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콘텐츠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김도헌 동문(디미 14)은 하나의 현상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해석의 폭을 넓히는 것이 비평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음악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시대적 맥락을 살피며 동시대를 읽어왔다. 본지는 그를 만나 평론가로 걸어온 과정과 음악을 통해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을 글로 풀어내기까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 평론가 김도헌입니다. 명지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부에 재학하며 대중음악 평론 웹진 'IZM'의 에디터로 활동했고, 2019년에는 편집장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음악 플랫폼 '제너레이트'를 운영하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음악에 대한 관심이 평론으로 이어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특별한 재능이 있거나 악기를 잘 다루는 편은 아니었지만, 다양한 음악을 들으며 '이 음악은 왜 나왔을까'를 생각하곤 했어요. 그러면서 아티스트의 의도나 음악이 사회와 작동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글로 풀어내게 됐습니다.
당시 블로그에 글을 많이 썼는데, 꾸준히 조회수가 나오면서 나도 이 일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IZM'의 에디터 모집 공고가 올라왔고, 스무 살에 운 좋게 합격하면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대학 생활과 대중음악 평론 웹진 'IZM' 활동을 병행하셨는데, 당시 어떤 일상을 보내셨나요?
저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부터 'IZM'의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진로에 도움이 될 만한 전공을 찾다 보니 디지털미디어학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항상 수업이 끝나면 홍대에 있던 사무실로 가서 인터뷰를 준비하거나 대본과 리뷰를 쓰고 회의에 참여했어요.
이 과정에서 평생 만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음악가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매체를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웹사이트 구조를 바꾸거나 행사를 열고 강의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 실무에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직접 부딪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평론가로서의 길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IZM'에서 에디터로 활동한 지 1년쯤 됐을 때가 기억납니다. 스무 살 때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IZM'의 창립자 임진모 선생님께 갑자기 전화를 드려 술을 사달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제가 음악 평론가로서 가능성이 있나요?”라고 여쭤봤습니다.
당시 명지대학교에 합격한 상태였는데, 가능성이 있다면 학교를 다니며 `IZM' 활동을 계속하고, 그렇지 않다면 수능을 다시 볼 생각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선생님께서는 평론가로서 소질이 있으니 계속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 순간이 제가 평론가로서의 길을 결정지은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약 2년간 'IZM'의 편집장을 맡으셨습니다. 편집장으로 활동하며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편집장이 되고 나서는 음악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글을 쓰는 능력뿐만 아니라, 한 조직을 운영하며 매체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도 고민하게 됐어요. 특히 코로나19로 외부 강의나 행사가 거의 열리지 않으면서, 장기적으로 조직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당시 소셜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문토'에서 강의를 한 뒤, 그 경험을 'IZM'에도 적용해봤어요. 선후배 평론가들을 초빙해 20∼30명을 대상으로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후배들이 아카데미를 이끌고 있는데,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것 같아 그 모습을 보면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다
음악 매거진 '제너레이트'를 직접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21년 'IZM' 활동을 그만두면서 개인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것을 넘어 저만의 매체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너레이트'라는 이름은 어린 시절 사용하던 닉네임 'Zener'와 평론에서 점수를 매긴다는 의미의 'Rate'를 합쳐 만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는 'Generate'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뉴스레터 형태로 시작해 매주 음악계 소식이나 리뷰를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혼자 운영하다 보니 외부 일이 많아질수록 꾸준히 이어가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웹사이트를 정비하고,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올리기 위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현재는 아티스트 인터뷰와 특집 리뷰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직접 운영하는 매체에서 소재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우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생각보다 음악 평론가가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하는 경우는 많지 않거든요. 저도 국방일보에 매주 K팝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지만, 아이돌 음악만이 제 관심사는 아닙니다. 다른 장르에도 관심이 많고, 음악을 둘러싼 여러 현상에 대해서도 저만의 의견을 말하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소재를 정할 때는 동시대 사람들이 고민하는 지점을 짚으면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지를 생각합니다. 남들이 보는 시선대로만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반대로 너무 돋보이려고 해도 이상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현상을 정확하게 지적하면서도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 것, 평론을 하면서 항상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제너레이트'에 실린 글을 보면, 음악 자체뿐 아니라 그 배경과 시대적 맥락까지 함께 살펴보시는데요. 이러한 관점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시대의 변화는 음악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티스트가 왜 특정 음악을 레퍼런스로 삼았는지, 이를 지금 시대에 소환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중요하게 봅니다. 최근 '제너레이트'에 쓴 「BTS의 그래미 출품 거부를 두고」도 그러한 관점에서 작성했습니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는 아시아 팝 부문을 신설하며 아시아 언어를 '의미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고, BTS는 음악을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며 앨범 출품을 거부했습니다.
그래미가 '아시아 팝'을 언어로 구분한 방식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후 논의가 서구와의 대립이나 인종차별 문제로만 흘러가는 것을 경계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BTS 앨범이 한국적인 정체성을 내세우면서도 영어 가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나, 아시아 팝이 어떤 음악이 되어야 하는지 충분한 이야기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래미의 잘못을 짚는 동시에, 이 사건을 둘러싼 반응까지 함께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음악을 통해 시대를 바라보다
최근 음악 장르와 취향이 더욱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가장 먼저 음악 감상이 스트리밍 중심으로 바뀐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CD나 LP를 통해 음악을 들었기에 원하는 곡만 골라 듣기가 어려웠지만, 스트리밍은 듣고 싶은 음악을 곧바로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만을 계속 추천하기 때문에, 새로운 취향으로 확장되기보다 익숙한 취향 안에 머물게 할 수 있습니다.
이후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나 커뮤니티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취향은 더욱 파편화됐습니다. 여기에 짧은 동영상을 중심으로 정보가 맥락 없이 빠르게 공유되며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다른 장르나 생각을 접할 가능성은 오히려 줄어드는 초연결 시대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음악을 심사할 때 개인적인 취향과 별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한국대중음악상은 판매량보다 음악적 완성도를 중요하게 평가하는 시상식입니다. 저는 개인적인 취향과 맞지 않는 음악이라도 사회적으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안에 시대를 보여주는 징후적인 요소가 있다고 보고 맥락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힙합에는 과격하거나 반사회적인 메시지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음악이 대중적으로 주목받고 팬들의 관심을 환기했다면, 그 자체로 우리 사회에 던지는 어떤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는 시상식이 한 해를 마무리할 때, 해당 음악을 통해 그해의 모습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작성하신 칼럼 가운데, 평론가님이 중요하게 보시는 문제의식을 잘 보여주는 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올해 중요하게 보는 문제의식을 담은 글로 『에스콰이어』에 기고한 「인디란 무엇인가?」가 있습니다. 최근 인디 음악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들이 소비되는 방식도 점점 K팝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존 인디 밴드 중에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며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만들어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편 2026년 상반기 '한국인이 가장 많이 들은 노래' 1위를 기록한 싱어송라이터 한로로 씨는 소속사와 음악적 방향을 함께 만들어가고, 쇼츠나 포토카드 등 K팝에서 자주 보이는 홍보 방식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말하는 '인디펜던트'가 여전히 독립적인 창작 방식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특정한 감수성과 이미지를 가리키는 말이 된 것은 아닌지 짚어보고자 했습니다.
음악을 통해 오늘날 사회의 모습을 읽어낸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근에는 아티스트가 얼마나 주체적으로 창작하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얼마나 진정성을 보여주는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르티스예요. 이들은 안무와 뮤직비디오, 노래 제작에 직접 참여하며 주체적인 아티스트라는 점을 내세웁니다. 직접 창작한다는 사실 자체는 분명하지만, 그 결과물까지 온전히 진정성 있는 자기표현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봐요.
코르티스의 음악에는 짧고 파편적인 가사와 자극적인 사운드가 두드러집니다. 저는 이런 특징이 스마트폰과 숏폼, 스트리밍에 익숙한 오늘날의 콘텐츠 소비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취사선택하고, 음악 역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넘기는 식의 파편적인 소비 방식이 음악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특히 이런 음악이 실제로 대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에서 코르티스를 단순히 한 팀의 사례가 아니라 동시대의 감각을 보여주는 하나의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요즘 대학생들처럼 정말 똑똑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려운 세대가 없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저희 세대보다 훨씬 빠르다는 점이 참 부럽기도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뾰족하게 정하고 꾸준히 해나가다 보면 분명 좋은 기회가 올 겁니다. 다만 미래가 불확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과 비교하게 되지만 사람마다 삶의 속도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조금 느린 것 같더라도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앞으로의 길을 능동적으로 만들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