 지난 2019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위반자를 색출하는 데 도움을 준 내부 고발자 8명에게 약 6,000만 달러를 지급하는 등, 올바른 정보 제공에 현금으로 포상하는 규제집행 프로그램을 선보인 바 있다. 기업 내 대부분의 직원은 보복이 두려워서 회사와의 민감한 문제에 대한 대화를 나누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내부 고발자 가운데 약 80%가 해고, 괴롭힘, 위협, 강등을 당했다는 기록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기업 내 새로 영입된 리더가 그 전 조직에서 취하던 대화 방법을 답습해 새 직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례를 제시한다. 또한, 새로 옮긴 직장이 자유분방했던 이전 직장과는 다르게 엄격하고 경직된 분위기여서, 새로운 대화 방법에 적응하느라 애를 쓰는 모습도 소개한다. 이처럼 기업과 유능한 인재 간의 대화 방법도 정형화된 해답 없이 서로 다른 문화에 조금씩 맞춰가는 과정으로 그려지고 있다.

인간은 어떻게든 대화를 하며 지낸다. 비대면 문화의 확장으로 온라인과 SNS를 통해 서로 간의 소통이 이뤄지고 있을지라도, 이 역시 분명 대화의 일부다. 기업이 출시하는 제품의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는 기업의 철학과 대화를 나누고 있고, 공간 디자인과 교감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먼 거리로 이동을 하면서까지 고급 호텔, 유명카페 등의 특정 공간을 방문한다. 모든 것은 서로 관계 맺고 있으며 이처럼 작은 단위로 이뤄지는 소소한 디자인까지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한 행위임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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