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축전 줄까 말까 고민하다
그 축전 영영 떠나요
이것저것 재지 말고 그 축전 전해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는 그동안 국내 영화감독이 해외 영화제서 성과를 거두면 공식적인 축전을 보냈다. 이는 지난 2월 9일,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2019)’으로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난 1일 홍상수 감독(이하 홍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도망친 여자(2020)’로 감독상(은곰상)을 수상했다는 낭보가 날아들었을 때는 예외였던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문체부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금곰상이 아닌 은곰상인데”라며 머뭇거렸고, 다음날인 2일엔 “보도자료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3일엔 “내부 협의에서 안 내보내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홍 감독의 수상에 축하를 보내려다 홍 감독의 사생활과 관련된 안 좋은 여론에 등 떠밀려 축전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후 박양우 장관이 페이스북을 이용해 홍 감독에게 축사를 전하면서 본의 아니게 공식 축전을 보낸 것처럼 보이게 됐다.
이 같은 문체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영화계는 ‘여론 눈치만 보는 한심한 행태’라는 반응이다. 특히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사생활로 인해 홍 감독을 싫어할 수는 있겠지만, 공식 축전은 내규에 따른 공무 수행의 일부분인데 여론이 무서워 갈팡질팡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여론에 좌지우지되는 문체부의 행보는 당면한 비판을 피할 순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민에게 신뢰를 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님, 문체부를 대신해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