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1.
그리운 이름을 본다 누나는 공무원이 될 것이라 했다
내게 책을 주었다 묻지 않는 것을 배워왔기에 물을 수 없었다 낱장에는 유색에 가려진 문장과 필체가 춤추고 있다
2.
서평을 적기 위해 컴퓨터를 킨다 한 편의 단편만 보고 적는다 서평은 칭찬을 적는 일이 된 지 오래다 종종 쓸 수 없는 말은 편지로 적었다 봉투에 넣어 인장을 봉하고 서랍에 넣는다 링컨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본다
젊은 링컨은 독설가라 들었다 칼부림까지 갈 뻔했고 이후에는 독설을 하지 않았다 매가 약이라는 말이 굴러온다 그런 말을 알려준 사람은 폭력을 가한 적 없었고, 나는 잘 한적이 한 번도 없다
참아낸 것들이 많다
참을성 있는 어른이라 믿었다
치킨을 사먹고,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고, 연인이 일하는 커피숍에서 서평을 적는다 칭찬을 들추니 배려를 적을 수 있다
3.
집에서 못 챙겨 온 것들이 많아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잊는다
친구의 구멍 난 폐를 떠올린다 초상이 명징하다 이미지라는 것일까?
곧게 가져야 할 것이다 모자란 시간이기에 안다고 생각하면 이맛돌이 머리에 날라온다
연인에게 줄 레몬사탕을 산다 그려진 레몬나무를 의심한다 선물 받은 웃음만 믿는다
좋은 사람들과 좋아질 사람들이 굴러온다 해무 속에도 파도소리는 잘만 들린다
〈2026 제72주년 명대신문 시 부문 가작 수상소감〉
내게 자란 사랑을 줄게요.
올해 처음으로 시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배움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호승심이었습니다. 한계에 닿을 때마다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닿은 지점은 사랑이었습니다.
시를 배우는 수개월 동안 수많은 처음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 덕에 미약하게나마 하나의 세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세상이 흐리게 보입니다. 묽어진 것들에 큰마음을 두지 않을 수 있습니다. 등굣길, 도로가 흐르고, 나무는 경직되어 있습니다. 버스 위에 아침은 늘 졸리고 맞은 편에 서 있는 분도 졸려 보입니다. 당신의 하루를 상상합니다.
시를 적는 것은 홀로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시를 적고 읽게 하는 것은 세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동무입니다.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온기를, 때로는 냉기를 느낍니다. 당신이 있어 외로운 밤이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의 밤도 외로운 밤이 아니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