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앞서 나가는 PD가 되고 싶어요" <10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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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 나가는 PD가 되고 싶어요" <1044호>
  • 조유빈 기자
  • 승인 2018.10.01 0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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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경력 7년차, 안지훈(디미 05) 동문을 만나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명지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를 졸업하고 CJ E&M에서 디지털 콘텐츠 제작팀 PD를 맡고 있는 안지훈입니다. 2012년도에 CJ E&M 공채 2기 PD로 입사해 현재 7년째 근무 중입니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 PD로 사는 삶, 그리고 그의 이야기

Q. 디지털 콘텐츠 제작이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A. PD라고 하면 대부분 방송 PD를 생각하고 입사해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초창기에는 TV 프로그램을 주로 제작했어요. 요즘에는 방송시장보다 디지털 콘텐츠가 생산되면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과 같은 것들이 늘어나는 추세에요. 이에 발맞춰 저희 CJ E&M에서도 많은 양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어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유튜브나 페이스북에서 유통될 수 있는 콘텐츠들을 만들어요.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정형화해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대표적으로는 웹 드라마가 있을 것 같아요.

 

Q. 웹 드라마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들은 일반 TV 방송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과는 다를까요?

A. 많이 달라요. 일단 방송 쪽은 규모도 다르고 작품이 완성되는데 많은 시간이나 노력이 필요해요. 이때 기회비용이 생겨요. 예를 들면 영화 같은 것도 그렇죠. 그런데 디지털 콘텐츠 같은 경우에는 방송보다 위험부담이 덜해요. 또, 더 쉽고 빠르게 생각하고 움직일 수 있어요. ‘요새 이런 게 유행이다’하면 바로 기획하고 찍어 만들어낼 수 있는데 TV 드라마는 최소 2년이 걸려요. <응답하라 시리즈>도 기획만 2년이 걸렸거든요. 이런 차이들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우리는 한 두 달이면 기획해서 작품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어 좀 더 추세에 맞춰 갈 수 있죠.

 

Q. PD님께서는 웹 드라마를 많이 제작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A. 웹 드라마 제작 이전에 여러 가지를 경험했었어요. <코미디 빅리그>와 같은 예능부터 <응답하라 시리즈>, <노란 복수초>와 같은 드라마까지. 그런데 이런 건 사실 너무 힘들고 재미가 없어요. TV는 공동작업이거든요. 내 아이디어가 반영된다고 해도 일부분이고 고려해야 할 것도 너무 많아요. 그런데 디지털 콘텐츠 제작과정에서는 내가 생각하고 기획하는 것들을 바로바로 만들어 낼 수 있어서 즐거워요. 웹 드라마와 관련해 말씀드리자면, 지금은 웹 드라마 세대가 바뀐 것 같아요. 깊게 이야기하면 웹 드라마 1세대가 있고 2세대가 있다고 생각해요. 1세대는 기존의 TV 드라마를 작게 만든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2세대는 조금 더 짧지만 강력한 공감 포인트라든지 연애 포인트와 같은 것을 직접 다루는 콘텐츠잖아요. 그래서 디지털 콘텐츠에서 소비될 수 있는 게 많길 원했고 우리 회사에서도 많은 인원을 디지털 분야로 전환할 예정이에요.

 

Q. CJ E&M에 PD로 입사 후,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처음 입사했을 때, 일주일에 한 번도 집에 못 들어간 적이 있어요. 촬영 나가고 편집실에서 편집하고, 그럼에도 편집이 다 안 끝나서 상암동에 있는 회사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해야 했

던 때가 있어요. 진짜 거지 같은 삶을 사는 거에요. 그러다 보면 ‘내가 여기서 뭘 하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고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죠. 한번은 제가 조연출일 때 <슈퍼스타 K>라는 프로그램을 했었는데 그때 김용범 PD님이라고 메인 PD님이 편집을 하느라 너무 오래 앉아계셔서 탈장 됐던 적도 있어요. 카메라가 60대가 넘는데 그 촬영분을 한 대로 편집하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싱크를 맞춰 소스를 보고 편집하려니 앉아있어야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길어서 집도 못 가고 편집만 하는 거죠. 어떤 생활인지 아시겠죠. 그땐 ‘PD는 힘든 직종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하려고 할까?’ 이런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나중에는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을 때가 와요. 덜 힘들어서가 아니라 익숙해져서요. 그때부터는 작품 시청률에 대한 압박 때문에 힘들어요.

 

Q. 앞서, 힘들었던 순간들이 지나고 막상 본인의 이름이 방송에 올라오면 뿌듯함이 좀 있지 않으셨나요?

A. 있죠.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제 이름이 나오면 정말 짠해요. 그동안의 시간과 노력을 보상받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방송을 하다가 디지털로 넘어오니 더 재미있더라고요. 댓글로 소통할 수 있잖아요. 내가 만든 것을 사람들과 보고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재미있어요.

 

디지털미디어학과 05학번! 그 첫발을 내디디며, PD가 되기까지

Q. 디지털미디어학과로 진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학창시절 때 저는 사무직을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가만히 앉아서 뭔가를 쓰고 하는 것들이 되게 힘든 거예요. 또 저희 집안이 예술가 집안이었어요.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외할아버지는 음악교사셨거든요. 저희 누나도 독일에서 피아노로 박사까지 했어요. 그러면서 ‘예술을 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많이 했고 콘텐츠업을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해 타협을 본 게 PD였어요. 그래서 이와 관련된 공부를 할 수 있는 디지털미디어학과로 진학을 결심했어요.

 

Q. 디지털미디어학과를 전공하면서 도움이 된 수업이 있나요?

A. 최선규 교수님의 미디어 경제학이요. 취업하는 데 가장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미디어 경제학을 배우면서 다양한 사실을 배웠어요. 예를 들면 20%의 똑같은 시청률이 나와도 40대 남성이 보는 시청률과 40대 여성이 보는 시청률은 값어치가 달라요. 단가가 남성이 훨씬 비싸죠. 광고주들이 남성은 여성만큼 TV를 자주 보지 않고 구매력이 여성보다 더 높다고 판단하는 거예요. 또 드라마 같은 것도 남성보다 여성을 타깃으로 한 드라마가 압도적으로 많으니깐 남성 타깃이 많으면 많을수록 시청률이 덜 나와도 값어치가 굉장히 높은 비싼 콘텐츠가 되는 거예요. 이를 활용해 취업을 준비하면서, 2~30대 남성이 볼 수 있는 히어로물 드라마를 기획해서 최종 원서에 넣었어요. 면접에서 왜냐고 물어보시길래 남성 시청률을 잡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죠. 사실은 다 수업시간에 주워들은 이야기지만. 그때 심사위원분들이 감탄하셨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수업이 저를 여기까지 있게 해준 과목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고 감사해요. 최선규 교수님은 제게 은사세요. 대학원에 다니면서도 교수님 수업을 들었고 지금도 자주 찾아뵙고 있습니다.

 

# 교환학생

그 뒤에는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어요. 교환학생을 가야겠다 생각했거든요. 3번의 실패 끝에 이스탄불에 있는 Bahcesehir University라는 귀족학교로 다녀올 수 있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아침마다 메이드가 기숙사 청소를 해줬고, 또 터키 친구들만 다녔던 게 아니라 유럽 내에서 교환 학생들이 한 해에 200명 정도가 들어와서 전 세계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거든요. 그곳에서 Television Film학과에 진학해 교환학생 시절을 보내며 소중한 경험을 했어요. 당시 다큐멘터리 수업이 있었는데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을 초청해 극장을 빌려 한 학기 동안 제작한 작품을 틀어줬어요. 거기에 제 작품이 개막작으로 올랐고, 저도 몰랐는데 교수님께서 작품을 칸 영화제에 보내셨어요. 근데 감사하게 칸 영화제에서 International 부문 초청작이 된 거예요, 제 작품이. 게다가 큰 상을 받기도 했어요. 그다음에 제작한 다른 단편영화들도 3개 정도 유럽에서 상을 받았어요.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Q. 교환학생으로 다녀오면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하셨군요. 교환학생 외에 입사에 도움이 됐었던 다른 경험이 있었을까요?

A. 군대를 다녀오니깐 손을 벌리기 싫은 마음이 있었어요.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었지만 한 시간에 5,000원이나 10,000원을 준다 해도 그 한 시간을 바꾸기 싫었어요. 그땐 가진 것도 없으면서 ‘내 한 시간이 이것밖에 안 되나?’ 이런 마음이 들었던 거죠. 그때 제가 생각했던 건 공모전이였어요. 공모전에서 입상하면 상금도 주어지고 경험도 되잖아요. 사실은 그 이후 공모전에서 딱 한 번 떨어지고 다 수상했어요. 너무 자랑으로 들릴까 봐 잘 하지 않는 이야기지만 원서를 쓸 때도 수상경력을 10개밖에 쓰지 못해 아쉬웠어요. 사실은 2~30개가 넘었거든요. (웃음) 제가 공모전을 준비했던 건 자신감을 회복하는 순간들이었고 즐거웠어요.

 

현직 PD가 전하는, 나로 말할 것 같으면

Q. 방송 콘텐츠 제작 PD라면 어떠한 자질을 갖춰야 하나요?

A. 신입사원 원서를 볼 때 대부분 획일적이라는 점이 되게 아쉬워요.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캐릭터,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경험이 명확해야 해요. 즉 자질일 수도 있지만 자기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 뽑힐 확률이 높은 것 같아요. 기획력이나 창의력 이런 것은 솔직히 일을 해보지 않으면 발견되기 어려워요. 그런데 남들과 다른 사고를 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 있다면, 자기만의 세계관이 있거나 자기만의 가치관들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또 뽑는 사람 입장에서도 되게 흥미로워하지 않을까요.

 

Q. 앞으로 어떤 PD가 되고 싶은가요?

A. 디지털 콘텐츠와 뉴미디어 사업에서 미리 앞서나가는 PD가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길도 그렇고 디지털과 뉴미디어는 굉장히 강세가 될 거예요. 이 시장이 얼만큼 커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거예요. 요즘에 10대 친구들에게는 유재석보다 도티라는 게임크리에이터가 훨씬 인기가 많다고 해요. 웹서핑도 유튜브로 찾아볼 만큼. 그 친구들이 중고등학생이 되고 더 성장하고 대학생이 되면 시대가 바뀔 거라고 생각해요. 콘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할 거고 디지털은 더 팽창할텐데, 이러한 산업을 어떻게 이해하고 흐름 안에서 어떤 콘텐츠를 제작하느냐가 중요할 거예요.

 

Q. PD 이외에 다른 꿈이 있다면?

A.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PD라는 직업을 하면서 느낀 건 세상과 함께 빠르게 변해가는 미디어 속에는 정말 재미있는 지점이 많다는 거예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풀려가는 게 그 포인트인 것 같아요. 살면서 우리가 더 고민해보고 뭔가 분석해 볼 만한 포인트들이 엄청나게 많아요.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제작경험과 더불어 미디어 산업이라든지 방향, 제작 흐름을 더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A. 저는 아현동에 자취하면서 명지대를 다녔어요. 우리 대학을 가려면 연세대학교를 지나와야 해요. 연세대학교 앞에 횡단보도가 있는데 1학년 때, 지나가다 거기에 많은 사람이 있는 걸 보면 열등감이 들었어요. ‘왜 나는 일류대를 못 나와서 저렇게 사람이 많은데 껴있지 못할까’하는 자기 연민이요. 제 경험처럼 대학생 때는 스스로 정돈되지 않은 가치관과 마음들이 있잖아요. 열등감. 열등감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그 속에는 어떤 우월감도 병존해요. 그런데 이때 자기 자신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가치관으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자기 안에 있는 열등감을 깨부숴야 해요. 학창시절에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나 열등감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게 도움이 됐어요. 그래야 나중에 취업할 때도 당당해질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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