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는 대한민국, 당신도 혹시 분노조절장애?〈10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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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하는 대한민국, 당신도 혹시 분노조절장애?〈1063호〉
  • 유근범 기자
  • 승인 2019.11.0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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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조절장애’의 정식명칭은 ‘간헐적 폭발 장애’ 혹은 ‘충동조절장애’다. 분노를 참거나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과도한 분노의 표현으로 △물리적 △신체적 △정신적 측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피해를 경험하게 된다. 실제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 ‘분노조절장애’로 발생한 우발적 범죄 사건들이 늘면서 우리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됐다. 이에 본지는 간헐적 폭발 장애 증상과 이를 이겨내기 위한 치료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간헐적 폭발 장애란?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 따르면, 분노는 말과 행동이 돌발적이고 격렬하게 표현되는 본능적인 감정이다. 특히 불합리한 상황이나 정신적으로 고통을 가져오는 사건, 충격을 겪은 이후에 나타나는데 이것이 △무력감 △부당함 △좌절감 등의 부정적인 형태로 지속될 경우 개인의 의지로 조절하기는 어려워진다. 결국 이러한 분노는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드러내거나 마음속에 품고 있게 되는데 이때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병적으로 표출되는 것을 간헐적 폭발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 질병코드 F638이라고 한다.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상담복지학과 여한구 교수(이하 여 교수)는 간헐적 폭발 장애에 대해 “화나 분노를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으로, 심리적 억압이 강해지면 한순간 폭발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태도적 문제”라고 의견을 전했다.

뇌를 순간적으로 마비시키는 간헐적 폭발 장애

▲인간의 뇌 기능 (출처/ 조선일보)

건강 관련 주식회사 '하이닥'에 따르면, 간헐적 폭발 장애 증상 시, 논리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전두엽’ 기능이 순간적으로 마비된다. 통합적으로 신체를 조절하는 뇌의 기능이 순간적으로 멈추는 것이다. 이때 감정 조절 중추인 변연계와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서로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이성적인 설득이나 타협이 도저히 불가능한 상태로 변한다. 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돼 최고 농도에 달하며 분노가 폭발하는 상태가 된다. 간헐적 폭발 장애가 만성적으로 이어질 경우 과다한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로 인해 전두엽의 기능은 저하되며, 신체의 면역체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

간헐적 폭발 장애는 충동적 분노 폭발형과 지속적 분노 폭발형 크게 두 가지 양상으로 나뉘게 된다. 충동적 분노 폭발형은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어 분노가 폭발하는 것으로 ‘다혈질’로 대표되는 기질적 특성을 타고난다. 하지만 분명 다혈질과는 다른 점이 있다. 여 교수에 의하면 “다혈질을 화를 잘 내는 성격이라고 봤을 때, 분노조절장애는 평소에는 상당히 차분하거나 착해서 드러나지 않다가 순간적으로 헐크가 되는 것과 같은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지속적 분노 폭발형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분노 표현 자체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학습한 사람들이 ‘목소리가 크면 이긴다는 식’의 경험을 통해 시간이 갈수록 분노 표출 빈도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에 경기대학교 교정상담교육대학원 류창현 교수는 “지속적 분노 폭발은 정서적 추론과 가정에 기반을 둔 자기합리화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그 외에도 환경적, 사회 심리적으로 볼 때 아동기에 학대와 방임, 부모 간의 불화 등이 많았던 환경에서 성장한 경우 이 장애가 더 흔하게 일어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다. 이러한 간헐적 폭발 장애가 건강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해결 또는 표출하지 못하게 된다면 지속적으로 △대인 관계적 △사회적 △업무적 상황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더 나아가 공격적인 행동 문제가 생길 경우, 큰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간헐적 폭발 장애, 4년새 1,000명 가까이 증가해

▲간헐적 폭발 장애 진료 인원 추이 (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분노조절장애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5,986명으로 집계됐다. 4,934명이었던 2013년 이후 4년 새 1,052명이 증가한 것이다. 연령별로 증가폭은 △10대 19% △20대 29% △30대 20% △40대 12% △50대 8%로 나타나면서 청년층의 증가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남성의 경우 간헐적 폭발 장애 환자 수가 2012년 943명에서 2016년 1,581명으로 총 67.7% 상승했고, 20대 여성의 경우 2012년 181명에서 2016년 232명으로 총 28.2% 상승했다. 이처럼 청년층 간헐적 폭발 장애 환자 수는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정상적인 사회적 기능을 하는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간헐적 폭발 장애,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청년이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는 아르바이트생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분노로 표출돼 살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지난 8월 12일 구로구의 한 모텔에서는 손님이 반말로 시비를 걸며, 숙박비 4만원을 주지 않자 종업원이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범죄 전문가들은 이 두 사건을 모두 ‘무시’와 ‘모멸감’ 등 마음속 화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해 발생한 간헐적 폭발 장애를 원인으로 진단했다.

앞선 사건들처럼, 간헐적 폭발 장애로 인한 흉악한 살인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간헐적 폭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분노 상황에서 정서나 행동에 대한 자기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언어적 폭력이나 신체적인 공격, 재산파괴 등 본인과 타인에게 큰 위험을 가할 수 있다. 단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명호 교수(이하 임 교수)는 “결국 간헐적 폭발 장애는 충동, 분노 조절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범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추론 할 수 있으며, 그러한 보고는 과거에도 충분히 있었다”고 밝혔다.

▲살인기수 및 살인미수 범죄자 범행동기 (출처/ 경찰청)
▲살인기수 및 살인미수 범죄자 범행동기 (출처/ 경찰청)

실제, 2018년 경찰청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살인 범죄자의 범행 동기는 우발적인 경우가 32.9%로 가장 높았다. 살인미수자 범행 동기는 50.0%로 더 컸다. 범죄에 있어 우발적 동기가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만큼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간헐적 폭발 장애에 대한 정책 또한 필요해 보인다.

20대 분노 표출형 화병, 결국 간헐적 폭발 장애로…

▲화병 환자 연령별 증감 추이 (출처/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

최근 화병의 트렌드 역시 ‘참는 화병’에서 분노의 표출이 잦고 고함을 지르는 ‘분노 표출형 화병’으로 변하고 있다. 분노 표출형 화병은 간헐적 폭발 장애처럼 폭발적으로 고함을 지르거나 욕을 하고 물건을 던지는 행동이 반복된다. 이에 임 교수는 “화병은 문화 증후군(culturebound syndrome)이라 하며, 정식병명은 아니다. 하지만 화병과 간헐적 폭발 장애는 억압된 분노, 억압된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충분히 개연성이 있으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화병 진료 환자는 2015년 1만 2,700명에서 2017년 1만 3,872만 명으로 10% 가까이 증가했다. 화병 환자를 연령대로 보면 △50대(3,114명, 22.6%) △60대(2,636명, 19.2%) △40대(2,083명, 15.1%) 순으로 많았다. 한편, 2년간 연령별 화병 환자 상승 추이를 살펴보면 △10대 75.0% △20대 73.2% △30대 42.6% 순으로 상승해 10대에서 30대 젊은 층에서 급성 화병 증가율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는 사회 양극화, 소외감, 상대적 박탈감, 구조적 모순 및 부조리 등 사회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10대~30대 화병을 증가시킨 것으로 보인다. 임 교수는 “Y세대라 불리는 세대들이 공부도 정말 열심히 한 세대들이며 경쟁적인 사회에서 생활을 했지만 최근 들어 취업난, 경제적인 상황이 안 좋아지자 사회에 대한 박탈감이나 피해 의식이 클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전했다. 아울러 “사회생활의 초년생으로서 본인이 그려왔던 사회생활과는 달라 거기에서 오는 실망감과 분노가 많이 표출되는 것으로 추측 된다”고 말했다.

간헐적 폭발 장애 치료 가능할까?

그렇다면 무조건 화를 낸다고 해서 다 간헐적 폭발 장애인가? 그렇지 않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혹은 화가 날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화를 낸다면 간헐적 폭발 장애를 충분히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도 감이 잘 안 온다면 다음의 항목으로 자신의 분노 조절 능력을 평가해보자.

이 중 1~3개의 항목에 해당하면 어느 정도 감정 조절이 가능한 단계이다. 4~8개에 해당할 경우 감정조절 능력이 약간 부족한 단계로 본다. 9개 이상에 해당하면 분노 조절이 힘들고 공격성이 강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간헐적 폭발 장애를 단순히 성격적 특징으로 생각하여 이를 방치할 경우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임 교수는 “간헐적 폭발 장애가 범죄랑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본인과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분노조절장애의 정도가 심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가족 또는 친구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분노조절장애는 과거에 부정적 사건을 경험하면서 생긴 부당함, 억울함 등에서 비롯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당시 화가 났던 상황을 기억해서 내가 어떤 부정적 사고와 감정 때문에 화가 났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여 교수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적절히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며 “억압된 감정을 분출하는 거친 방법에서부터 적절하게 자신을 표현하거나 고급스럽게 표현하는 유머나 승화 등의 고급스러운 자기표현의 기술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평소에 화를 잘 참기 어렵거나 본인이 쉽게 흥분하는 성격이라면 다음의 생활습관을 따라 해보는 것도 좋다.

간헐적 폭발 장애는 나쁜 성격과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질환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당신도 분노를 잘 참지 못한다면 자신만의 분노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고 감정을 잘 다스리는 역량을 길러 건강한 정신을 만들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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