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날짜를 세고 날을 모아 한 주, 한 달, 일 년을 계산하고 정리하는 달력은 매일 해가 뜨고, 한 달 간격으로 달이 차고, 일 년 단위로 계절이 순환하는 천문 현상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자연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지구의 자전이나 공전, 달의 공전을 기준으로 하는 한 달, 일 년과 달리 한 주를 7일로 하는 것에는 직관적인 기준이 없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바로는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당시 하늘에서 뚜렷하게 관찰되던 태양, 달,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7개의 천체의 이름을 따서 월, 화, 수, 목, 금, 토, 일요일을 만들었던 것이 오늘날의 일주일이 되었다고 한다.
한 달이나 일 년처럼 자연 천문 현상에 기준을 두지 않았으므로 일주일이 세계적으로 표준이 된 것은 가장 뒤늦게 이루어졌다. 한국에 공식적으로 일주일 체계가 도입된 것은 1895년 갑오개혁 때이고, 그전에는 7일 단위가 아니라 10일 단위[旬]로 날이 묶였다. 이런 점에서 일주일 개념은 자연이 아니라 문화적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수립된 제1공화국에서 일주일을 폐지하고 10일 단위를 선포한 사건은 말 그대로 기존의 문화를 뒤집는 혁명적 변화의 대표적 사례이다. 달력과 관련된, 낡고 삐걱거리는 전통 문화를 새롭고 합리적인 문화로 바꾸겠다는 혁명적 계획은 일주일뿐 아니라 28일에서 31일까지 들쑥날쑥한 한 달도 모두 30일로 통일하고, 시간 역시 하루는 10시간, 1시간은 100분, 1분은 100초와 같이 십진법으로 규격화하고자 했다. 이번 달이 큰달인지 작은달인지 헷갈리거나 초등학교 수학 시간에 시간 계산하는 문제로 골치 아팠던 일을 생각하면 예전부터 지켜왔던 관습 대신 효율적이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려는 시도도 일리가 없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러한 혁명적 변화는 정착되지 못한 채 곧 사라지고 말았다.
대부분 농사를 짓고 살던 때와 달라서 지금은 달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는 것에도 둔감한 채 전깃불과 에어컨 밑에서 살아가기 십상이다. 그래도 문화의 힘은 부단히 이어진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달력을 보며 2026년을 정리하고 다가올 2027년을 계획하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