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신조어 사용은 자연스러운 우리말의 변천과정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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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신조어 사용은 자연스러운 우리말의 변천과정일 뿐
  • 이준혁 기자
  • 승인 2018.10.1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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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에서 신조어 사용을 제재해야 한다

지난 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상파와 종편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신조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등 방송을 통해 우리 말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관련 규정 위반 여부를 중점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통위의 결정에 대해 ‘방송만큼은 표준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신조어의 사용이 제재의 대상은 아니다’는 의견이 엇갈리며, 많은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언어는 역사성을 갖는다는 말을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언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며 사라지기도 한다. 신조어의 등장 역시 시대 변화에 따른 우리말의 자연스러운 변천 과정일 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고, 그에 따라 우리의 생활 역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과거에는 미처 사용되지 않았던 말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말을 변형하여 사용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과거 현금 대신 버스카드(교통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 되었던 때에 일부 사람들은 버스 카드 충전이라는 긴 말의 앞글자만 따서 ‘버카충’이라는 말을 썼는데, 이 말은 이제 교과서에 하나의 예시로 실릴 정도로 일반화됐다. 오늘날 ‘혼코노’(혼자 코인 노래방의 앞글자만 적은 단어),‘최애’(가장 최(崔)+사랑 애(愛)) 같은 단어들이 널리 사용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편, 방통위는 지난 3일 ‘띵곡’, ‘뙇’, ‘갓창력’, ‘씐나씐나’ 등의 단어를 예로 들며, “단순한 재미를 위해 저속한 조어, 비표준어를 남용하는 것은 어린이 청소년의 정서발달과 바른 언어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주의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젊은 세대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기성세대의 틀에 맞추려는 논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방송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신조어들은 단지 재미를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그 표현이 타인에 대한 혐오 등으로 이어져 어린이나 청소년의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신조어의 등장이 단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존재하다.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옥미 교수는 <야민정음과 급식체의 해체주의 표현 연구> 논문에서 오늘날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 사용과 붙여쓰기 역시 ‘한글 해체’이며, 이러한 ‘한글 해체는 정지용, 이상 등 1920년대 작가의 작품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혐오 등이 담긴 일부 잘못된 신조어는 규제할 수 있더라도, 신조어가 우리의 언어 사용을 풍성하게 해주는 보조 언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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