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패스 춘추전국시대, 나에게 유리한 패스는? 〈1124호(개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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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패스 춘추전국시대, 나에게 유리한 패스는? 〈1124호(개강호)〉
  • 이수아 사회문화부 정기자
  • 승인 2024.02.2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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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시 관악구에 거주하며, 서울에 위치한 직장으로 통근하는 블로거 ‘나누기’씨는 기후동행카드를 출시 직후부터 사용했다. 교통요금으로 평균 8만 원을 지불하고 있었으므로 6만 2천 원의 기후동행카드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특히나 NFC 결제 기능이 지원되지 않아 실물카드를 구매하고 현금으로 충전해야 하는 IOS 사용자와 달리 안드로이드 사용자인 나누기씨는 모바일 카드 사용과 계좌이체가 가능하다. 나누기씨는 이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2.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며 서울시 동작구 소재의 대학으로 통학하는 곽씨는 기후동행카드를 선택하지 않았다. 평균 지불하는 14만 원의 교통비 중 절반 이상이 광역버스에 해당하는 요금이지만, 기후동행카드는 광역버스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매년 경기도와 경기교통공사가 진행하는 ‘경기도 청소년 교통비 지원 사업’을 신청해 최대 12만 원의 지역화폐로 교통비의 일부를 환급받고 있다.

지난 8월 국토교통부가 ‘알뜰교통카드’의 후신인 환급형 교통 정기권 ‘K패스’를 발표한 이후, 서울시가 정액권 ‘기후동행카드’를 발표했다. 그 뒤로도 K패스를 발전시킨 형태로 경기도와 인천시가 각각 ‘The경기패스’와 ‘인천I패스’를 출시했다. 기후동행카드는 지난달 23일 시범 운영을 시작했으며 K패스와 The경기패스, 인천I패스는 오는 5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공공교통이 △교통기본권* 확보 △교통비 부담 감소를 통한 소득 재분배 실현 △탄소 절감 등을 위해 그 필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현재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기후동행카드는 통합 정액권으로, 6만 2천 원에 서울지역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으며 3천원을 추가 지불하면 서울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지난 21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오는 26일부터 만 19세부터 34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 맞춤형 혜택으로 7천 원을 할인해 판매할 예정이다.

▲사진은 기후동행카드를 하차 태그하는 모습이다. (제공/ 블로거 금영쥐)
▲사진은 기후동행카드를 하차 태그하는 모습이다. (제공/ 블로거 금영쥐)

시범 운영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지난 18일, 기후동행카드 판매량이 누적 42만 2천 장을 기록했다. 젊은 층의 입소문을 타 2030 세대의 구매자가 증가했고 몇몇 수도권 지자체의 사업 참여 소식이 새롭게 전해져 예상했던 수준보다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듯 다양한 대중교통 패스 사이에서 가장 먼저 판매를 시작하고, 많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기후동행카드가 과연 기획 의도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 점검해보았다.

*교통기본권: 누구든지 보편적인 교통 서비스를 제공받아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

 

오직 서울만, 공동생활권 무시한 기후동행카드

기후동행카드로 지하철에 탑승한 경우 서울에서 승차해 타 지역에 하차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타 지역에서 승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기후동행카드 사용 가능 구간에서 탑승 후 불가능한 구간에서 하차할 시 역무원을 호출하여 적용 제외 구간을 일반 교통카드 기준으로 정산해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 않을 시 미태그로 간주하고 2회 누적 시 24시간 동안 사용이 제한된다. 버스의 경우에는 서울시 면허의 버스는 지하철과 달리 서울 밖 에서도 승차할 수 있고 하차하더라도 추가 요금이 부과되지 않지만 다른 시 · 도 면허의 버스나 광역버스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예외 적용이 문제가 되는 것은 수도권이 통합환승할인제도* 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수도권을 사실상 단일 생활 · 교통권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202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수도권의 시 · 도간 통근 · 통학 인구는 약 238만 명이며 그중에서도 경기에서 서울로 통근 · 통학하는 인구는 126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9월, 서울시가 독단적으로 패스를 공개하자 교통망을 공유하는 지자체들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김상수 경기도 교통국장(이하 김 국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2천 600만 수도권 교통 문제를 사전 협의 없이 서울시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하나의 생활권을 가진 수도권의 교통 문제는 특정 지자체만의 일방적인 발표가 아니라 3개 지자체간 공동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난제”라며 “독단적인 정책 추진 방침에서 벗어나 경기 · 인천 등과 함께 협력체계를 더욱 공고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해 11월, 돌연 인천을 시작으로 △김포시 △군포시 △과천시가 순서대로 기후동행카드 참여 업무 협약을 체결 했다. 오는 4월부터 기후동행카드의 범위가 인천 광역버스와 김포 광역버스, 김포골드라인으로 넓어지게 됐으며, 군포시 내 1호선과 7호선, 과천시 내 4호선도 포함될 전망이다. 하지만 김포시가 업무 협약을 체결한 직후, 김 국장은 즉시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서울시가 일부 지자체장과 개별 협의를 진행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또한, “도민의 교통편익 정책이 정당의 정치적 목적으로 변질되면 절대 안된다”며 앞서 김병수 김포시장이 김포시의 서울 시 편입을 제안한 ‘메가서울’ 구상이 교통 정책에 이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드러냈다.

*통합환승할인제도 : 환승 비용을 효과적으로 부여하여 대중교통으로의 유입을 강화할 방안으로 고안된 제도

 

‘기후’ ‘동행’ 카드, 두 마리 토끼 모두 잡으려면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6억 7,960만 톤이다. 특히 약 9천 3백만 톤의 도로 배출량은 연평균 4.1%씩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1km 이동을 기준으로 할 때 교통수단별 탄소 배출량은 △승용차 210g △버스 27.7g △지하철 1.53g이다. 이는 대중교통이 승용차보다 ‘탄소발자국’을 현저히 적게 남긴다는 걸 의미한다. 우리 대학 송효종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와 김명균 연구원은 “최근 버스나 경전철과 같은 대중교통은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며 “단편적으로 보았을 때 승용차를 운행하는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는것”이라고 대중교통 사용 확대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① 광역버스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진은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탄소공간지도로 지난 15일 19시 경 모습이다.

국토교통부가 지원하는 ‘탄소공간지도’ 시스템은 지역 주도 탄소중립 실현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국토 도시 분야 탄소 배출 데이터로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시각화한 것이다. 색이 진할수록 탄소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며, 서울 시내를 제외하면 지도상 경인고속도로(서울-인천), 서울과 경기 남부를 잇는 역할을 하는 서부간선도로(서울 서부), 경부고속도로(서울 남부-신갈)가 가장 붉은 색을 띠고 있다. 이 지도는 서울과 수도권 외곽을 잇는 도로 노선을 따라 많은 탄소가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집중 탄소 배출이 고속도로와 같은 집중 정체 지점을 따라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진정 탄소 배출을 절감시키기 위해선 광역버스 지원이 필수이다.

②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환경에 악영향을?

전 세계 각국은 대중교통 이용을 격려하고, 생활비 부담을 덜기 위해 대중교통 할인 이용권을 판매하거나, 요금을 동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은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버스의 경우 작년 한 해 두 번에 걸쳐 300원 인상됐고, 지하철 기본요금 또한 지난해 10월 150원을 인상한 이후, 올해 하반기 150원이 더 인상될 계획이다. 계속되는 인상에 대해 여러 환경단체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행태라는 것을 강조했다.

독일의 ‘9유로 티켓’이 그 선례이다. 9유로 티켓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상승하자 시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독일이 3개월간 한시적으로 판매한 티켓이다. 9유로 티켓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1만 2천 원을 지불하면 한 달 동안 고속열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할인 이용권이다. 9유로 티켓은 국민에게 큰 인기를 끌어, 독일 전체 국민의 60% 이상이 이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동안에 대중교통 이용이 25% 상승했으며, 이산화탄소 180만 톤과 대기오염 6%가 감소했다.

지난 5월, 독일은 한시적 판매가 아닌 현실적인 가격을 책정한 무제한 교통카드 ‘49유로 티켓’을 도입했다. 오세훈 시장이 기후동행카드의 힌트를 얻었다는 이 49유로 티켓은 우리 돈으로 약6만 9천 원이다. 그러나 기후동행카드의 범위가 서울 내로 그친 것과 달리 독일 전역이라는 점과, 버스 지하철 뿐만 아니라 철도와 전차 등 거의 모든 대중교통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동행카드가 자차 이용자를 대중교통으로 유인할 만큼의 가격적 혜택이 뛰어난지는 의문이다.

 

통일된 패스는 불가할까?

▲표는 대중교통비 지원 사업 간 비교를 나타낸 것이다. (출처/ 국토교통부)
▲표는 대중교통비 지원 사업 간 비교를 나타낸 것이다. (출처/ 국토교통부)

지난 22일, 국토부 및 수도권 지자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합동 기자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시작으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각각 △K패스 △기후동행카드 △The경기패스 △인천I패스에 대해 설명하고 기자들로부터 질의를 받았다. 이날 장관과 지자체장들은 근시일 내로 패스를 통합하는 것은 불가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이중 행정비용이 발생할지라도 패스를 통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교통은 ‘로컬적(지역적) 특징’을 갖는다며, 개인에게 유리한 패스를 골라 선택하거나 병행하여 사용하는 ‘즐거운 선택의 시간’이 될 것이라 답했다.

따라서 필자는 직접 유리한 패스를 찾아봄으로써 ‘즐거운 선택의 시간’을 경험해 보았다. 필자는 학교와 30분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으며, 등교를 위해 6호선을 탑승해 7019번으로 환승한다. 한 주에 한 번은 꼭 경기도 남부에 위치한 본가에 방문하기 위해 6호선에서 2호선으로, 다시 광역버스로 환승한다. 지난 11월 총 78,500원을 지불한 필자의 교통 내역으로 직접 어떤 패스가 가장 유리한지 계산해 보았다. 한 달 간 광역버스를 7회 탑승했으며, 서울시내 교통과 분리하기 위해 기본요금 2,800원으로 계산하여 총 19,600원의 비용이 들었다. 기후동행카드는 광역버스를 지원하지 않으므로 광역버스 탑승 이후 기본요금을 내는 것으로 계산할 시 환승 할인을 포함해, 서울 내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42회 탑승하여 총 62,600원의 비용이 들었다.

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와 국토교통부의 K패스다. 먼저, 청년 맞춤형 기후동행카드를 55,000원의 가격으로 사용할 시 7,600원(62,600원-55,000원)이 절약되며 광역버스 요금(19,600원)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 그러므로 총 74,600원(55,000원+19,600원)을 지불해야 한다. 필자가 국토교통부의 K패스를 신청할 시에는 월 15회 이상 60회 이하 사용했고, 만 19~34세에 해당하므로 78,500원의 30%인 23,550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총 54,950원을 교통 요금으로 지불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필자에게는 K패스가 더 유리하다.

과연 모든 국민이 자신에게 유리한 패스가 무엇인지 계산하는 ‘즐거운 선택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신이 달마다 얼마큼의 교통요금을 지불하는지, 어떤 정책이 신생 되고 있는지, 그 정책의 실시간으로 추가되고있는 사항이 무엇인지, 신청 방법은 무엇인지까지. 아는 사람만 계속해서 ‘즐거운 시간’을 누리고,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정책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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