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상상하며, 맞돌봄은 우리 모두의 것 〈10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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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상상하며, 맞돌봄은 우리 모두의 것 〈1082호〉
  • 김엘리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 승인 2021.03.06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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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코로나19와 함께 지낸 지도 거의 일 년이 된다. 예기치 않았던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두 학기가 비대면 수업으로 이어졌다. 사람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망하면서 변화할 사회를 준비해야 함을 역설한다. 이 공동의 경험은 앞으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마스크를 벗는 그 날의 사회 풍경은 어떠할까라는 상상을 하게 한다. 이 물음은 지금 여기 우리가 무엇을 짚고, 무엇을 수행하는가의 숙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내가 감염될 수 있고 또 누군가를 전염 시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우리는 취약하고 그래서 서로 의존해야한다는 점은 코로나 시대에 자명하다.
  이러한 취약성, 상호의존성, 연결성은 우리 모두의 커먼스(commons)이다. 맞돌봄은 바로 이커먼스를 바탕으로 한다. 돌봄이 여성의 일이자 역할로 규정된 틀을 깨고, 남녀 모두가 돌봄을 받고 돌봄을 하는 사회, 맞돌봄의 가치가 사회 원리가 되고 공공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사회. 이렇게 남녀모두가 노동자이자 돌봄제공자라는 사회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상상하며 설정해봄직한 모델이다. 돌봄이 사회적으로 잘 이루어지면 코로나19의 감염을 예방하고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지금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기획이다.
  맞돌봄은 인간안보 또한 확장시킨다. 인간안 보는 1994년 유엔이 발표한 개념이다. 인간의 안전한 삶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군사력만이 아니라 건강, 교육, 경제의 재분배, 생태정의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 정부는 인간안보를 강조했다. 국가가 안보를 보장 하기 위해서 남북한의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는 군사안보보다는 건강 · 보건 시스템을 갖추고 식량 자원을 확보하며, 남북한 사이에도 이를 협력 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경쟁과 살생이 아니라 공생과 공존을 뜻한다. 맞돌 봄은 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인가라는 윤리적 실천이자 사회시 스템이다.
  페미니즘은 바로 이러한 사유를 숙고한다.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낡은 틀을 다르게 읽고 새롭게 재구성한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최근 페미니즘은 개념 없고 이기적인 것으로 폄하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것으로만 비추어진다. 갈등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토론하고 논쟁하며 경합하 면서 성장한다. 물론 그 공론장이 시민의식의 성숙함으로 갖추어져 있을 때 말이다. 그럴 때 민주적 논쟁도 가능하다. 그런데 페미니즘은 여성의 공격성과 같은 것으로 취급되면서 사회적으로 위험한 것으로 치부된다.
  따져보면 위험이 아니라 위협일 것이다. 좀 더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소리가 기존의 낡은 틀을 위협하는 것처럼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탐소대실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하려는 부단한 투쟁의 과정이다. 맞돌봄의 기획처럼 말이다. 누군가의 노동력에 일방적으로 기대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누군가의 몸을 착취하지 않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만드는 사회는 페미니즘의 전망이다.

 

김엘리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김엘리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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