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2020년 신년기획 여론조사’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가치를 묻는 질문에 ‘공정’이 1위로 꼽혔다. 최근 ‘제1회 청년의 날’ 기념 사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공정’이라는 단어를 무려 37번이나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 그토록 원하던 공정이라는 가치가 훼손되는 장면을 끊임없이 지켜봐야 했다. 딸을 대기업에 인사 청탁한 의혹을 받는 전 야당의원부터, 딸의 대학 입학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 장관, 가족 명의 건설회사가 수천억 원대 공사를 특혜 수주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전 야당의원, 아들의 군대 휴가 특혜 논란이 있는 현 장관까지. 청년들은 이들을 보며 분개했고, 우리 사회의 공정이라는 가치는 죽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 청년들이 공정이라는 가치를 훼손하는 이들을 보고 비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실업급여 정책을 교묘하게 이용해 구직급여 수당을 받아가는 청년 들부터, 군대 휴가 대상자 명단을 조작해 ‘셀프 휴가’를 다녀온 육군 병사들, 장학금을 부정 수령한 총학생회장까지. 규모만 다를 뿐이지, 우리 청년들이 비판하는 저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물론, 이러한 비위 행위는 청년들의 일부라고 주장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장년 세대에도 적용되는 논리 아닌가. 옛 속담에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말로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다. 공정의 가치가 이렇게 원칙없이 흔들려도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