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우리가 계속할 수 있을까요? <10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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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우리가 계속할 수 있을까요? <1055호>
  • 김민우 기자
  • 승인 2019.05.07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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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 복지법 시행 7년째, 청년예술인들의 삶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예술인 복지 지원을 통하여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증진하고 예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2011년 1월,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작가였던 故 최고은 씨의 죽음을 계기로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예술인 복지법」의 제1조(목적) 내용이다.
예술인들의 권리 보장과 복지증진을 위한「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된 지 햇수로 7년이 지났다. 그러나 해당 법률의 취지가 무색하게 여전히 많은 예술인들이 생활고로 고통을 겪고 있으며,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예술인 복지법」 제정이 미뤄지던 2010년에는 인디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故 이진원 씨가, 2011년에는 영화제작자 故 최고은 씨가,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된 이후인 2015년에는 연극배우 故 김운하 씨와 영화배우 故 판영진 씨가 그러하다. 이들 모두가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던 걸로 알려졌다. 비교적 예술 활동 경력이 있는 기성예술인조차 생활고에 시달리는 현실 속에서 청년예술인들은 그 깊이가 더욱 심할 것으로예상된다. 이에 명대신문은 노동절을 맞아 청년예술인들의 삶을 짚어보고자 한다.

 

'가난'해야만 예술인가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밝힌 ‘2017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도 기준 우리나라 대중문화예술산업 규모가 5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문화산업이 하나의 중요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산업을 책임지는 예술인들의 현실은 이러한 문화예술의 발전과는 조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3년 주기로 실시하는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활동 외 타 직업종사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겸업예술인 2,130명 중 1,124명(52.8%)의 30대 이하 청년예술인이 ‘현재 예술활동에서의 낮은 소득 때문’이라 응답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30대 이하 청년예술인의 지난 1년간 예술활동 주 수입원을 조사한 결과, 연 수입은 평균 1,245만 원으로 집계됐고 ‘개인 수입 중 예술활동 수입이 없다’고 답한 청년예술인은 총 응답자 4,800명 중 974명(20.3%)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청년예술인이 월 평균 100만 원 남짓한 수입을 거두고 있으며 심지어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음을 의미한다.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후, 공연예술 현장에서 경력을 쌓고 있는 26세의 청년예술인 김예령 씨는 “현재 극장에서 장기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구직활동과 경력 쌓는 일을 병행하고 있다. 나만의 공연을 창작하고 싶다는 포부를 지닌 채 대학을 졸업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며 “특히 공연예술의 특성상 스케줄이 유동적이라 고정 수입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25세의 드럼연주자 홍예은 씨는 “예술 분야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지만, 주변 예술인들의 경우 한 달에 1만 원 정도의 음원수입을 받고 있다”며 “나 역시 현장에서 임금이라고 할 것도 없이 열정페이 형태로 연주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다”고 밝혔다. 

▲2013년 혜화역 2번 출구에 걸린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옥외광고 (출처/이제석 광고연구소)

 

엄격한 세부기준 · 복합한 증명 절차로 인해 지원에서 소외되는 청년예술인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되며 지난 2012년 11월 19일 예술인의 복지를 위해 설립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예술인 복지증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예술활동 증명 △예술인패스 △창작준비금 지원 △예술인 파견지원 △예술인 산재보험 △사회보험료 지원 등이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관계자는 예술활동 증명에 대해 “재단 사업 참여의 첫 단추이자,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예술인 복지법’상의 예술인임을 확인하는 절차다”며 “11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시행하는 해당 제도들이 청년예술인을 소외시킨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시행하는 각종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선결조건으로 예술활동 증명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해당 절차가 예술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높은 장벽이라는 것이다. 「예술인 복지법 시행규칙」제1항 제1호, 예술활동 증명 세부기준에 따르면 일정한 예술활동 횟수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술 · 사진 · 건축분야에서 예술활동 증명을 받으려면 다음과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생계마저 꾸리기 어려운 청년예술인들에게 막대한 대관료 · 작품 제작비용이 발생하는 개인전은 그림의 떡인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기성예술인에 비해 새롭게 예술계에 입문하는 청년예술인들의 경우 예술 활동 관련 지원을 받기란 쉽지 않다. 김예령 씨는 “예술활동 증명과 관련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문의해 본 적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측은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청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사실상 복잡한 절차를 거쳐 증명을 받는 건 소수일 뿐이다”고 전했다.
예술 활동 증명을 받는 또 다른 방법은 예술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소득을 증빙하는 것이다.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다.

가. 예술 활동으로 인한 소득이 최근 1년 동안 120만 원 이상이거나 최근 3년 동안 360만 원 
이상인 사람

나.  최근 3년 동안 예술 활동으로 얻은 소득이 전체 소득의 50% 이상인 사람


하지만 청년예술인에게는 이 또한 쉽지 않다.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 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0원인 30대 이하 청년예술인이 974명(20.3%)이며 이들 중 대다수가 수입이 불규칙적인 비정규직 예술인이기 때문이다.

원래 다 그래, 관행처럼 답습되는 예술계 불공정행위

앞선 ‘2018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최근 1년간 예술활동 관련 계약 체결 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30대 이하 청년예술인은 45.8%로 그중 계약을 했다 하더라도 부당한 계약을 한 경우가 10.3%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의 이유로 문화예술계는 불공정행위가 관행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이에 정부에서는 2016년 5월 4일부로「예술인 복지법」을 개정해 문화예술사업자와 예술인 간 서면계약 체결을 의무화했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 신문고’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 신문고에 문의하자 “예술인들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고 고충처리를 위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예술인 대상 법률소송 지원 업무를 체결, 예술인의 권익 증진을 위한 ‘예술인 신문고’를 운영하고 있다”며 “상담은 △불공정 계약 강요행위 △수익 배분 거부 지연 △예술 창작 활동방해 △정보 부당이용 △정보 부당제공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서 이뤄진다. 특히 예술인들은 근로 기준법이 아닌 예술인 복지법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어 근로자로 구분되지 못하는 특성으로 법적으로 기댈 수 있는 부분이 취약하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예술계에서는 불공정행위가 관행처럼 남아있다. 특히 공연예술계나 연극 등의 경우 제작자의 눈에 띌수록 기회가 많아지는 특수성 때문에 청년예술인들은 설령 불공정행위가 발생해도 쉽게 이를 지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2017 대중문화예술산업 실태 보고서’는 “임금체불과 부당대우를 겪은 대중문화예술인이 적지 않은 편이지만, 대부분 법적 분쟁으로 확대되지는 않는다. 임금체불 및 부당대우 등으로 피해를 입더라도 법적 분쟁에 휘말리면 이미지 추락과 인맥 관리 실패로 인한 제2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쉽게 소송을 진행하지 못하고 대부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실태분석을 내놓았다. 조명 및 무대 연출에 종사 중인 한 청년예술인은 “인지도 높은 소수의 대중문화예술인을 제외한 대부분은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거나 다른 직업을 겸업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중문화예술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기시간을 포함하면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특히 몇몇 예술인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지인 소개나 인맥을 통해 작품에 참여하게 된다. 본인의 경우 회사에 소속돼 불공정행위를 겪은 경험은 없지만 현장직의 경우 부당대우에 상대적으로 취약해 보인다”고 전했다.

예술인의 삶이 정당하게 존중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조성하고자 예술인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예술인소셜유니온’의 김상철 운영위원(이하 김 위원)은 “창작활동에 대한 정확한 보수체계가 없다는 것 역시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 중 하나다. ‘2018년 서울시 프리랜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금 수준의 결정에 있어 업계의 관행을 따른다고 답한 비율이 24.4%에 달한다”며 “다른 직업은 모두 단가가 정해져 있고 매년 이를 갱신함으로써 직업 유지를 돕고 있지만 예술인들의 보수는 정해져 있지 않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하고 있는 창작사업만 하더라도 예술인들의 보수는 전체 지원금의 규모에 의해 결정된다”고 전했다.

예술 그리고 예술가, 그 자체로 인정받고 싶습니다.
1980년 10월 27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제 2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예술가의 지위에 관한 권고’가 채택됐다. 권고문에서는 예술가와 지위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1. '예술가'란 예술작품을 창작하거나 독창적으로 표현하거나 혹은 이를 재창조하는 
사람, 자신의 예술적 창작을 자기 생활의 본질적인 부분으로 생각하는 사람, 이러한 
방법으로 예술과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람, 고용되어 있거나 어떤 협회에 관계
하고 있는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예술가로 인정받을 수 있거나 인정받기를 요청하
는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


2. '지위'라는 용어는 한편으로는, 한 사회에서 예술가에게 요청되는 역할에 따르는 
중요성을 기초로 위에서 정의된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존중을 의미하며, 다른 한편으
로는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제 권리를 포함하여, 특히 예술가가 당연히 누려야하는 
소득과 사회보장과 관계되는 제 자유와 권리에 대한 인정을 의미한다.


해당 권고문을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예술가의 활동을 생활과 연관시켜 인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계가 바라는 것 역시 이와 상통한다. 결국 예술도 노동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청년예술인을 위한 지원의 중요성과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예술은 배고프다’는 인식 전환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김 위원은 “청년예술인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청년 세대가 가지고 있는 정책적 소외감과 예술인으로서의 삶이라는 특수성으로 생겨난다. 대부분의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은 경제활동의 일부로 여겨지기보다는 별개의 특수 영역으로 구분된다. 이런 조건 속에서 청년예술인들이 예술계 내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창작활동을 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며 한번 예술계에 진입한 예술인들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도입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공연예술 현장에서 20년 이상 종사한 ‘에스제이보이즈(주)’ 국진혁 사장(이하 국 사장)은 “장르별 특성과 예술가의 특성이 반영된 복지정책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예술계는 일반적으로 청년예술인부터 원로 예술인까지 차별 없이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원로 예술인들에게는 정년의 보장을, 청년예술인들에게는 생활비 지원과 작품 전시를 위한 장소 대관 등 사업과 정책이 예술가의 생애주기를 반영하여 더 촘촘하고 세심해져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국 사장은 “예전에 비하면 예술인들을 향한 인식이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 ‘예술’을 떠올리면 굶주리고 천시하는 문화가 공공연하게 존재한다”며 “예술도 일종의 구직활동이고 예술인 역시 직업의 일부라는 인식이 성장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대중문화예술산업 규모가 5조 원을 넘어설 정도로 발전한 우리나라 문화산업에서 예술인들이 배고프지 않고 눈치 보지 않게 마음껏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예술 생태계 자체를 튼튼하게 만드는 방식은 무엇인가라는 보편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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