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한 가족 형태, 서로 부양하면서 살면 가족 아닌가요? 〈1083호〉
상태바
변화한 가족 형태, 서로 부양하면서 살면 가족 아닌가요? 〈1083호〉
  • 김태민 기자
  • 승인 2021.03.15 0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꼭 결혼해야만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가족’은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을 말한다. 현행 「민법」 제779조에서도 가족의 범위를 기본적으로 자기를 중심으로 △배우자 △형제자매 △직계혈족(부모와 자녀)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결혼을 빼놓고선 법적인 가족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가족정책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가족의 모습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사회적 인식도 바뀌고 있다. 그러면서 가족정책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꼭 결혼해야만 가족이 될 수 있을까? 본지가 알아봤다.

 

가족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다고?
  지난 10년간 새로운 가족의 형태인 1인 가구는 빠르게 늘어났다. 2010년 23.9%에서 2019년 30.2%로 증가한 수치다. 반면, 전형적인 가족으로 인식됐던 ‘부부와 미혼 자녀’ 가구의 비중은 크게 줄어들었다. 부부와 미혼 자녀 가구는 2010년 37.0%에서 2019년 29.8%로 꾸준히 감소해 2019년에는 1인 가구 비율보다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가족의 모습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통계 청이 발표한 ‘장래가구추계’에 따르면 1인 가구는 2017 년 기준 558만 3,000명에서 2047년 832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같은 기간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과 함께 사는 규모는 30만 7,000가구에서 37만 1,000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가 총 1,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60.1%가 법적인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이나 비혼 동거까지 확장하는 데에 찬성했다. 또, 중복 체크를 허용했을 때 △애정 관계가 아니더라도 ‘생애와 주거를 공유하는 관계(67.5%)’나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38.2%)’라면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답변하 기도 했다. 이제는 법률상의 낡고 경직된 가족관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계를 가족의 형태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 남녀 10명 중 6명 "결혼 않고 동거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통계청이 전국 만 13세 이상 약 3만 8,000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응답자의 59.7%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45.9% △2014년 46.6% △2016년 48.0% △ 2018년 56.4%로 증가하다 지난해 59.7%로 더 늘어난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30.7%로 드러났다. 이 역시도 △2012년 22.4% △2014년 22.5% △2016년 24.2% △2018년 30.3% 로 증가하다가 지난해 더 늘었다. 전통적으로 가족끼리만 해왔던 동거와 출산이 이제는 더 이상 결혼을 기반으로 한 가족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출처: 통계청, ‘2020년 사회조사 결과’
출처: 통계청, ‘2020년 사회조사 결과’

 

가족으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그들

  이처럼 가족의 모습과 인식은 변화하고 있지만, 새로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 새로운 가족의 형태인 비혼 동거와 같은 가족형태는 여전히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야말로 법 밖의 가족이다. 때문에 이들이 동거인으로서 함께 사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함께 사는 데에는 어떤 어려움이 따를까?

  이들이 함께 살 집을 구한다고 가정해보자. 공공임 대나 공공 분양주택은 들어갈 수 없다. 결혼을 하지 않아 법률상으로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주택청약 우선순위에서도 밀려난다. 전세계약의 경우에도 여러 명이 공동명의로 전세계약을 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하물며 가족 관계가 아닌 동거인이 공동으로 계약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집주인의 입장에서도 관계자가 많아지면 권리 관계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이를 꺼리게 된다. 때문에 함께 살 마땅한 집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함께 살 수 있는 마땅한 집을 찾았다고 해도 더 큰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자금마련이다. 보통은 전세자금대 출과 같은 대출 상품을 이용해 금리 등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중소기업 청년 전세자금대출 △버팀목 전세대출 △한국주택금융공사 행복전세대출 등 정책적 혜택이 있는 전세자금 대출은 받을 수 없다. 이런 정책들이 부부나 한 집에 한명만 대출을 받을 것을 가정하고 만들어진 정책이기 때문이다. 만약 둘이 같이 산다고 가정했을 때, 두 명이 살기 적당한 집을 구하려면 둘 몫의 소득에 기반해 두 사람 명의의 대출을 받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두 사람 명의의 대출을 받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혼자 대출을 받아서 자금을 마련해야한다. 혼자 대출을 받아서는 자금도 부족하고, 이를 공평하게 부담하 기도 어렵다. 최근 서울시에서 혼자 거주하는 청년 1인 가구뿐만 아니라 형제 · 자매나 동거인이 있는 경우도 청년월세대출을 신청할 수 있게 했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출 상품은 여전히 동거인과 함께 공동 명의로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보험 가입 시에도 할인 조건은 없다. 보험 가입 시 가족이 아닌 사람을 수혜자로 하게 되면 보험료가 크게 인상돼 보험 가입도 어렵다. 한 명이 쓰러져 응급실에 갔을 때 수술 동의서에 사인을 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환자의 상태조차도 알 권리가 없다. 서로 부양하고 안전망 역할을 하더라도 법적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과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받는 이들의 차이는 ‘결혼’ 뿐이다.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삶을 택했지만 법적,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 변화를 수용하는 사회로

  이처럼 제도 밖의 가족들이 점차 늘어나자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1일, 2021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가족 유형 다양화에 따른 차별을 없애기 위해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이하 계획안)’ 을 통해 현행법에 명시되어 있는 가족의 개념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민법 제779조와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에 의거해 혼인과 혈연, 입양으로 맺어진 관계만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법률을 개정해 결혼 제도 밖에 있는 다양한 가족들까지 법률상 가족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는 계획안을 통해 “가족 개념이 전통적인 혼인 · 혈연 중심에서 확장되고 있고 비혼 · 출산 등 가족 형성의 다양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라며 지난해 설문에서 ‘혼인 · 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 이라는 데 동의한 비율이 69.7%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 정영애 장관은 보도 자료를 통해 “제4차 건강가정기본 계획은 가족 다양성 증가를 반영하여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 조성에 초점을 두었다”라고 밝혔다. 여성가족부의 설명대로라면 비혼이거나 동거인이라도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받을수 있다는 것이다.

  또, ‘건강가정기본법’이라는 용어도 변경할 예정이다. 여성가족부 김경선 차관은 지난달 1일 브리핑에서 “건강가정이라는 용어가 어떤 가정은 건강하고 어떤 가정은 건강하지 않느냐는 논쟁을 불러일으켜 용어를 변경하려 한다”라며 “이런 용어가 많은 인식을 좌우한다”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그 밖에도 여러 유형의 가정을 ‘가족’으로 통칭한 ‘가족정책기본법’으로 개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달 24일, 국회 여성가족위 에서 통과돼 법사위와 본회의 심의를 남겨두고 있다.

 

아직 남아있는 우려의 목소리들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두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도 존재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떠오르고 있다. 가장 큰 이슈는 ‘동성애를 합법화하기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일부 기독교 단체에서 이를 골자로 강력한 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진정한 평등을 바라며 나쁜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전국연합(이하 진평연)’이 지난달 9일 개최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원성웅 목사는 “발의된 개정안은 사실상 동성결혼과 동성커플을 합법적 가정으로 포함 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의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같은 맥락”이라며 “이미 수천 년간 지켜온, 남성과 여성이 사랑으로 결합해 출산하고 양육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헌법에 명문화했는데, 인륜의 법칙의 담을 허물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도 국회에 발의돼 있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건강한 혼인과 가족제도를 해체한다”라고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한교총은 지난달 15일 성명을 내어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은 차별금지법안과 그 궤를 같이하는 과잉 입법의 대표적 예”라며 즉시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진평연이 지난달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모습이다.
▲진평연이 지난달 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4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14년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에서 혈연 및 혼인관계를 뛰어넘어 누군가와 함께 사는 사람들을 ‘생활동반자 관계’로 인정하고, 더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권리와 의무 등을 부여하자며 ‘생활동반자법’의 발의를 시도했다. 하지만 “무책임한 동거 관계를 조장하고 동성애자를 위한다”라는 여론에 의해 발의에 실패했다.

  법 개정은 시작 단계일 뿐이라는 우려도 있다. 가족구성권연구소는 지난달 16일 공동성명을 내며 “현재 국회에 발의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은 아주 오래 유예된 변화를 받아들이는 첫 발걸음일 뿐이다. 우리에게는 건강가정기본법의 개정만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넘어서 서로를 돌보고,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회적’인 관계들을 지원하고, 사회적인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공동체의 상호공존을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가족건강기본법 및 민법의 가족 개념 삭제와 △동성 결합 △생활동반자관계 △사회적 가족등 실질적인 돌봄과 친밀성을 실천하는 다양한 관계를 지원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양한 가족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해서는 가족건강기본 법의 개정뿐 아니라 다양한 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비혼 동거와 같은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도 법을 개정해 이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은 우려의 목소리도 많지만 언젠가는 결혼 없이도 가족으로 인정받을수 있는 사회가 우리 앞에 다가올지도 모른다.

  독자 여러분께 묻습니다. 꼭 결혼해야만 가족이 될 수있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