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정에는 계기가 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무언가를 갈망하는 것도 불꽃이 타오르게 한 발화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발화점이 화려한 것은 아니듯, 필자의 시작 역시 그러했다. 기자가 되고 싶은 이유를 설명해야 할 때면 극적인 계기나 거창한 사건을 떠올려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필자는 기억도 희미한 어린 시절부터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뉴스를 챙겨봤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너무 당연해서였을까. 한때는 이 오랜 습관을 뒤로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더 넓은 세상에서 진로를 모색하고자 과감히 해외로 떠났다. 익숙한 궤도를 벗어나 완전히 다른 항로를 탐색하면서 역설적으로 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알게 되었다. '헤맨 만큼 내 땅이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낯선 환경을 마주했을 때조차 시선이 가장 먼저 머문 곳은 그 나라의 뉴스와 기사였다는 사실이다. 권력을 날카롭게 질타하고, 풍자화 한 장으로 성역 없이 의제를 던지는 언론의 고발정신에 가슴이 뛰었다. 필자가 지향하는 기자와 언론의 모습이 바로 그곳에 있었다. 단순히 눈앞의 세상을 평면적으로 받아 적는 것이 아니라, 이면을 낱낱이 파고들어 입체적으로 어두운 그림자까지 드러내는 일 말이다.
그렇게 한층 단단해진 확신을 안고 돌아와 학보사의 문을 두드렸다. 대학 언론 역시 거대한 사회의 축소판이다. 거대 담론이나 수치로 세상을 설명하는 기성 언론과 달리, 오직 학보사만이 기록할 수 있는 현장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수습기자는 그 치열한 기록의 첫걸음이다. 이제는 뉴스를 소비하던 관찰자를 넘어, 독자의 눈과 귀가 되는 진정한 기자의 문장을 써 내려가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