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늘었지만, 초점 잃은 동물보호ㆍ 복지 정책〈10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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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늘었지만, 초점 잃은 동물보호ㆍ 복지 정책〈1073호〉
  • 유근범 기자 ㆍ 우채린 수습기자
  • 승인 2020.06.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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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보호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 행위를 방지하고 생명보호, 안전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여 동물과 사람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 유기 · 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처벌이 미미하다. 특히, 유기 · 학대를 당한 동물들은 입양될 때까지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임시 보호되지만, 케어(CARE) 안락사 사건*, 애린원 사건**처럼 동물보호를 명목으로 학대를 자행하는 보호소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 동물복지와 동물권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주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보유 가구(농림축산식품부, 2019년 기준)는 지난해 591만 가구로 2018년(511만 가구)보다 80만 가구가 늘었고, 반려동물 산업 규모(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18년 기준)도 2018년 약 3조 원을 상회하며, 2027년에는 6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반려동물 관련 산업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동물보호 · 복지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 동물보호단체 ‘케어(CARE)’의 박소연 대표가 동물들을 구조한 후 안락사를 직 접 지시한 사건

** 국내 최대 규모의 사설 동물보호소인 ‘애린원’에서 유기동물을 방치하여 학대 한 사건

 

버려지는 반려동물 지난해만 13만 마리

  지난달 13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서 발표한 ‘2019년 반려동물 보호 · 복지 실태조사 결과(이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구조 · 보호된 유실 · 유기동물은 13만 5,791마리로 지난해(12만 1,077마리) 대비 12% 증가했으며, △개 75.4% △고양이 23.5% △기타(토끼 등) 1.1%로 조사됐다.

▲유기동물 처리 체계도 (출처/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
▲유기동물 처리 체계도 (출처/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

  구조 · 보호된 유실 · 유기동물은 각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관할하는 보호센터로 입소해 등록 절차를 거친다. 이는 유기동물의 원소유주를 찾기 위한 조치로 △품종 △나이 △발견 장소 등의 유기 정보를 명시해 동물보호관리시스템(APMS)에 공고한다. 지자체는 7일 이상 유기 정보를 공고해야 하는데, 10일이 지나도 원소유주가 찾아가지 않으면, 「동물보호법」 제20조에 따라 유기동물의 소유권은 지자체로 넘어간다. 이후 유기동물은 보호소의 보호를 받게 되며 수용 가능 공간이나 예산 등 보호소의 사정에 따라 유기동물 보호 기간이 달라진다.

▲유실  유기동물 보호형태 및 현황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포획불가, 방사(예 : 고양이) 등

  「동물보호법」 제22조에 따르면 동물보호센터의 장 및 운영자는 제14조 제1항에 따라 보호조치 중인 동물에게 사유가 있는 경우 인도적인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보호기간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아 유기동물 상당수가 보호기간이 끝나면 안락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농식품부의 실태조사 결과, 2019년에는 총 29,620마리의 유기동물이 안락사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한국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성호 교수(이하 김 교수)는 “유기동물 보호기간이 늘어나면 재분양율과 원소유주에게 인도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 안락사 비율을 낮출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 보호소 수용률이 포화상태인데다가 예산도 부족해 보호기간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구조된 13만 마리 수용할 수 있는 동물보호소 현황은?

  국내 동물보호소는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지자체 보호소와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설보호소로 나뉜다.

①지자체 보호소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12월 18일, 자체적으로 진행한 ‘유기동물의 인도적 보호 · 관리를 위한 대책 토론회’를 통해 치료 및 건강관리를 중심으로 전국 222개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의 보호 · 관리 실태를 공개했다. 그 결과 입소 시 기본적인 검사(동물의 몸검사, 키트검사)조차 실시하지 않는 지자체 보호소가 44곳이고, 추가 비용이 드는 △X-Ray △혈액검사 △소변/분변검사 △방사선/초음파 검사는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기동물 치료 현황도 응급치료가 대부분이고 예방접종, 심장사상충 예방은 각각 67곳, 23곳에 불과했다. 양평군 유기동물보호소 김경수 주무관은 “양평군 유기동물보호소의 경우, 간이키트를 활용하여 기본검사를 한다. 추가 비용이 드는 검사는 간이키트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됐을 시에만 시행한다”라고 밝혔다. 동물보호 예산과 관련해서는 “동물보호소를 운영하기 위한 예산 부족 문제도 있는 건 맞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유실되는 동물이 많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문화 쪽은 아직 여건이 안 되는데, 그런 쪽에서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건 맞다”라며 유기동물 예산 문제 외에도 보호문화 확립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②사설보호소

  농식품부의 ‘사설동물보호소 실태 조사 및 관리 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2018)’에 따르면 사설동물보호소는 국내 82개로, 보호동물 수는 △파악 불가 4곳 △50마리 미만 11곳 △50마리 이상 100마리 미만 19곳 △100마리 이상 200마리 미만 25곳 △200마리 이상 300마리 미만 7곳 △300마리 이상 400마리 미만 8곳 △400마리 이상 500마리 미만 1곳 △500마리 이상 7곳으로 총 17,939마리를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사설보호소가 협력병원에 의존해 건강진단을 진행하며, 유기동물을 위한 기본적인 시설(△격리실 △사료 보관실 △급 · 배수 시설 △방범 시설 △외부인 출입 통제장치 등)이 완벽하게 갖춰진 곳도 드물었다.

  비글구조네트워크 포천쉼터*(구 애린원) 동물관리 국장에 의하면 애린원에서 1,651마리의 동물을 구조했었고, 현재는 비글구조네트워크가 관리하는 각 지역 보호소에서 △보은 250마리 △포천 850마리 △논산 150마리를 수용하고 있다. 가장 많은 유기동물을 수용하고 있는 포천쉼터 또한 예산 및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물관리 국장은 “원래 직원 1인 당 유기동물 할당 마릿수는 50마리지만 인부를 포함한 직원은 총 9명 뿐이라 800마리가 넘는 동물을 관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정부의 지원이 없고 후원금으로 운영돼 재정에도 어려움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포천쉼터는 2023년 토지 소유자와 임대계약이 끝나 쉼터를 완전히 철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지자체 보호소의 경우 실태조사를 통해 운영 여부 확인이 가능하지만 사설보호소는 사비나 후원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며, 법령에 따른 지원 및 관리 지침이 없다. 또한 비글구조네트워크 포천쉼터(구 애린원)의 경우처럼 보호소 토지를 사설보호소가 직접 소유한 것이 아니라, 임대계약만을 맺은 상황이라 계약이 끝나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사설보호소는 지자체 보호소보다 상황이 열악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비영리사단법인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유기동물을 방치 · 학대한 사설동물보호소 애린원 강제 철거를 합법적으로 이끌어냈다.

 

부족한 예산, 반려동물 보유세로 충당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대부분의 보호소가 재정 및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정부도 이렇게 늘어나는 동물보호 · 복지정책 요구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8년 6월 동물복지정책팀을 신설하고 지난해 동물보호 · 복지 관련 예산에 135억 8,900만 원을 지출했다. 이는 불과 4년 전인 2015년 예산(14억 9,500만 원)보다 9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렇게 증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유기동물과 관련된 사회적 비용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며, 정부의 인력과 지원체계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 1월 14일 농식품부는 성숙한 동물보호 · 복지 문화 확산을 위한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이하 종합계획)’을 발표했고, 종합계획에서 반려동물 보유세 또는 부담금, 동물복지 기금 도입 등을 추진하여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전문기관 등의 설치 · 운영비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안에 대해 김 교수는 “반려동물 보유세는 사회적 비용을 경감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턱을 높여 반려인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는 효과가 있다”라며 “반려동물 보유세를 잘 활용한다면 반려인과 비반려인에게 모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학대 신남식 교수 역시 “유기동물 관리나 반려동물의 일반적인 관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계속해서 증가할 경우, 반려동물 보유세는 고려해볼 만한 사안이다”라며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훈데스토이어(Hundesteuer)’라는 반려동물 보유세가 존재하고, 네덜란드 헤이그에서도 반려견 한 마리당 연간 약 116유로(약 15만 원)의 세금을 부과해 동물보호 · 복지 비용을 확충해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권리를 증진시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외 사례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회정책이 미흡하고 제대로 된 복지제도(반려동물 보험제도, 동물병원 진료비 표준화 등)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오히려 반려동물 보유세가 반려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광운대학교 국제통상학과 최석영 학생은 반려동물 보유세에 대해 “반려인들에게 보유세를 걷어 가면 오히려 경제적 부담이 늘어, 반려동물 유기는 증가할 것이다”라며 우려했다. 또, “반려동물 보유세를 시행하기 전에 동물의료보험과 진료비 완화를 우선적으로 시행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동물보호 · 복지 정책의 현주소는?

  우리 사회의 동물보호 · 복지 정책은 새로운 국면을 맞닥뜨리고 있다. 반려동물 보유 가구의 증가로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제도는 미미한 상황이다. 경기연구원에서 발표한 ‘반려동물 정책의 쟁점과 대안(2019)’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반려동물과 관련된 규범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아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경기연구원에서 지적한 사항들을 정리한 내용이다.

 

  이에 정부도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고 국민이 요구하는 동물보호 · 복지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6대 분야 26대 과제를 제시했다. 더불어 2022년에 정책여건, 추진성과 등을 분석하여 종합계획을 수정 · 보완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농식품부의 종합계획에 대해 “펫샵과 동물이용 산업의 규제, 취약계층을 위한 반려동물 돌봄 지원 그리고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등에 대한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현 반려동물 문제를 축산을 관장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는 것이 아닌, 동물보호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주무부서가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의 6대 분야 26대 과제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의 6대 분야 26대 과제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 · 복지 정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정부는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인 동물보호 · 복지 정책을 시행해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게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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