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Show는 NO! <10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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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Show는 NO! <1064호>
  • 이정환 기자
  • 승인 2019.11.1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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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만연한 노쇼, 사회적 인식부터 개선되어야 ...

지난 7월 말, K리그 올스타와 유벤투스의 이벤트 경기에 축구 스타 호날두가 단 1분도 뛰지 않아 공분을 자아냈다. 이른바 호날두 *노쇼 사태로 많은 축구팬들이 호날두를 ‘날강두(날강도와 호날두를 합친 합성어)’로 부르며 호날두의 책임감 부족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호날두 노쇼를 지적하는 우리는 과연 노쇼로부터 자유로울까? 안타깝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쇼(No Show): 좌석 예약을 했지만 취소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예약 부도 현상을 지칭하는데 항공업계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예약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예약 후에 취소 연락 없이 예약 부도를 하는 모든 현상을 노쇼라 칭하고 있다.

우리들의 부끄러운 민낯 "노쇼(No Show)"

예약제도는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편리한 도구다. 예약제는 △식당 △영화관 △미용실 등을 비롯해 학내 스터디룸과 소극장 예약까지 우리의 삶과 밀접해 있다. 하지만 예약해놓고 아무런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어 사업체에서는 손해가 막심하다고 한다. 노쇼가 소비자로서는 언제든지 쉽게 행해질 수 있는 약속 파기이지만,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생존에 큰 위협을 주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문제 해결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2016년, 녹색소비자연대(이하 녹소연)의 ‘예약문화(예약부도) 조사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342개의 사업체 중 67%가 ‘노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상당하다’고 답변했으며, 95%가 ‘노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노쇼로 인한 사회 전반의 경제적 피해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노쇼로 인한 피해 규모를 조사한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음식점 · 미용실 · 병원 · 고속버스 · 소규모공연장 등 5대 서비스 업종에서 노쇼로 인한 매출 손실은 연간 약 8조 원, 이로 인한 고용손실은 연간 약 10만 8천 명으로 나타났다.

노쇼 피해 관련 도표

 

소수의 노쇼, 다수의 불편함

2001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음식점 노쇼 비율은 11.2%로 나타났지만 14년 뒤인 2015년, 조선일보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음식점 노쇼 비율이 20.0%로 나타나 예약 문화에 대한 의식 부재가 점차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2001년 이후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음식점 내에서의 노쇼 빈도수가 약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노쇼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는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음식점 사장들은 연말연시가 되면 노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듯 보였다. 콩나물국밥 식당을 운영하는 이미자 씨(60)는 “산업공단 부근에 식당이 있어 연말에 여러 팀의 회식 예약이 들어온다. 하지만 그중에 꼭 1~2팀은 노쇼가 발생해 피해가 상당하다”며 “단골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노쇼 고객을 제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고, 고객들도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
는 것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SNS에서도 무책임한 노쇼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7월 17일, 제주에서 국토대장정을 하던 대구대 학생 60명은 김녕 해수욕장 한 카페에 한라봉 차 60잔을 예약했다. 하지만 예약시간 직전, 대구대관계자는 예약 주문을 취소한다는 말만 남기고 카페를 찾지 않았다. 이미 60잔의 한라봉 차를 전부 준비했던 A 사장은 대구대의 노쇼 횡포에 대한 경제적 피해와 억울함을 SNS 계정을 통해 게시했다. A 사장이 올린 게시글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져 유명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구대 측은 공식 페이스북에 학생처장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게시했고, 같은 달 20일 오전, 대학 관계자와 총학생회장 등이 해당 카페에 방문해 사과하며 사건이 일단락됐다.

증가하는 노쇼 메꾸려 **오버부킹 속출, 예약시간 맞춰오려는 고객들이 되려 피해 봐...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쇼 비율이 높아지자, 미용실과 병원 등의 일부 사업체는 노쇼로 인한 매출 손실을 메꾸기 위한 수단으로 오버부킹을 하고 있다.

▲사진은 ‘예약제를 운영하지만 상황에 따라 지연될 수 있으니 양해를 바란다’는 한 미용실 안내문이다

서울 강서구의 한 미용실은 예약 정원의 일부를 오버부킹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해당 미용실 실장은 “업계 특성상 노쇼 비율이 상당해 어쩔 수 없이 오버부킹을 받고 있다”며 “‘예약제로 운영 중이지만 상황에 따라 다소 지연이 있을 수 있다’고 공지하며 일부 예약 손님들을 대기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초과 예약을 받았다가 예약 고객이 몰릴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비스 한도를 넘는 사람이 몰리면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서비스 시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실장은 “결국 예약 시간에 맞춰 온 손님들도 기다려야 하거나 미용 시간이 줄어드는 등 어떻게든 피해를 본다”며 “오버부킹한 예약 손님이 갑자기 몰릴 때는 잔머리 가다듬기를 대충 하는 방법 등을 택해 서비스 시간을 억지로 줄이고 있다”고 말하며 노쇼와 오버부킹의 폐해가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소비자가 병원의 오버부킹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화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정 모씨(24)는 “예약제로 운영하는 강남의 한 유명 외과에 통원했는데 병원을 갈때마다 적게는 15분, 많게는 1시간가량 늘 기다려야 했다”며 “병원 측의 오버부킹 때문에 오랜 기다림에 화가 난 일부 환자들이 간호사들에게 강한 불만을 내비치며 중도에 나가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오버부킹(Overbooking): 직역하면 예약 초과를 의미하지만, 보통 예약취소 등을 대비하기 위해 서비스 가용 인원수보다 많은 예약을 받는 것을 통칭한다

공정위, 노쇼 방지안 시행하지만 법적 구속력 없어... 관련 법 제도 매우 미흡해

지난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일명 노쇼 방지안이라 불리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을 시행했다. 해당 개정안은 외식 서비스업에서 연회 시설 운영업과 그 이외의 외식업으로 구분했고, 예약 취소시기에 따라 위약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안은 현실에서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 다음 사례들은 실제 있었던 일들을 각색한 것임.

사례1: 지난 6월, 허 모씨는 공연 관람을 하려다가 출연진 중 일부가 나오지 않는 노쇼 피해를 당했다. 허씨는 공연 당일 현장에서 티켓 2장을 15만원에 구입했다. 그러나 공연 5시간 전에 급작스러운 출연자 노쇼 안내를 받았다. 허씨는 티켓 환불을 요구했으나 주최 측은 "환불은 온라인 예매자에 한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공정위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에 따르면 공연업의 경우 공연업자의 귀책사유로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할 때 입장료의 전액환급 및 입장료의 10%를 배상받을 수 있다.

사례2: 지난 8월, 윤 모씨는 결혼박람회에서 신혼여행 상품을 구매했지만 일정상 신혼여행이 불가해 구매 이틀 뒤, 결혼박람회 관계자에게 신혼여행 상품 취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결혼박람회 관계자는 내부 규정상 환불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정위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에 따르면 결혼박람회에서 판매된 신혼여행 상품의 경우 ‘방문판매’에 해당해 청약 철회 기간인 14일 이내에 별도 수수료 없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단체 등에서 분쟁 조정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다수의 개별 사업자가 이에 따라 피해 보상 기준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노쇼 방지를 위한 유일한 관련 제도인 해당 개정안은 위 사례처럼 법적 강제력은 없는 합의 · 권고 기준이라는 한계점을 지닌다. 따라서 공정위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개정안이 노쇼 근절을 위한 정부 대책으로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례로 환급규정안 지침으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속한 숙박업의 경우, 일부 숙박업자들이 법적 효력이 없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자체적인 환불규정안을 만들어 폭리를 취하고 있다. 이에 1372 소비자상담센터 관계자는 “노쇼 위약금 관련 법규가 없어 사업장의 과도한 환불규정을 제지 할 수 없다”며 “펜션 등 숙박업소를 계약할 때 과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곳은 피하거나 공정위에 해당 업소를 민원제기를 하여 공정위의 조치가 취해지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국가 차원에서 노쇼 위약금 관련해 공권력을 행사할 방법이 없는지를 묻는 질문에 1372 소비자상담센터 관계자는 “소비자가 사업자의 과도한 위약금 요구에 불복할 경우, 한국소비자원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구제신청’을 접수해 분쟁 조정을 받아야 한다”며 “조정위원회에서 쌍방의 의견을 들은 뒤, 안을 내고 사업자와 소비자가 해당 안을 수락할 때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해 비로소 해당 안을 집행할 공권력을 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재에서도 노쇼 피해 많아...

시험기간에 스터디룸을 사용하려던 박수빈(정외 14) 학우는 “도서관 어플로 확인시 스터디룸이 만석이었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공실이 많았다”며 “조별 활동을 위해 빈 스터디룸을 두고 카페로 발길을 돌려야 할 때 상당히 허탈했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에서 진행하는 취업관련 특강과 세미나에서도 노쇼 문제는 상당하다.

MJ대학일자리센터 강버들 선임컨설턴트는 “노쇼에 대한 불이익이 없어 학생들이 학교행사에서 불참에 대해 무심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학교를 대표해 외부에서 진행되는 투어 관련행사에서 노쇼로 인해 빈자리가 다량으로 발생할 경우, 초청 강사님들에게 담당자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인원제한 문제 때문에 행사에 못 오는 친구들을 생각해서라도 학생들이 노쇼를 하지 않길 바라며, 행사 신청을 할 때 해당 행사에 꼭 참여할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행사 신청을 하길 바란다”고 학우들에게 당부했다.

▲MJ일자리센터의 IBK투어 공고문 중 ‘노쇼(No Show)’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는 글이 게시돼있다.

노쇼를 줄이기 위한 많은 노력에도, 전문가 "노쇼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 필요해"

노쇼 피해 구제에 한계가 있자, 노쇼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노쇼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앱 ‘노쇼노노’는 손님이 전화를 걸면 해당 전화번호를 추적해 해당 손님이 노쇼 할 확률을 알려주는 어플이다. 해당 서비스는 고객의 과거 노쇼 이력이 스마트폰에 뜨게 해 고객의 예약 부도 확률을 줄이고 있다. 노쇼노노 대표 구경모 씨는 “노쇼노노는 사업주가 등록한 고객 정보만을 갖고 노쇼 확률을 알려주는 앱이다. 이 앱을 통해 예약은 사회적 약속이라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예약 부도율이 높았던 대형병원들은 카카오의 정보성 메시지 발송 서비스 ‘카카오톡 알림톡’을 도입해 진료 하루 전이나 당일에 예약 환자에게 일정을 다시 안내하는 방식으로 예약 부도율을 크게 낮췄다. 지난 2016년, 서울대병원은 카카오톡의 알림톡 기능을 이용해 진료일 전날 환자에게 예약을 환기하는 메시지를 발송하고, 일대일 채팅을 통해 예약 취소나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해당 병원의 예약 부도율이 기존 13.0%에서 8.7%로 크게 낮아졌다. 해외에서도 노쇼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32,000여개 음식점의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오픈테이블(OpenTable)’은 예약할 때 신용카드 정보를 요구해, 예약 불이행이 발생하면 위약금을 부과한다. 그리고 4회 이상 소비자의 예약 부도가 누적될 경우에는 해당 아이디로는 더 이상 예약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해 예약 부도율을 낮추고 있다. 이처럼 노쇼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대두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의식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현실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양세정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예약문화가 일반화된지 오래되지 않기도 했지만 모르는 사람과의 관계를 소홀히 여기는 문화가 반영된 결과다”라고 분석하며 “이런 문화를 바꿔나가는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제시된 녹소연의 ‘예약문화(예약부도) 조사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노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92%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도 노쇼에 대한 문제점에 공감해, 장기적 관점에서 노쇼 문제가 충분한 공론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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