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의 허구성은 인정되어야 하는가? 〈10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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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의 허구성은 인정되어야 하는가? 〈1084호〉
  • 김수룡(사학 19) 학우
  • 승인 2021.04.0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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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6일, SBS의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영 2회 만에 조기 폐지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필자는 마지막으로 시청했던 드라마가 ‘왕가네 식구들’과 ‘왔다! 장보리’일 정도로 드라마에 무지하지만, 조선구마 사의 역사 고증과 동북공정 논란에 관한 얘기는 알았을 정도니 조선구마사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얼마나 거셌을지를 짐작할 수있었다.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 문제가 지적받게 되면서, 사극의 허구성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본래 사극은 ‘역사에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만든 작품’을 뜻하는데, 어떻게 작가가 마음대로 허구의 이야기를 적용하여 역사를 왜곡하냐는 논지다. 그러나 필자는 ‘사극에 허구성이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사극은 오직 공익만을 추구하는 다큐멘 터리가 아닌 상업적 이익을 추구하는 상품 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완벽한 역사 고증을 위해 모든 사극의 남자 주인공은 수염이 덥수룩해야 하며, 여자 주인공은 실외에서 장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길거리에는 배설물이 가득해야 한다면 과연 상업성을 보장받을 수 있을 까? 또한 사극은 창작물이자 예술 작품이기에, 작가는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당연히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사극의 허구성이 허용된다고 해서 마냥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사극의 허구성은 적어도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을 왜곡하지 않으며, 역사의 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만 적용되어야 할것이다. 사극은 어디까지나 방송의 한 갈래로서, 교육적 기능 등의 순기능을 전해야할 의무가 있다. 또한 사극이 청소년과 외국인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기에 이들에게 한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지 않을 필요도 있다. 만약 작가가 생각한 사극의 내용이 너무나도 허구성이 짙다면, 아예 실존 인물을 언급하지 말고 가상의 시대를 설정하는 것도 해결책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첨언하자면, 필자가 생각하 기에 사극의 허구성을 논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역사 교육이 가진 문제점을 돌아보는 것이다. 과도한 영웅주의적 사관, 비판을 허락하지 않는 국수주의적 역사의식, 자국을 비하하는 식민 사관, 수십 년째 이어져 오는 암기 위주의 천편일률적인 교육 체제… 이러한 수많은 문제점을 고칠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그저 사극이 대중에게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사극이 대중에게 인기가 많으니까 너희가 올바른 역사를 추구해라!”라고 말하는 역사학계의 태도는 그야말로 어불성설이 아닌가!

김수룡(사학 19) 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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