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제72주년 명대신문 백마문화상 – 여름 휴가 (시 부문 당선작) 〈11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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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제72주년 명대신문 백마문화상 – 여름 휴가 (시 부문 당선작) 〈1161호〉
  • 이진희 학생(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 승인 2026.11.08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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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

 

묘지는 마을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학교와 주민센터 사이

틀로 찍어낸 커다란 죽음의 자리

 

볕이 내리쬐는 오후에

사람들은 무덤 앞에 앉아서

밥도 먹고 술도 마셨다

같이 있다는 기분이 들도록

 

마음이 제멋대로 발현되는 일의

마음이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는 일의

목격자가 되어 있다

 

고통 없는 장면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이곳을 점거한 건 사소한 풍경이고

 

이를테면 김빠진 탄산과 당신이 순서를 재배열한 플레이리스트

어릴 때 묻었던 금붕어 비늘의 감촉

한 줌의 가루를 친근하게 부르는 일

 

원래 모든 사랑은 잘 가두는 일이라서

 

이곳의 둘레는 정확한 경계를 가지고 있지만

체온은 닿지 않아도 체온이라

사람들은 모두 무사한 온기를 챙겨 건네며

일상을 살아가는 일에 몰두한다

 

무성한 울타리 너머로

반질하게 빛나는 이름들이 이어진다

봉합된 줄 알았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오래된 기도에는 사실 저의가 없다

 

〈2026 제72주년 명대신문 시 부문 당선작 수상소감〉
 

이진희 학생(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이진희 학생(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참는 습관이 있다. 감기에 걸려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는 편이라, 정신 차려 보면 어김없이 독감이나 유행병에 걸려있다. 지난여름에는 어쩐지 소화가 잘 안된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배 속에 커다란 혹이 있었다. 그저 몸이 조금 불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가 가족들에게 혼이 났다. 힘들었는데 왜 말을 안 했어? 늘 그런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닫는다. 아, 그게 힘든 거였구나.

무언가를 버티고 있는 줄도 모르고 버티곤 한다. 그런 미련함 덕분에 글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글은 곱씹는 일의 반복이니까.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소리 내어 읽고, 손으로 써보고, 글을 입에 머금은 채 종일을 보낸다. 누군가 툭 치면 문장이 입에서 튀어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되뇌어본다. 그러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말에 닿기도 한다. 쓰는 동안 목적지를 가늠할 수는 있어도 온전히 알게 되는 건 도착한 다음의 일이다. 살면서 가졌던 걱정과 불안은 대부분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데에서 비롯되었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끝을 모른다는 점이 좋다. 글쓰기는 내가 사랑하는 유일한 불확실성이다.

글에 대한 사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언제나 따뜻하게 격려해 주신 학과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가르침을 받는 동안 정말 행복했어요. 일상을 지속할 수 있게 나를 지탱해 주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함께 글을 쓰는 동료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지만 지금은.

겨울을 같이 통과하자. 내가 그 속에서 사랑을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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