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습관인가? <10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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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습관인가? <1043호>
  • 오상훈 기자
  • 승인 2018.09.17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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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추적해보다

증가하는 플라스틱 사용량

지난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사용량’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이 배출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은 약 92.8kg으로 세계 1위다. 통계자료는 그만큼 우리가 플라스틱을 습관처럼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용이함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폐기물의 위험성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던 문제다. 환경보호 단체인 ‘그린피스 동아시아’가 홈페이지를 통해 지적한 플라스틱 사용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생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소각시에 유해 가스를 배출하고, 매립되면 오랫동안 그 형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분해되더라도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환돼 생태계에 위협을 가한다. 허나 이러한 점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사용량은 꾸준하게 증가해왔다. 자원순환정보시스템의 ‘연도별 폐기물 배출 통계’에 따르면 국내 하루 평균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03년 하루 약 4천 톤에서 2016년 하루 약 5천 5백 톤으로 40%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환경부는 남용되는 플라스틱을 규제하기 위해 지난달 1일부터 일회용 컵 규제를 시행했다. 여기서 일회용 컵은 「자원재활용법」상 플라스틱 컵만 적용되며 따라서 제재의 대상이 되는 것도 플라스틱 컵이다. 우리 대학 인근의 카페에서도 환경부의 일회용 컵 규제를 의식한 듯한 모습이 보였다. 규제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플라스틱 컵들이 매장 내에서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인근 카페의 근무자는 “규제가 가해진 후 손님들이 밖으로 커피를 가지고 나가는 경우가 줄긴 줄었다. 하지만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기 보다는 테이크 아웃을 이용하는 손님이 원래 많았기 때문에 규제가 효과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했다. 개인 컵을 가져와서 사용했던 손님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하루에 다섯 분 정도의 손님들이 텀블러를 가져온다. 그러나 전체 손님 수를 봤을 때 매우 적은 숫자이다”라고 대답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 컵 사용량은 지난 2015년을 기준으로 연간 약 260억 개다. 하루로 환산하면 약 7천 1백만 개의 일회용 컵이 사용되는 것이며 이를 다시 우리나라 인구수로 나누면 한 사람당 하루 평균 약 1.4개의 일회용 컵을 쓰고 버리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많은 플라스틱 컵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우리 주변에서부터 알아보기 위해 본지 기자가 직접 우리 대학 인문캠 주변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자취를 추적해봤다.

그 많던 플라스틱 컵들은 어디로 갔을까?

▲사진은 우리 대학 쓰레기 집하장 내부의 모습이다.

쓰레기통 위 올려져 있는 수십 개의 플라스틱 컵. 본지 기자가 우리 대학 인문캠 경상관 4층 화장실 인근을 지나며 본 광경이다. 그중 대부분은 빨대가 꽂힌 상태로, 채 녹지도 않은 얼음과 물이 채워져 있었다. 수업이 끝난 학우들이 바쁘게 강의실을 옮기느라 정신이 없는 틈에 청소 노동자들은 고무장갑을 끼고 쓰레기를 분류한다. 쓰레기통 위의 플라스틱 컵뿐만이 아닌 쓰레기통 안에 채워져있는 폐기물까지도 분리수거 하는 것이다. 청소 노동자는 “이 쓰레기들 다 분류해서 비닐 하나 꽉 채우면 경상관 옆에 있는 집하장으로 가져가요”라고 말하며, 폐기물로 반쯤 채워진 마대를 끌고 갔다. 경상관 1층 옆 얼핏 보면 동굴처럼 생긴 공간은 우리 대학에서 배출되는 폐기물들이 모이는 곳이다. 겉에서 봤을 때는 어두워서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는데, 안으로 들어서니 밖에서 봤던 것보다 넓었다. 허나 넓은 공간은 분류된 폐기물들로 가득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분류된 폐기물들은 비닐 안에 가득 찬 상태로 탑을 쌓았고, 천장까지 닿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역시 플라스틱 컵이다. 그 사이에 청소노동자가 앉아있어, 쓰레기가 어디로 가는지 물으니 “여기 있는 쓰레기들은 청소부들이 다 모아서 가져온 것이고, 이제 각자 다른 길을 가요. 종량제 봉투에 든 일반 쓰레기는 서부환경에서 가져가고, 재활용품들은 나눔 자원에서 가져가요”라고 대답했다.

제일 자원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 2번 출구로 나와서 파출소를 끼고 우측으로 돌면 ‘제일 자원’이라는 이름의 고물상이 나온다. 우리 대학에서 배출된 재활용 폐기물들이 처리되는 곳이다. 나눔 자원이라는 업체가 폐기물들을 실어서 제일 자원으로 옮기면 제일 자원에서 재활용될 수 있도록 작업을 한다. 때마침 제일 자원에는 일명 집게차라 불리는 폐기물 수거 차량이 큰 집게로 폐기물들을 차에 싣는 중이었다. 차가 작동되며 내는 소리가 모든 소리를 집어삼키는 와중에도 일하는 사람들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반복적으로 재활용 폐기물들을 분류하고 있었다. “거기 플라스틱 다 실었어?”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허나 외침이 무안하게도, 집게차는 플라스틱과 캔 한 무더기를 남겨놓고 여러 고철과 재활용 폐기물들을 가득 실은 후 제일 자원을 떠났다. 집게차가 떠나자 제일 자원의 내부가 드러났다. 한구석에는 재활용 폐기물 중 양이 가장 많아 보이는 플라스틱과 캔들이 여전히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본인을 제일 자원의 대표라고 소개한 이승택 씨는 이렇게 말했다. “플라스틱이 제일 심각하죠. 특히 카페 같은 곳에서 나오는 일회용 컵들이 재활용이 안 돼요. 사람들은 대부분 플라스틱이 재활용된다고 생각하는데, 플라스틱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PET, PE, PP* 등이 있고 비닐도 플라스틱이죠. 플라스틱은 분류장으로 운반돼서 자동 선별 기계로 재활용 할 수 있는 것들을 분류해요. 근데 중요한 건 5%도 채 재활용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근데 엄청 많은 양이 매일 들어오니까 그게 문제죠. 차라리 종이컵을 쓰는 것이 환경에 도움이 될 거예요. 재활용이 잘 되거든.”

▲사진은 '제일 자원'에서 쓰레기가 처리되는 과정이다.

집게차가 있던 공간 뒤로는 세 개의 큰 구덩이가 보인다. 그 구덩이 안에는 폐기물이 종류별로 분리수거가 되어 있는데 대부분이 소위 말하는 파지다. 집게차가 폐기물을 거의 실어갔기 때문에 구덩이 속 폐기물들의 양은 적어 보인다. 집게차가 떠나자 밖에서 기다리던 할머니들이 리어카를 끌고 와서 집게차가 있었던 발판 위에 올려놓는다. 그러자 이승택 씨는 사무실 앞에 있던 계기판을 확인한 후 “육천 원”이라고 외친다. 커다란 발판은 저울이었다. 할머니들이 차례로 파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들을 저울에 올려놓고, 이승택 씨는 리어카의 무게를 저울질하여 구매 금액을 정했다. 약 30분이 지나서야 그 작업은 끝났다. 작업을 끝낸 이승택 씨는 “할머님들이 가져오신 파지는 분류가 다 돼있어서 구덩이로 던지기만 하면 되는데 학교에서 온 종이들은 그럴 수가 없어요. 신문 정리 하다가도 A4용지가 나오곤 하니까”라며, “박스 따위를 파지라고 하는데 여기에도 종류가 있어요. 학생들이 많이 쓰는 A4용지와 책 등은 파지와 구별이 돼서 따로 버려야 해요. 왜냐하면 재활용되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죠. 박스와 신문 같은 경우에는 압축장으로 옮겨진 뒤 1톤 덩어리로 만들어지고, 제지회사로 들어가 물에 녹여요. 그리고 이건 골판지로 재생되죠. 근데 책 같은 것은 이런 방식으로 재활용하지 않아서 분류가 필요해요. 물론 대부분 종이를 한 번에 버리라고 해서 학생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종이도 종류별로 나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냐는 질문에 이승택 씨는 “많은 걸 바랄 수 없지만 플라스틱 안에 이물질 같은 것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결국, 지난 쓰레기 대란 때처럼 재활용 처리를 하지 못해서 폐기물들을 가져오지 못하면 버릴 수 없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는거니까… 분리수거에 조금만 신경 써줘도 좋을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 PET : 폴리에틸렌 테레프타레이트의 약자로 플라스틱 병과 계란상자 등의 원료다.

PE : 폴리에틸렌의 약자로 플라스틱 포장지의 원료이다.

PP : 폴리프로필렌의 약자로 폴리에틸렌과 비슷한 용도로 쓰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

정부는 지난 5월 오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로 감축하고 현행 34%에 머물고 있는 재활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그리고 정부의 계획은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인지하는 것과 맞물려 사회 곳곳에 친환경 열풍을 불게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0일부터 종이빨대를 전국 100곳의 매장에 시범도입 했다. 두 달간의 시범 운영을 진행한 뒤, 11월 중 전국 매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5월 영국 스타벅스의 시행에 이은 두 번째 시행으로 국제적으로 번지고 있는 친환경 열풍에 선제적인 대응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아디다스는 지난 7월, 2024년까지 재활용 플라스틱만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디다스는 신발과 의류 등 모든 제품 생산에 재활용 플라스틱만을 사용하고, 사무실이나 소매점, 창고 및 유통 센터에서도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8개의 환경시민단체화 함께 ‘5대 일회용 플라스틱 안쓰기’라는 시민 실천운동을 제시하고 알리는 발대식을 개최했다. 5대 일회용 플라스틱은 컵, 빨대, 비닐봉투, 배달용품, 세탁비닐을 지칭한다. 서울시는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 무심코 쓰고 버려지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서 환경보호를 일상화시키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구체적인 실천과제는 다음과 같다.

다회용 빨대

(출처/ fotolia)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가장 중요하다.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이 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다회용 빨대가 있다. 다회용 빨대는 반복되는 일회용 빨대 사용을 막고자 고안된 것이다. 주로 대나무나 스테인리스, 유리로 만들어지며, 사용할 때마다 씻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빨대보다 마시는 느낌이 좋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최근 사라져 가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격은 재료에 따라 다르지만 천 원정도 하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다회용 빨대도 있다.

 

나무 칫솔

(출처/ a912)

또 다른 사례로는 나무 칫솔이 있다. 나무 칫솔은 분해되지 않는 일반 칫솔을 대신할 제품으로 쓰고 나서 땅에 묻으면 된다. 일반 칫솔과 달리 전체가 나무로 되어 있어 조금 딱딱하고 손잡이에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 생전 처음 써보는 나무 칫솔이 어색하다면 생분해성 플라스틱 칫솔도 있다. 이 칫솔은 솔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나무 칫솔보다 사용하기 편하고 솔도 일반 칫솔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생분해가 되기 때문에 환경에 덜 유해하다.

 

고체 샴푸

(출처/ 리빙픽)

마지막으로 고체 샴푸가 있다. 일반 샴푸는 용기가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다. 허나 고체 샴푸는 용기 걱정할 필요 없이 쓰면 자연스럽게 없어지고, 머리를 감아도 일반 고체 비누처럼 거칠어진 머릿결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또한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호르몬 걱정도 없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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