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감각을 자극하다 ASMR <10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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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각을 자극하다 ASMR <1048호>
  • 곽태훈 기자
  • 승인 2018.11.2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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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R의 이모저모

“귀 청소 해드릴게요” 
‘서걱서걱, 쓱싹쓱싹, 토닥토닥, 소곤소곤, 속닥속닥…’

이 같은 소리가 반복되는 영상을 보고 묘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면 당신도 ASMR을 접해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유튜버 ‘미니유’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제작되기 시작한 ASMR 콘텐츠는 현재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포털사이트 구글에 ‘ASMR’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동영상이 약 7,750만 건이나 검색되며, ASMR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이름이 알려진 유튜버 ‘DANA’의 경우 채널의 총 조회수가 1억 8,300만 회를 넘길 정도다. 최근에는 ASMR을 활용한 콘텐츠가 1인 미디어 방송을 넘어서 각종 기업의 광고나 대중매체에 등장하기도 한다. △크래커 ‘리츠’ 광고 △약품 ‘그날엔’ 광고 △tvN의 예능프로그램 <숲속의 작은집>, △채널A의 예능프로그램 <우주를 줄게> 등이 그 예다. 이와 같이 대중매체 영역까지 영향력을 뻗치고 있는 ASMR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자. 

ASMR이란?

ASMR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ASMR University 홈페이지에 게시된 ASMR 소개글에 따르면, ASMR은 속삭이는 소리와 부드러운 말하기, 체계적인 소리 등의 다양한 자극으로 인해 유발되는 △이완 △평온 △졸음 등의 진정을 주는 감각을 의미한다. ASMR을 풀어쓰면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로, 이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자율감각쾌락반응’이다. 따라서 ASMR 콘텐츠는 특정 반응을 유도해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 따위의 감각적 경험을 주는 콘텐츠를 통칭하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ASMR은 시각 ㆍ 촉각 ㆍ 후각을 비롯한 그 외의 인지적 자극에 반응하여 나타날 수 있으나, 관련된 콘텐츠 대부분은 청각적 요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에서 2016년 8월에 발간한「ASMR 방송의 실존적 공간 연구」논문에서는 ASMR 자극을 유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청각적 요소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ASMR 콘텐츠에는 표의 예시처럼 단순한 소리를 반복해 자율감각쾌락반응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방송자가 수신자에게 일대일로 대화를 하는 형태의 서사적 콘텐츠도 존재한다. 

ASMR 콘텐츠, 청년들에게 파고들다

ASMR 콘텐츠를 접한 경험에 대해 김천대학교 간호학과에 4학년으로 재학 중인 권정아 학생은 “하루 평균 2번, 10분에서 15분 정도에 해당하는 ASMR 콘텐츠를 찾아듣는다. 주로 저녁에 심심하거나 배가 고플 때, 이팅 사운드(Eating Sound)를 활용한 먹방 ASMR 영상을 보는데, 보고 나면 졸음이 몰려오는 듯한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고 전했다. 가야대학교 간호학과에 3학년으로 재학 중인 이경은 학생은 “먹방 ASMR 영상을 포함하면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ASMR 콘텐츠를 접한다. 주로 잠이 오지 않을 때나 생각이 많아질 때,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돼 자주 찾는 거 같다”고 말했다. 또한, 동양미래대학교 경영학과에 2학년으로 재학 중인 문성모 학생은 “잠을 자기 위해 최면처럼 말을 해주는 ASMR 콘텐츠를 들은 경험이 있다. 그 콘텐츠에서는 정말 최면을 거는 것처럼 ‘몸에 힘을 빼라’와 같은 지시사항을 주기도 하는데 이러한 말들을 듣고 자면 몸이 편안해지며 다음날 일어났을 때 상당히 개운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학생들에게도 ASMR은 낯선 존재가 아니다. 실제로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지난 3월 27일부터 30일까지 4일 간 전국 만 19세에서 만 34세 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1934세대의 라이프 스타일 및 가치관 조사’에서 ‘최근 경험해 본 휴식 및 여가 트렌드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해 35.1%가 ASMR 영상 시청이라고 답했다. 이는 응답 내용 중 2위를 차지하는 수치로, ASMR 콘텐츠를 청년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처럼 ASMR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보니 ASMR은 광고 마케팅에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풀무원에서는 라면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극대화시킨 ‘김풍이 들려주는 육개장칼국수 ASMR…라면 먹고 갈래?’라는 광고를 제작했다. 해당 광고는 유튜브에서 371만 조회수를 달성하며 같은 해 1분기 가장 많이 본 광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ASMR 콘텐츠를 접하려 하는 것일까? 앞서 제시한 대학생들의 인터뷰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ASMR 콘텐츠 이용자들이 공통적으로 밝히고 있는 긍정적인 경험은 ‘ASMR 콘텐츠가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다. 지난 6월 경북대학교의 정민주 석사의「ASMR 이용 동기와 충족 : 플로우(Flow) 경험을 중심으로」논문에 따르면 남녀 13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약 한달 간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ASMR 콘텐츠 이용 동기가 △심리적 안정추구 △관계지향적 △집중력 향상 △수면 욕구 해소의 4가지로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ASMR 콘텐츠가 주는 자극과 관련해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이하 임 교수)는 “특정한 자극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어떤 것이든 자극이 도입되면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좋았던 기억이나 경험이 떠오를 수 있다. 특정 자극을 경험하고 이 자극이 학습되면 연합이 일어난다. 가령,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좋은 경험이 떠오르거나 근육이 이완되는 경험들을 얻을 경우 해당 자극과 경험이 묶이게 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청년들이 ASMR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경쟁에 지친 청춘들이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소리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이경은 학생은 “너무 경쟁에 치이고 살다 보니까 아무 생각 없이 작은 소리에 집중하고 있다 보면 그러한 현실에서 다소 멀어지는 거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며 동의를 표했다.

 

쾌락 반응만 좇으면 안 돼!

그러나 ASMR 콘텐츠 열풍의 이면에는 부작용 또한 존재한다. 쾌락 반응을 좇다보니 롤 플레이 형태의 선정적 콘텐츠 또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본지 기자가 구글에 ‘ASMR 19금’라고 검색해보니 관련 동영상이 18만 2,000여 개가 제시되며 심지어 그 중에는 성인인증을 하지 않고도 들을 수 있는 선정적인 제목의 ASMR 콘텐츠들도 존재했다.

이처럼 자극적인 쾌락에만 집중한 콘텐츠는 이팅 사운드를 중점적으로 활용한 ‘먹방 ASMR’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식용분필 먹방 ASMR’ 콘텐츠다. 해당 영상에서는 방송자들이 분필을 씹었을 때 분필이 부러지면서 나는 특유의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다량의 식용분필을 섭취한다. 그러나 이 같은 식용분필은 현재 국내에서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식용분필은 애초에 식품 허가가 나지 않은 제품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제조가 불가하다”며 식용분필이 ASMR 콘텐츠에 활용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튜브에 올라가는 방송 자체를 제재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같은 관련 기관에 방송을 되도록 하지 않도록 권고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답했다.

▲ASMR 방송자들이 먹는 식용분필이다

한 번 들어볼래? ASMR!

문성모 학생은 “ASMR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에서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최면 ASMR이라는 특정 콘텐츠에 대해서만 심리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고, 그 외의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나 초콜릿 깎는 소리와 같은 ASMR 콘텐츠를 들었을 때는 오히려 신경이 거슬리는 소리로 여겨져 짜증이 나고 잠도 안 왔다”고 말했다. 문성모 학생의 말처럼 다수가 보는 ASMR 콘텐츠라고 해서 모두가 심리적 안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임 교수는 “ASMR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모두에게 좋다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라도 본인과 연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무의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음악치료에서도 사람마다 좋은 반응을 끌어내는 음악이 다르고, 음악 안에서도 사람마다 좋은 부분이 다른 것처럼 ASMR도 마찬가지다. 바람 소리가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 책 넘기는 소리가 좋은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며 “학습된 자극이 긍정적인 경험과 연합될 경우 ASMR은 일종의 소확행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를 잘 찾아내면 힘든 상황에 부딪쳤을 때 치유의 작용을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자극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연합은 경험적인 학습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일단 들어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단순 반복 소리를 넘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ASMR. 선정적인 쾌락에 빠지지 않는 선에서 한 번쯤 본인에게 맞는 자극을 찾아 이를 적절히 활용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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