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대학가, 무너지는 대학가 상권 〈1082호〉
상태바
텅 빈 대학가, 무너지는 대학가 상권 〈1082호〉
  • 김태민 기자
  • 승인 2021.03.06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가 상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너도나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고객 대부분이 대학생인 대학가 상권은 더욱 큰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일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학생들이 학교에 찾아오지 않자 이는 자연스럽게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학생을 주고객층으로 하던 식당들은 매출 감소로 월세를 내지 못해 폐업하거나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나가고 있다. 식당뿐만 아니라 대학가 원룸도 공실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도 사라지고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어려워진 학생들이 월세와 생활비를 내며 학교 근처에 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언제 대면 수업으로 전환될지 모르는 상황. 본지가 대학가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가 상권 매출 급감해

  대학가 상권의 매출이 급감했다. 지난달 10일, 서울 시가 신한카드 ·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과 빅데이 터를 활용해 서울 상권 매출의 코로나19 영향을 분석한 결과 서울 상점의 매출은 지난해 91조 2,929억 원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국내에 퍼지기 이전인 2019년의 100조 3,288억 원보다 약 10%(9조 359억 원) 감소한 결과다. 그중에서도 대학가 상권이 집중된 서대문구는 약 18%의 하락폭을 보여 자치구 중 2위의 하락폭을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서울시 대부분의 상점 매출이 줄었고, 대학가 상권이 집중된 자치구가 더 큰 하락폭을 보인 것이다.
  대학가 상권의 특성상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도 학기가 끝나면 학교에 찾아오는 학생들이 줄어들어 매출이 감소했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는 방학에다가 비대면 강의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에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부동산 114 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분기 서울의 상가 수는 37만 300여개로 1분기보다 2만 100여개(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음식점이 1분기 13만 4,000여 곳에서 2분기 12만 4,000여 곳으로 3개월 동안 1만여 곳이 사라져 가장 많이 줄었다. 편의점의 경우에도 올해 들어 대학가 인근 매장의 매출이 약 30% 가량, 대학교 내부의 경우약 80% 이상 감소했다. 대학가 상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달 26일 찾은 명지대학교 인문캠 앞 상가다. 상인들이 떠난 빈 상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달 26일 찾은 명지대학교 인문캠 앞 상가다. 상인들이 떠난 빈 상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학가는 유동인구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으로 꼽힌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달 발표한 2020년 수송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하철 1~9호선 하차 기록이 가장 적었던 달은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했던 12월이다. 당시 하차기록은 9,286만 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1억 5,619만 건) 대비 59.4%에 불과했 다. 특히 대학가와 가까운 지하철역의 이용객 감소폭이 컸다. 대표적인 대학가로 꼽히는 이화여대역은 하차 기록이 387만 건으로 지난해 769만 건 대비 하차 기록이 50%에 불과했고, 신촌역은 61%, 고려대역은 65%, 건대 입구역은 66%를 기록했다. 대학가에 방문하는 인원이 지난해에 비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학가 상권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음식점의 매출도 줄어들었다.

▲지난달 17일 12시 경 찾은 이화여자대학교 상권이다. 점심시간임에도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달 17일 12시 경 찾은 이화여자대학교 상권이다. 점심시간임에도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 대학 인문캠 앞 상권에서 25년 동안 분식집을 운영한 A 씨는 “원래 학생들의 비율이 많지는 않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후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욱 줄어들 었다”라며 “예전에 비해서 손님도, 매출도 3분의 1로 줄어든 정도다”라고 밝혔다. 그는 “임대료를 내면서 영업 하는데 매출은 줄고 임대료는 그대로다”라고 말하며 표정이 굳었다. 그러면서 “상인은 장사가 돼야 먹고 사는 건데 장사가 안 되니 그게 가장 힘들다. 여기 오면서 봤겠지만 주변 상인들도 다 비슷한 상황이다. 월세 안 밀리고 내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라고 전했다. 우리 대학 인문캠 앞에서 7년 동안 ‘베가 보쌈’을 운영하고 있는 한규호 씨(40대 후반, 이하 한 씨)는 “우리 주요 고객은 대부분이 학생들이다”라며 “손님은 당연히 줄었다. 그런데 손님이 줄어든 것보다 기간이 문제다. 여기는 대학가라서 방학이 되면 학생들이 없다. 때문에 학기 중에 나오는 매출로 버텼는데 재작년에 겨울방학 시작하고 코로나19가 확산돼서 일 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기간이 너무 길어지니까 버티기 힘들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출은 예전과 비교하면 5분의 1, 3분의 1 정도 나오는 것 같다”라고 한다.
  주변 상황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는 “주변 음식점을 둘러보면 대부분 바뀌었다. 1층도 장사를 안 하고 지하층도 장사를 안 한다. 영업제한 때문에 주변에 장사하는 곳이 거의 없다. 우리만 장사하고 있다. 주변에 노래방, PC방도 다 없어졌다”라고 밝혔다. 주변 상권이 활기를 잃었다는 뜻이다. “학생들이 안 나오면 대학가는 싹다 어려움을 겪는다. 여기 상권은 다 침체됐다고 봐야 한다. 지금 여기 주변에 장사되는 곳은 하나도 없다. 다 대출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은 어두워보였다.


손님 발길 줄어든 대학가 카페들
  카페도 상황은 비슷해보였다. 지난달 15일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이하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2단 계로 완화됐다. 그러면서 약 3개월간 계속됐던 카페 내부 취식 금지 조치도 완화됐다. 하지만 대학가 카페들에서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 대학 인문캠 앞에서 카페 ‘오월의 이유’를 운영하는 B 씨 는 올해로 영업 2년째를 맞았다. 그는 주요 손님이 대학생과 주변 주민이라며 “대학교가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 면서 손님이 많이 줄었다. 학생들이 학교에 안 나오니까 손님이 약 30~40%는 줄어든 것 같다”라고 전했다. 매출도 30~40% 줄어들었지만 임대료는 똑같다. 특히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을 때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 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전국 만 15~39세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MZ세대 식생활 데이터’를 살펴보면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당시 수도권 MZ세대의 49.5%가 음료나 디저트를 테이크아웃 했다고 응답했다. 그 밖에는 카페가 아닌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판매하는 음료 · 디저트 이용’은 20.4%, ‘개인 카페 등 매장 이용이 가능한 카페 방문’, ‘배달 주문을 통해 카페 이용’ 경험은 각각 15.2%, 15.0%로 뒤를 이었다.
한편, 어떤 방식으로도 카페를 이용하지 않고, 음료도 마시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7.7%로 전체 응답의 3 분의 1을 차지했다. 이런 결과를 증명하듯 그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주변 카페들도 대부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고 사장 혼자 영업을 하는 카페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로 본지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카페들은 코로나19 이전과는 달리 아르바이트생 없이 사장 혼자 영업을 하는 곳이 많았고, 혼자 영업을 하다 보니 손님이 오면 응대를 해야 한다며 인터뷰를 거절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공실률 40%, 텅텅 빈 원룸촌
  대학 근처에서 자취방을 구해 살던 김준성 씨(22, 이하 김 씨)는 지난달 방을 빼고 본가로 돌아갔다. 코로나 19가 계속되면서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자 학교 근처에서 살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신입생 때부터 학교 앞 원룸에서 자취를 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갈 일이 없어지니, 힘들게 알바해서 월세랑 생활비를 내고 자취할 이유가 없어졌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방을 내놓고 본가로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학교에 나올 필요가 없어지니 월세나 생활비를 내고 학교 근처에 살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그러면서 많은 학생이 방을 구하지 않고 본가로 돌아가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앞에서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이대 상권은 80%가 관광객이고 나머지가 학생들 이었는데 코로나19 유행 이후에 비대면 수업을 하고 관광객도 안 오니까 타격이 크다”라며 “작년 이맘때에는 원룸 입주 계약을 한 이후에 코로나19가 확산돼서 (타 격이) 좀 덜했지만 올해는 새로 계약한 사람들보다 나간 사람이 더 많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방을 보러 오는 학생들도 줄었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방 보러 오는 학생도 아예 없지는 않지만 줄어들긴 했다. 대면 수업도 같이 병행하는 과도 있어서 찾아오는 학생들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상당히 많이 줄어들었다. 지난해와 비하면 절반 정도 줄어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코로나 19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수업의 여파로 방을 보러 오는 학생들이 줄었다는 것이다. 매년 이맘때는 개강을 앞두고 학생들이 한창 자취방이나 하숙집을 구하는 시기다. 그러나 많은 대학이 이번 학기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 면서 수요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방을 보러 오는 학생들이 줄어드니 공실률도 늘어나고 있다. 이 씨는 “원룸에도 빈방이 많다. 40% 정도가 빈 방이다”라고 전했다. 또, “거래가 안 되니까 기본적으로 월세를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 내린 방들도 많이 나오는데, 전체적으로 수요가 줄다 보니까 큰 효과는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면 수업을 해야 학생 들이 찾아오고 거래가 많이 되는데 학생들이 찾아오지 않다 보니까 거래가 줄어들었다. 거래가 많이 줄어든 것이 가장 힘든 부분이다”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그는 “주변 자영업자들도 50% 정도가 폐업하고 상가를 내놨다”라고 설명했다.

 

정부 지원에 반응 엇갈려
  정부는 지금까지 3차에 걸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오는 4일에도 소상공인 · 자영업자 피해 지원책과 일자리 대책을 위한 추경안을 이달 4일 국회에 제출해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 다. 이런 정부의 지원금이 실제로 대학가 상인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을까? 이 씨는 “정부에서 주는 지원금을 받기는 한다. 정부에서 통상적으로 자영업자들에게 주는 지원금을 받는다. 그런데 100만 원씩 줘서 큰 효과가 느껴지거나 큰 도움이 되고 있지는 않다”라고 한다. 한 씨도 “정부에서 지원금을 두 번 받았는데, 그것 가지고는 효과가 없다. 그 정도로는 거의 도움이 안 되고, (실질적 으로 도움이 되려면) 손님들이 와야 한다. 큰 효과는 없다”라고 말한다. 이어 “정부에서 100만 원 200만 원 주는 것 가지곤 월세 한 번 내면 끝이다. 직원 한 명 월급도안 된다”라고 전했다.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의견이다.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B 씨는 “정부에서 지원 금을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 받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제한업종이라서 최근에 200만 원을 지원 받았는데 괜찮은 것 같다. 이번에는 더 많이 준다고 하니까 좋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특히 “거리두기 2.5단계 때 입은 피해가 지원금 덕분에 많이 회복된 것 같다”라면서 상황을 전했다.
  대학가 특성에 맞는 적절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씨는 “일단 대학가는 상권이 많이 침체됐다. 상권이 많이 침체됐으니 창업 지원을 통해 상권 활성화를 시켜야 한다. 상권 활성화를 시키려고 한다면 대학가 상권 특성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앞으로 계획은 없어, 학생들만 기다리는 상인들
  이번 학기도 대부분의 대학이 일부 실습 강의를 제외 하고 비대면 강의를 진행한다. 코로나19가 언제 잠잠해 질지 모르는 상황에 언제까지 비대면 강의가 이어질지 모른다. 이에 대학가 상인들은 대부분 “앞으로 계획이 없다”라고 답했다. 이 씨는 “가장 큰 문제인 코로나19가 해결돼야 관광객도 다시 오고 학생들도 다시 와서 장사가 될 텐데 언제 끝날지 모르니 계획은 세울 수 없다”라고 말한다. A 씨도, 한 씨도 마찬가지였다. A 씨는 “계획을 어떻게 세우나.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계속 버티는 거지”라고 답했고, 한 씨는 “코로나19가 언제 잡힐지 모르니까 계획은 없다. 그냥 버티는 거다. 그렇다고 관둘 수도 없지 않나.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버티는 것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니 계획을 못 세우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가 상권은 학생들이 주요 고객이다. 학생들이 찾아와야 상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상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내용은 “대면 개강”이다. 코로나19가 잠잠 해지고 대면 개강을 해야 학생들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대학가 상인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학생들만을 기다리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