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스타트업 <1051호, 개강호>
상태바
이 시대의 스타트업 <1051호, 개강호>
  • 김도윤 스타트업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03 2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순한 현상으로 여겨지던 스타트업 붐에서 시대를 깜짝 놀라게 하는 기술력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선보이는 유니콘들이 등장할 때 만해도 스타트업이 산업의 지각을 변동시키며 새로운 중추가 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현시대의 스타트업은 단순히 ‘창업을 한다’는 개념을 넘어서서 ‘새로운 기술로 산업을 혁신하고’, ‘사람들의 삶을 바꾸며’,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하던 시장 구조에서 작은 기업도 단숨에 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산업과 사회의 중추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만들어버렸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던 현상이었지만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현재 스타트업의 운영 및 성장 과정과 유사한 방식은 역사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전히 현대 사회의 근간을 만들고 경제구조를 지배하고 있는 서양의 세계 경제 지배 과정을 보면 이 점을 무시할 수 없다. 16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과학혁명으로 동양을 앞서나가기 시작한 서양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전 세계 탐험에 지속적인 투자를 감행하며 과학을 발전시켰고 또, 이를 지원하는 막대한 자금을 융통하고 관리하기 위해 탄생시킨 금융과 주식회사의 개념은 현시대에도 여전히 강력하게 작용하는 등 서양의 과학, 경제 그리고 금융은 여전히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서양의 과학기술 장려 및 이를 개발한 기업에 대한 투자, 그리고 회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서양의 사례와는 조금 달랐다. 대외적으로는 지리적, 외교적 상황과 한계가 있었고 대내적으로는 정치와 관습의 벽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대륙으로 들어가는 입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지리적인 이점으로 사방의 강대국들이 호시탐탐 노리며 침략해왔다. 강대국들은 항시 대내외적으로 감시 및 압박을 가했고 이를 두고 내부의 정치적인 대립도 국가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었다.
게다가 고려 말부터 받아들인 유교의 영향으로 ‘사농공상’ 즉, 현대 경제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공업과 상업을 가장 천시하는 바람에 유능하고 머리 좋은 인재들은 기술과 상업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서양이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며 금융을 발전시켜 현대 사회의 기술과 경제의 초석을 다지는 동안 여전히 외세의 침략에 항상 긴장하고 내부적으로는 당장 코앞의 정치, 외교적인 문제를 해결하느라 시대의 조류를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과학 기술이 얼마나 중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업을 발전시키는 게 국가의 가장 핵심적인 사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방법론과 현실은 여전히 서양과 괴리가 크다. 서양, 그중에서도 미국은 글로벌 기업과 벤처투자기업이 합심하기라도 한 듯 일찍부터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다. 이는 적당히 헐값에 기술이나 회사를 사들여 좋은 기술마저 날려버렸던 우리의 전례와는 달리 스타트업이 더 잘, 더 빨리, 더 정교하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이를 지원하고 이 같은 스타트업들이 더 나올 수 있게 대학을 후원하며 후에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스타트업의 현재 가치보다 3~4배 이상 되는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회사를 인수하는 등 제대로 된 VC투자와 M&A의 선례를 보여줬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벤처, 중소기업을 하청으로 두고 기술을 착취하거나 헐값에 사들이는 행위를 통해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고, 자금규모와 압력으로 중소기업들의 고혈을 짜내는 등 건강한 상업구조와는 거리가 먼 경영을 당연한 듯 여겨왔다. 하지만 국가와 대기업의 시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오늘날 스타트업은 단순한 ‘창업’이 아닌 ‘혁신적인 실험과 기술교류’가 일어나고 있는 기술과 경영의 장이라는 것과 스타트업의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이를 인정해주는 것이 당연한 ‘경제 상생 선순환 과정’이라는 것을 그들도 이해한다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미래는 갈수록 빛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