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종교분쟁
상태바
영화 속 종교분쟁
  • 관리자
  • 승인 2009.10.07 1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속 종교분쟁 <슬럼독 밀리어네어>

5-3. 영화 속 역사의 재인식.jpg

                                                                     
2009년 할리우드 최고의 화제작은 누가 뭐래도 아카데미상을 8개 부문이나 수상한 <슬럼독 밀리어네어>다. 이 작품은 발리우드영화, 즉 인도영화가 아닐까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인도적인 색채가 아주 강하다. 여주인공을 비롯한 많은 등장인물이 인도인이고, 음악도 인도음악이며, 무대도 인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엔딩 부분에 수십 명이 나와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만 본다면 인도영화라고 선뜻 판단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발리우드영화가 아니다. 대니 보일이라는 영국인 감독에 의해 서구적인 시각을 내재한 작품이다. 또한, 권선징악적이며 해피엔딩이라는 인도영화의 공식을 따르면서도, 현 인도사회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그럼 이 영화에 나오는 인도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장구한 세월에 걸쳐 뿌리 깊게 내재된 종교분쟁이다. 영화는 이렇게 심각한 사회문제를 전혀 무관해 보이는 퀴즈쇼의 문항과 주인공 자말의 체험을 연결하여 접근한다. “라마신이 오른손에 들고 있는 게 무엇입니까”라는 문제를 자말은 책이나 공부를 통해서 맞추지 않는다. 바로 어머니가 살해된 현장에서 그 자신이 도망치는 와중에 라마신의 복장을 한 힌두교도 소년이 오른손에 활과 화살을 들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다. 어머니가 힌두교의 광신도들에게 맞아 죽는 광경을 지켜보는 것보다 충격적인 장면이 있을까.
더욱이 그 광란의 현장에서 어느 주민이 온몸에 불길이 휩싸인 채 고통스럽게 죽는 끔찍한 광경도 있다. 그때 자말은 주변에 있던 경찰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비정한 태도에 세상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그 경찰에게는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울부짖는 사람이 인도인이 아닌 이 세상으로부터 없어져야 할 이교도(이슬람교도)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종교 간의 갈등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가장 높은 단계가 종교 아닌가. 특히 역사적으로도 한 사회 속에서 색깔이 전혀 다른 종교나 종파는 공존하기 어려웠다. 서양 근대사를 휩쓴 전쟁도 바로 십자군원정과 위그노전쟁이었으며, 인도는 그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종교 차원을 넘어서 생활 전반을 지배하는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인도사회 안에서 맞부딪쳤기 때문이다.       
11세기부터 투르크족이 북부 인도를 지배하면서 외래종교인 이슬람교와 토속신앙인 힌두교가 마찰을 빚기 시작한 인도. 16세기에 건설된 무굴제국 시대에는 종교 탄압이 더욱 심해져서 계급 간의 충돌을 야기했다. 이슬람교도인 소수의 지배계급과 절대 다수의 힌두교도 평민이 극단적인 대립을 한 것이다. 거기에다가 힌두교를 탄압했던 무굴제국이 멸망하고 영국의 식민통치가 시작되자, 다시금 종교 갈등이 격화되었다. 그동안 억눌렸던 힌두교도들이 이슬람교도들에게 잔혹한 보복을 하고, 이슬람교도 역시 격하게 맞섰다. 따라서 1947년경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을 때, 순전히 해방의 기쁨만을 만끽할 순 없었다. 다시금 인도 전체가 두 종교 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전쟁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힌두교를 믿는 인도와 이슬람교를 숭상하는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로 분열되었다.
그러나 분리 독립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이러한 종교문제로 인도인들이 존경하는 여러 지도자들도 목숨을 잃었다. 특히 간디와 인디라 간디 여사 모두 종교적인 갈등으로 피살당했다. 간디는 광신적인 힌두교도에게 암살 당하고, 인디라 간디 여사는 시크교도 분리주의자들을 과잉 진압한 것이 화근이 돼 자신의 경호원인 시크교도들에게 살해 당했다. 그리고 아직도 종교분쟁의 파장은 식지 않았다. 오늘날에도 매년 이 영화의 무대인 뭄바이를 비롯하여 이슬람교도가 다수 뿌리내린 인도 북부지역에는 폭탄테러가 끊이질 않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2008년 11월 뭄바이에서 일어난 사건은 소위 인도판 9.11테러라고 불릴 만큼 충격적이다.
끝으로 자말이 빈민촌에서 사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인도사회 슬럼가에 사는 이들이 바로 자말과 같은 이슬람교도 혹은 힌두교와 밀접한 카스트제도의 비천한 신분이다. 영화 속 뭄바이는 두 가지 대조적인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있다. 얼핏 봐도 느껴지는 비약적인 경제발전의 중심지라는 화려한 외양과 함께 종교분쟁의 화약고이자 인도 최대의 빈민가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연동원 역사학자ㆍ영화평론가    
임선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 인문캠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거북골로 34 (명지대학교) 학생회관 2층
  • 자연캠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로 116 학생회관 2층
  • 대표전화 : 02-300-1750~1(인문캠) 031-330-6111(자연캠)
  • 팩스 : 02-300-175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승환
  • 제호 : 명대신문
  • 창간일 : 1954년 11월
  • 발행인 : 유병진
  • 편집인 : 송재일
  • 편집장 : 한지유(정외 21)
  • 디자인·인쇄 : 중앙일보M&P
  • - 명대신문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명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upress@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