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그들 <10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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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그들 <1055호>
  • 구교웅 수습기자 / 김태민 수습기자
  • 승인 2019.05.07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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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내 곳곳의 노동자를 만나다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근로자의 날은 노동자(근로자)의 권익 신장을 위해 제정된 법정기념일로 ‘메이 데이(May day)’라고도 불린다. 학우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고 있는 교내 노동자들. 평소엔 무심코 지나쳤을 지도 모르는 그들의 이야기를 노동절을 맞아 명대신문이 조명해봤다. 
 

우리 대학을 지키는 눈! 경비 상황실을 찾아가다

▲사진은 인문캠 경비상황실에서 근무하는 남태산(67) 관리소장의 모습이다.

인문캠 본관 엘리베이터 앞, 수업시간을 앞두고 수많은 학우가 줄을 서는 곳 바로 왼쪽에는 경비상황실이 위치해있다. 수없이 지나쳤지만 직접 들어간 적은 없던,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곳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경비원 3분이 쉴 새 없이 CCTV를 지켜보며 본교 내 상황을 총괄하고 있었다. 우리 대학 인문캠에 근무하는 경비원은 총 17명. 그들은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 어디에나 있었다. 그곳에서 올해로 근무 7년 차인 남태산(67) 관리소장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 요청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본지 기자를 따뜻하게 맞이했다. 그의 주요 업무는 경비원과 미화원의 총괄 담당 업무로, 특히 그 중에서도 경비 업무를 주 업무로 삼고 있다. 업무 강도에 대해 묻자 그는 “수년간 일해 온 데이터가 축적돼 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그 대신 야간 근무 때문에 힘들어서 그만두는 이들도 가끔 있다”고 답했다. 야간 시간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평소보다 어렵다고 말하는 그는 무서워서 힘든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무서운 것보다는 본관 5층이 주거구역과 연결되어 있어서 외부인들이 갑자기 들어와 당황한 적이 있다”며 “그래서 밤에 업무하는 것은 항상 경계심과 긴장감이 든다”고 말했다.

기억나는 일화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자정이 지나 주변 고등학생들이 들어와 시설물을 부수고 소화기를 복도에 뿌린 뒤 도망가는 일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생일축하 파티를 한 것이었다”라고 답했다. 어두운 표정으로 담담히 회상하는 그의 표정에서 당시 겪었을 노고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그는 조심스럽게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현재 증축공사로 우리 대학의 흡연구역이 줄어들면서 학생들이 흡연을 아무 곳에서 하는 것 같다”는 아쉬움과 함께 “학생들이 좋아 근무를 했고 여전히 명지대 학생들이 정말 좋지만, 그것만 고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학교에 공원이 많이 있어서 낙엽이나, 쓰레기 처리장이 곳곳에 있어 화재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지정 구역에서 흡연할 것을 당부 드리는 것이다”며 말을 마쳤다.

경비원, 그들은 우리가 신경 쓰지 않는 부분에서도 섬세하게 신경 쓰며 우리 학교의 시설물과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 고단한 일과를 하는 그들에게 환한 미소로 “고생 많으세요” 한마디 건넨다면 그들의 피로회복제가 될지도 모른다.
 

어서오세요! 꿈을 파는 명지서점입니다

▲사진은 인문캠 학생회관 1층 명지서점에서 근무하는 박상언(49) 점장의 모습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학우들이 드나드는 인문캠 학생회관 1층에는 명지서점이 있다. 본지 기자도 학기마다 새 전공 서적을 사러 들리곤 했던 그곳에 다른 목적으로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 긴장을 머금고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처음 본 장면은 한 중년의 남성이 바쁘게 책을 옮기고 있는 모습. 그에게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환한 미소로 기쁘게 기자를 맞았다. “어서 와요. 인터뷰 뭐, 해줘야죠.” 그의 인자한 미소에 긴장감이 사르르 녹았다.

서점 운영 경력 6년 차인 박상언(49) 씨는 명지서점의 점장이다. 그는 우리 학교에 6년 전부터 근무했으며 본사에서 4년 근무한 뒤 첫 근무지였다고 한다. 장기근무를 하면서 학생들을 마주칠 기회가 많았던 그는 기자에게 기억에 남는 일화를 들려주었다. “옛날에 친하게 지내던 사회복지학과 여학생이 있었는데, 그녀가 취업하고 나서 다시 찾아와지금껏 고마웠다고 인사한 것이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하고 보람찼어요”라며 소회를 밝혔다.

한편, 일하면서 겪는 스트레스에 대해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어려운 점이나 스트레스는 별로 없어요”라며, “뭐, 나야 학생들 상대로 영업하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어려운 건 없죠. 하지만 가끔 인사도 안 받고 눈도 안 마주치고 가는 학생들이 간혹 있는데, 그럴 때마다 조금 서운할 뿐이죠”라며쓴웃음을 지었다.

가끔 밝게 웃어주는 학생들을 보면 힘이 난다는 박상언 점장. 명지서점을 나서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학우들에게 바라는 점을 말했다. “요즘에는 학생들이 스마트폰만 보느라 독서를 안하는 경향이 있어요. 전공서적 외 교양서적을 사가는 학생은 10명 중에 1명일 정도로 책을 읽지 않는 학생이 너무 많아졌어요.” 한 달에 한 권 정도의 독서를 강조한 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아시겠지만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니까요.”라며 웃었다. 종이책을 읽지 않는 현재가 정서적으로 메말라가는 시대인 것 같다는 그의 대답은 본지 기자도 성찰하게 만들었다. 화창한 날씨에 책 읽기 좋은 5월, 명지서점에 들러 마음의 양식을 쌓아보는 걸 추천한다. 

명지대학교를 기억하기 위해 역사를 기록하다

▲사진은 인문캠 대학사료실에서 최정민 사무원이 명대신문 탈산 작업을 재연하는 모습이다.

방목학술정보관 2층에는 사료실이 있다. 조용하고 정돈된 느낌이 드는 그곳에서 최정민 사무원을 만났다. 우리 대학 기록전문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고, 대학사료실에서 인턴사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기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대학사료실의 업무에 관해 물어볼 정도로 큰 열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대학사료실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아세요?” 라는 물음을 던지며 첫 운을 뗀 그는 “대학사료실은 명지대학교의 역사적인 기록들을 수집, 관리, 전시, 서비스하는 곳이에요. 저는 여기서 옛날의 기록자료들을 수집하고 관리, 시스템에 업로드 하는 일을 해요”라며 사료실과 자신의 일에 관해 설명했다. 사료실에서 소장하고 있는 특별한 자료에 관해 묻자 “사실 모든 자료가 특별하고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이기 때문에 자료들에 순위를 매길 수는 없죠. 하지만 그중에서 굳이 순위를 따지면 명지대학교 설립 인가 자료라고 할 수 있는데, 학교의 시작을 의미하기 때문에 가장 특별한 자료입니다”라며 웃었다. 이렇게 사료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그에게도 힘든 점은 있었다. “사실 학생들에게 사료실을 홍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워요. 홍보는 열심히 하는데 돌아오는 피드백이 많이 없고, 사료실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도 부족한 것 같아요. 몇몇 학생들이 같은 층에 있는 스터디룸을 이용하면서 가끔 방문하기도 하는데, 저희를 보고는 들어오면 안 되는 줄 알고 도망치기도 해요. (웃음).” 그의 웃음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듯 보였다.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순간에 대해 묻자 그는 웃으며 ‘지금’이라고 답해주었다. “사람들이 사료를 요청하거나 사료실에 찾아올 때. 사료실을 기억해주시는구나 생각이 들어 보람이 있죠.” 이렇듯 그에게 기쁨은 소소한 곳에 있었다. 학우들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그는 조심스럽게 “학우들에게 바라는 것은 명지대학교에 자긍심을 가지고 사료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또, 학생들이 수업자료나 교과서, 행사 사진 등을 많이 기증해줬으면 좋겠고요”란 바람을 전했다. 학생들이 사료실을 기억하고 찾아줄 때 기쁨을 느낀다는 최정민 사무원. 명지대학교의 깊은 역사를 알고, 학교에 자긍심을 느끼고 싶다면 그를 만나러 가보는 건 어떨까. 

 

학교 시설물은 우리가 관리한다!

▲사진은 우리 학교 자연캠 시설관리팀의 모습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은 왼쪽부터 △박신우 주임, △전용우 계장, △양광우 팀원, △임희찬 팀장이다.)

 지난 2일, 자연캠에 있는 시설관리팀을 방문했다.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터뷰를 하러 온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그들은 자신들을 우리 대학 동문이라고 소개하며 업무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는 학교의 전기, 소방, 구조물 등을 관리하고 장비들이 문제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합니다. 또, 구조물과 시설물들을 바뀌는 소방 법규에 맞춰 보수하고 관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며 자랑스럽게 업무를 소개하는 그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말 못할 속사정이 있었다. “일단 우리 팀 인원이 좀 부족하죠. 캠퍼스는 넓은데 실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전기 2명, 설비 2명, 수질환경 1명까지 해서 5명이에요. 또, 예산이 한정적이고,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시설에 큰 투자를 할 수 없어서 아쉬워요. 학생들이 낸 돈인데 신중하게 써야하잖아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이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보람이었다. “우리가 인원이 적고 자원이 한정되어 있어도 학교 시설이 잘 관리되는 것을 보면 보람이 있어요.” 말을 마치며 그들은 자신들에게 큰 보람을 느끼게 해준 최근 사건에 대해 전했다. “얼마 전에 1공학관 5층에서 화재가 일어났어요. 쓰레기통에서 시작된 화재였는데 화재감지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어요. 많은 학생들이 화재감지기 오작동이 일어나면 싫어하는데, 사실 오작동은 감지기가 잘 작동된다는 뜻이에요. 감지기가 민감하지 않으면 그것만큼 큰 문제가 없는 거죠.” 이에 그들은 “화재감지기 오작동이 일어나면 감지기가 잘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본지 기자가 자연캠 학우들에게 부탁할 말을 묻자 약간 머뭇거리며 말을 시작했다. “시설관리팀 업무를 하다보면 격려를 받을 때는 없는데,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불만이 많이 들어와요.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의욕이 떨어지죠. 학우 분들이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고 양해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실제로도 많은 학생들이 화재감지기가 오작동을 일으키면 불만을 가지고 연락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사고가 안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 전에 안전관리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안전한 학교 시설은 학교 시설 관리에 책임감을 느끼고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 있기에 가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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