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뀐다, 아주 천천히, 사람에 의하여 〈1124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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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바뀐다, 아주 천천히, 사람에 의하여 〈1124호(개강호)〉
  • 이서하 편집장
  • 승인 2024.02.2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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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하 ㅣ 편집장
이서하 ㅣ 편집장

개강호 발행을 위해 찾은 학교에서 반가운 얼굴들과 안부를 물으며 외로움을 덜다 문득,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늘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살아간다. 인셀에 대한 기사를 쓰기는 했어도 마냥 그들만을 비난하고 싶진 않은 이유다. 그들은 자연발생하지 않았다. 누적된 사회의 문제점 속에서 등장했다.

인셀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좋은 대학에 왔으니 탄탄대로는 당연하다 믿는 사람들이 있다. 직업으로 계급 나누기를 일상으로 삼는 이들도 있다. 인셀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혐오하거나 차별하는 이들은 세상에 많고, 우리는 ‘혐오자들’과 함께 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혐오와 차별을 받는 이들에게 무한한 인내와 포용을 요구하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카롤린 엠케는 저서 『혐오사회』에서 “증오의 큰물이 계속 부풀어 오르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모든 이가 딛고 설 수 있는 튼튼한 지반을 닦아놓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한다. 한번 시작된 미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증오는 결국 증오하는 자마저 집어삼키기 때문이다. 그런 세상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뜻 있는 사람들은 항상 있었다.

노동자와 여성이 투표권을 요구했을 때 세상은 그들이 어떻게 정치를 하느냐고 비웃었다. 그러나 이제는 법적 성년 모두 동등한 투표권을 가지고, 아무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사랑도 그렇다. 세계 각국에서 동성혼 법제화와 생활동반자법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가톨릭은 그에 발맞춰 동성 커플에게 축복을 내리기로 결심했다. 투표권이 그렇듯 곧 사랑과 동행의 당연함을 모두 받아들일 날이 올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이런 식으로 세상은 ‘합의’하지 않아도 바뀐다. 함께 살 땅을 다지고자 소리치는 이들에 의해서.

필자에게는 올해가 ‘어떻게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해가 될 모양이다. 만약 필자처럼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학우들이 또 있다면, 이 자리를 빌려 명대신문에 도전해 보아도 좋을 거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필자가 지금까지 명대신문에서 느낀 것처럼,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자리에서 선한 영향력에 대해 치열히 고민하는 시간은 분명 앞으로의 삶에 큰 양분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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