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0일, 비영리단체인 사회발전조사기구가 발표한 ‘2019 사회발전지수(Social Progress Index)조사’에서 대한민국은 86.61점으로 세계 23위를 차지했다. 사회발전지수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유엔이 설정한 17가지 개발 목표를 기준으로 국가별 상황을 평가하고 삶의 질을 측정하는 것이다. 그 중 △영양 △기본 의료지원 △물 · 위생 △주거 △개인안전 등을 포함하는 인간의 기본 욕구부문에서는 96.87점으로 7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사회발전지수, 세계적으로는 높은 순위를 달린다. 그러나 개개인의 우리는 여전히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다.
2017년에도 인문캠 학생회관 1층 여자화장실에서 불법촬영 범죄가 발생했다. 배움의 공간인 학교에서, 학생들이 가장 안전을 보장받아야 할 공간에서조차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공공장소는 더 큰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2년 뒤 인문캠 화장실 내 불법촬영 범죄가 ‘재’발했다. 再(거듭 재). 이는 다시 일어났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언제든지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의 의미이기도 하다. CCTV 추가 설치, 비상벨 설치 등의 조치는 아직 진행 중이며 실질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것은 학생복지위원회에서 제공하는 ‘불법 카메라 간이 적발 카드’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결방안은 모두 후속 조치일 뿐이다. 우리는 후속 조치가 아닌 예방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외양간만 고치고 있을 것인가?
지난해 10월, 외부인 남성이 동덕여자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음란행위를 한 기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더욱 놀라웠던 일은 이후 학교의 조치였다. 곧바로 모든 건물에 학생증을 찍어야만 들어갈 수 있도록 카드 리더기를 설치했고, CCTV 관리 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쩌면 주택가 인근에 위치해있어 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로운 우리 대학 인문캠에 가장 필요한 조치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피해자는 늘어가지만, 용의자는 수색조차 어려운 현실. 이를 두고 범죄 예방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학생을 위한 복지를 즉시 실천하는, 학생을 위하는 학교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다. 그 과정이 복잡하고 번거로울 수도 있다. 그러나 번거로움이 불편함을 대신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번거로움을 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