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 불도 다시 보자. 초등학생들도 아는 말이다. 그런데 이 기본적인 원칙도 몇몇 국회의원들 앞에서는 예외인 것처럼 보인다. 지난 4일, 화마가 강원도 일대를 덮쳤다. 인제군에서 시작된 화재는 인근 지역인 고성군과 속초시 등으로 번져나갔다. 소방당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으나 강풍 탓에 초기 진화에는 실패했다. 화재는 산간지역을 따라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결국 정부는 화재 대응 수준을 전국적 재난 수준인 3단계로 격상시켰다. 하지만 화재는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진압됐다. 각 부처 간 유기적인 협조와 전국 소방 인력의 집중 덕에 가능했던 일이다. 불은 얼추 껐으니, 이제 문제는 사후처리다.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진압됐다고는 하나, 이번 화재는 강원도 전 지역에 걸쳐 수많은 이재민과 1,757 헥타르(ha)에 이르는 산림 소실 그리고 1,000여 곳에 육박하는 주택과 시설물 전소를 낳았다. 정부는 즉각 이재민에 대한 주거 지원 정책과 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보상책 그리고 농업 및 축산업 종사자에 대한 긴급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불이 꺼진 곳에서 이재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말이다. 사회 각계에서도 기부 행렬을 통해 이들의 자립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민간, 연예인 그리고 기업 할 거 없이. 심지어 외국인까지.
이 와중에 산통을 깨는 이들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재민들의 자립을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할 국회의원들이다. 화재 직후 여당과 야당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재난 컨트롤타워에 제때 참석하지 못한 것을 두고 책임 공방을 펼치느라 여념이 없었다. 또 야당의 몇몇 의원은 화재 당시 대통령의 행적을 문제 삼으며 갈등 부추기기에만 앞장서고 있다. 여기에 김문수 前국회의원은 ‘촛불 좋아하더니 온 나라에 산불, 촛불 정부가 아니라 산불 정부네요’ 라는 글을 SNS 상에 게시해 논란이 됐다. 물론 책임의 소지가 있다면 묻는 것이 맞다. 물어야 한다. 다만 불을 다 끄고 피해를 복구한 후에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몇몇 국회의원들은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누가 불을 키웠냐를 두고 책임을 묻는데 급급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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