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1월 13일, 故 전태일 열사는 평화시장 남쪽에 자리한 동화시장 계단에서 온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직접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박봉, 그리고 폐렴 등 질병으로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고자 분신한 것이다. 그의 나이 22 세였다.
2020년 11월 13일, 우리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이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전태일 열사의 희생이 무색하게 우리 사회의 노동환경은 그때와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지난 11일, 각종 언론에선 얼굴에 분진이 잔뜩 묻어있는 노동자의 얼굴이 공개됐는데, 그들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의 하청 업체 ‘마스터 시스템’ 소속으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이 일하는 장소는 쇳가루, 유릿가루 등 소재 분진이 공기 중에 떠다녀 반드시 규격에 맞는 방진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방진 마스크 수급 불가를 이유로 해당 하청 업체는 이들에게 적절한 마스크를 지원하지 않았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 놓인 노동자는 비단 이들만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을 목도해왔다. △지하철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화력발전소 △택배 업체 등에서 말이다. 그 밖에도 많은 곳에서, 노동자들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도 기업과 사업주에게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이 내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우리나라의 한 해 산업 재해 사망자 수는 약 2,400명으로 21년 동안 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를 기록 했다.
한편,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며 “오늘 훈장은 노동 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표현”이라며 “발걸음이 더디지만, 우리 의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처럼 역시 갈 길이 멀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수많은 전태일이 있기 때문이다.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이한 2020년, 노동자의 노동환경이 개선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