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캠 종합관 지하에는 학우들이 사용하는 과방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의 공간적 특성상 채광과 환기 등 이용 환경에 한계가 있어, 우리 대학은 지하 과방을 지상 공간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정된 교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배정할 것인지에 따라 학우들의 생활 환경에 영향을 준다. 이에 본지는 우리 대학의 학생 공간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배정·조정돼 왔는지, 향후 학생 공간 정책에서 학생 참여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살펴봤다.
공간은 누가 결정해 왔나
① 우리 대학은 공간을 어떻게 배정하고 있을까?
우리 대학은 2003년 교내 공간의 효율적인 관리와 운영을 위해 명지대학교 규정 제4편 일반행정 제4장 사무처리에 「공간 규정」(이하 규정)을 신설했다. 또한 규정 제2장 제3조에 따라 기획예산팀(팀장 안경훈)은 공간에 대한 기본계획 수립과 배정 기준 마련을 비롯해 공간의 △배정 △조정 △용도변경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관련해 기획예산팀의 박종민 팀원(이하 박 팀원)은 “공간에 대한 대학 차원의 조정은 기획예산팀이 공간의 사용 목적과 기존 활용 현황, 대학 전체의 공간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필요한 경우 공간활용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고 전했다.
제3장에 근거해 2003년 설치된 공간활용위원회는 교내 공간의 배정과 조정 등을 논의하는 기구다. 다만 현행 규정에는 학생 대표가 공간활용위원회의 위원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학생 대표의 참여 필요성은 2005년 학원자주화투쟁에서부터 논의됐으며, 당시 학생 대표가 위원회에 참여해 안건을 논의했다. 그러나 공간활용위원회가 정기적으로 소집되지 않으면서, 2011년 양캠 총학생회는 다시 학생 참여를 요구했다. 이후 2022학년도 제14차 대학평의원회와 2023학년도 MJU소통위원회에서도 학생 대표들은 학생 위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학교 측 위원은 “명지전문대와 통합 이후 공간 활용에 대한 검토 및 학교 공간 사용 주체의 다양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회가 자체적으로 학우 의견을 수렴한 뒤 공간활용위원회에 전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에 대해 박 팀원은 “동아리실, 복지공간, 학생회실의 경우 공간관리부서가 학생지원팀이기에 학생들의 수요와 의견을 검토 과정에서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한 경우 총학생회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확인하여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②학우들은 공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우리 대학은 학과 활동과 교류를 위해 이용하는 과방을 비롯해 동아리방, 학생회관 등 다양한 학생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중 과방은 학과 구성원들이 친목을 쌓거나 수업 전후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대학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현재 과방 지상 이전이 검토되는 가운데, 본지는 지하 과방 이전과 학교 공간에 관한 학우들의 인식을 알아보고자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인문캠 학우를 대상으로 KSDC DB를 통해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총 280명이 응답했다.
설문에서 '종합관 지하에 위치한 과방을 이용해 본 적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125명(44.6%)의 학우가 과방을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68명(24.3%)이 지난 2년 이내 과방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과방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학우는 62명(22.1%)에 달했다. 이를 통해 과반 이상의 학우가 과방 이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배정·조정하는 과정에 학생회가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257명(91.8%)이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고 응답해, 대다수의 학우가 학생회가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우리 대학이 현재 교내 공간을 배정하거나 용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학생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148명(52.9%)의 학우가 '그렇지 않다'와 '매우 그렇지 않다'고 응답해 학생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이 과반을 차지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인문캠 제53대 '도약' 총학생회(회장 강용민·정외 21, 부회장 이수안·영문 23, 이하 총학생회, 이하 강 회장) 강 회장은 “학생 대표의 참여 요구가 수년간 이어졌음에도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 아쉽다”며 “공간 배정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하 과방, 재조정이 필요한 이유는?
종합관 지하 총 19개의 과방이 위치한 가운데, 본지는 8개 학과 학생회를 대상으로 과방의 시설 및 이용 현황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제25대 미술사학과 학생회 '풍류'(회장 도윤정·미사 24, 부회장 조순혁·미사 23)는 “우천 시 누수와 습기가 심해 곰팡이로 가구와 서적 등 과방 내부 비품이 훼손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제47대 사학과 학생회 '宣史時代'(회장 송성경·사학 24, 부회장 이고은·사학 24)의 경우 “방학 동안 과방 벽면과 소파에 곰팡이가 발생했으며 사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과방 폐쇄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과방마다 시설과 이용 환경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환기와 습기 문제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또한 별도의 환기시설이 없거나 창문이 설치돼 있어도 손이 닿기 어려운 위치에 있어 실질적인 환기가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한 습기와 곰팡이 문제도 본지가 조사한 8개 학과 과방에서 모두 확인됐다.
학우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역시 같은 부분을 짚고 있었다. 현재 학생 공간의 가장 큰 문제를 묻는 질문에서는 △시설 노후화 164명(58.6%) △공간 부족 61명(21.8%) △접근성 28명(10%) 등으로 나타났다. 이어 과방을 이용하지 않는 학우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은 결과에서도 '공간 및 시설이 노후화됐거나 불편해서'라는 응답이 19명(30.7%)으로 집계됐다. 이는 학생 공간의 확보뿐만 아니라 기존 공간의 시설과 이용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과방, 학생회관으로 이전
현재 학교 측은 지하 과방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상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인문학생지원팀(팀장 권혁민, 이하 인문학지팀)의 김기현 계장(이하 김 계장)은 “채광, 환기, 습기 등의 환경 개선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과방의 이전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전 대상 과방은 종합관 지하에 위치한 19개의 과방과 국제관에 위치한 과방을 포함해 총 25개이며, 학생회관 8층부터 10층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제관으로 재배정이 완료돼 공실이 된 교수실의 문에는 '학생회관 내 학생공간 배정 계획표'가 부착돼 있다.
인문학지팀은 과방 이전과 관련해 총학생회와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관련해 강 회장은 “올해 2월 이전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기존 교수실이 위치했던 공간의 특성상 가벽을 철거하고 공간을 확장하는 환경 개선이 필요해 일정이 미뤄졌다”고 밝혔다.
이처럼 학생회관의 공간이 확보되더라도 과방 이전이 완료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학우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정비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어 강 회장은 “8월까지 시설 공사를 마무리하고자 했지만, 일부 연구소와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의 이전이 지연돼 현재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 측에 진척 상황과 지연 배경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으며, 중앙운영위원회 차원에서도 과방 이전 촉구에 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학생회관에 위치하던 부서들 역시 이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면 학생 공간 확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다른 공간은 인문캠 내에 얼마나 남아 있을까. 본지의 〈1125호〉 「양캠의 been 공실들, to be 학생들의 공간으로」에서는 인문캠 내 '학교관리' 공간이 50개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본지가 재작년에 집계된 공간을 조사한 결과, 이중 일부는 다른 용도로 활용됐지만, 현재 최소 21개의 '학교관리' 공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박 팀원은 “'학교관리'로 표시된 공간은 현재 사용 여부뿐만 아니라 향후 공간 조정이나 신규 수요 등을 고려해 관리하고 있기에, 사용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실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종합관 지하 과방의 지상 이전에 대한 학우들의 생각은 어떨까. 설문에서 '종합관 지하 과방의 지상 이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은 결과 △찬성한다 186명(66.4%) △잘 모르겠다 55명(19.6%) △반대한다 39명(13.9%)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과방을 지상으로 이전할 경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는 △채광, 환기 등 공간 환경 132명(47.1%) △위치 및 접근성 67명(23.9%) △공간의 크기 44명(15.7%) 순으로 응답해 위치 및 접근성이 채광, 환기 등 공간 환경 개선의 뒤를 이었다. 이어 지상 이전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학우들에게 이유를 묻는 서술형 질문에 '다른 건물로 이전하게 된다면 수업과 과방을 오가는 데 불편이 생길 것 같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이는 지상 이전 과정에서 쾌적한 환경을 확보하는 동시에 학생들의 실제 이용 편의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내포한다.
총학생회는 학생회관으로의 과방 이전을 단순히 위치 변경을 넘어 전반적인 학생 공간 재구성 과제로 보고 있다. 강 회장은 “지상으로 올리는 게 목표가 아니라 학생회관을 학생들의 품으로 돌려주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전했다. 끝으로 강 회장은 “2학기가 된 와중에도 여전히 지하 과방을 지상으로 이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며 “임기 안에 반드시 완수해 낼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종합관 지하 과방의 지상 이전은 학생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학과 활동을 이어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정된 교내 공간을 공간을 어떻게 배정하고 활용할 것인지는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지하 과방의 지상 이전을 계기로 우리 대학의 학생 공간이 어떤 기준으로 배정되고 활용되는지 돌아봐야 한다. 과방 이전을 비롯한 교내 공간 재편 과정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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