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맛과 향을 표현하는 용어 ‘Flavor’ <10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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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맛과 향을 표현하는 용어 ‘Flavor’ <1044호>
  • 황호림커피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0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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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맛과 향을 표현하는 용어 중 ‘풍미(Flavor)’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커피, 더 나아가 식품이 주는 종합적인 감각으로 맛, 향, 통각, 촉각, 따뜻함, 차가움 등 식품을 섭취했을 때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각을 말한다. 흔히 커피의 풍미를 말할 때 통각과 촉각, 온냉각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커피의 풍미에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찬 커피 보다는 뜨거운 커피에서 느껴지는 풍미가 훨씬 다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커피에서 매운맛과 같은 혀돌기를 자극하는 통각이 느껴지기도 한다. 커피에 있어서 풍미는 후각으로 느껴지는 휘발성 성분인 향기, 추출된 커피에서 느껴지는 쓴맛, 신맛, 단맛, 짠맛, 바디감의 미각, 따뜻하거나 차가운 느낌을 말한다. 따라서 풍미가 좋다고 표현되는 커피는 이 모든 감각적인 요소가 잘 어우러져 좋은 느낌을 주는 커피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이 느끼는 시각, 후각, 미각체계는 12감각 체계 중 중간체계에 속하며 주로 감성감각에 해당된다. 후각은 인간의 의지와 관계되고, 미각은 인간의 내적 감정과 연관되며, 시각은 인간의 사고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후각은 취사선택의 여지없이 자극에 일방적으로 노출되는 반면 미각은 선택이 가능하다. 일례로 같은 공간에 머물 때 한쪽에서 커피를 갈고 추출하는 행위가 이루어질 경우 선택의 여지없이 후각을 통해 커피 향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이를 마셔서 커피 맛을 느낄지 말지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외부의 영양분을 몸 속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일차 관문이 바로 미각인 것이다. 그런데 미각은 음식물을 통한 양분섭취 이상의 의미를 갖는데, ‘인생의 쓴맛, 단맛’이라는 비유적인 표현에서 보듯, 정신적인 자양분에 대한 표현까지 의미한다. 이렇게 미각은 후각의 기능보다 훨씬 높은 차원에 이르는 것을 알 수 있다.

후각기관은 지지세포와 감각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사람은 천만 개에서 이천만 개의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각체계는 사람마다 다른 심리적, 생리적, 경험적 요인에 의해 받아들이는 반응이 다른데 같은 커피를 제공해도 누군가는 호두 향을 한약냄새로 느끼고 누군가는 대추 향으로 느끼는 현상이 이에 해당된다. 사람은 동물이 가진 고도의 감각보다는 오랜 경험을 통해 획득한 향기에 대한 기억에 의존하기 때문에 같은 향을 두고도 이렇게 다른 표현을 하는 것이다. 커피를 가르치다 보면 50대 이상의 연로하신 분들이 의외로 향기 표현에 능숙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살아오면서 기억감각에 저장된 향기가 젊은 사람들 보다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풍미로 돌아와서, 커피를 추출하고 섭취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은 풍미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후각적 요소다. 커피를 분쇄하면서 느껴지는 휘발성 향기, 물에 접촉하면서 발생되는 향기, 추출된 커피에서 느껴지는 향기 등 커피는 향기가 8할을 차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커피의 풍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후각적인 요소가 의외로 단순해지기도 한다. 그것은 바로 시중에 유통되는 커피원두가 대부분 신선도가 떨어지는 커피이기 때문이다. 이런 커피로 풍미를 평가하기란 불가능하다. 후각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미각으로 느껴지는 쓴맛, 단맛, 신맛, 짠맛, 바디감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조화로운 것이 좋지만 각각의 원두가 가진 특성을 즐기는 것 또한 커피의 풍미를 즐기는 한 방법이다.

커피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풍미를 흔히 미각과 동일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각은 풍미의 일부분일 뿐이다. 커피에서 흔히 느껴지는 다섯 가지 맛의 체계는 미각이고, 향을 포함한 다양한 감각적인 요소가 바로 풍미다. 풍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풍미는 우리 몸이 가지는 모든 체감각 세포들이 느끼는 향과 맛, 감각적인 자극과 느낌의 통칭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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