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0호]캠퍼스타운, '청년특별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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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0호]캠퍼스타운, '청년특별시' 만들기
  • 권민서 기자
  • 승인 2018.05.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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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교육과 주거, 문화가 어우러져 그 자체로 하나의 마을을 완성하고 있는 복합도시다. 특히, 해외의 경우에는 대학과 지역 간의 경계없이 한데 어우러진 ‘캠퍼스타운(Campus town)’의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캠퍼스타운을 발견하기 힘든 것은 물론, 점차 대학과 지역의 경계가 뚜렷해지며 이분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대학 주변 상권은 유흥가의 성격을 띤 지 오래다. 따라서 이러한 유흥가를 타파하고 지역과 대학이 상호작용하는 대학가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16년, 서울시는 ‘청년특별시, 창조경제 캠퍼스타운 사업’(이하 캠퍼스타운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가 골목에서부터 청년의 꿈이 시작되는 사회, 지역과 대학이 소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서울시의 캠퍼스타운은 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까?

캠퍼스타운 사업이란?

지난 2016년 7월 출범한 캠퍼스타운 사업은 52개 대학과 65만 명의 대학생이 속해있는 서울시의 인프라를 이용해 지역과 대학의 상생발전을 이루고, 청년 창업의 시작점과 도시 재생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 시작됐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10년 간 무려 1,520억 원의 예산을 캠퍼스타운 사업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캠퍼스타운 사업은 규모에 따라 ‘종합형(지역창조형)’과 ‘단위형(프로그램형)’으로 나뉜다. ‘종합형’은 말 그대로 지역과 대학이 종합해 함께 발전하는 것을 뜻하며, 대학과 주변 지역의 연계가 강한 10개소를 선정해 각 개소마다 4년간 100억 원을 지원한다. ‘단위형’은 단일 프로그램을 위주로 하는 사업으로, 총 50개소가 선정될 예정이며 적게는 6억 원에서 많게는 30억 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단위형은 △청년창업 프로그램 △지역공동체 강화 등의 프로그램이 중심이 되는 ‘소프트웨어형’과 △청년임대주택 공급 △소규모 거점공간 조성 등 물리적인 개선을 하는 ‘하드웨어형’으로 한 번 더 나뉜다.

또한, 1단계와 2단계의 사업으로 실행 시기가 나뉘어 진행되고 있는데, 1단계 사업은 △숙명여자대학교 △경희대학교 외 11개 팀이 선정됐으며 2단계 사업에는 △우리 대학 △건국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외 14개 팀이 확정된 상태다. 서울시청 도시계획국 시설계획과의 장양규 캠퍼스타운 조성단장은 “청년 창업에 대한 목표를 가장 크게 보고 있다. 젊은이들이 대학가 주변에서 창업 활동을 열심히 하다 보면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고, 이에 따라 주변 상권도 활성화되며 동시에 빈 집과 같은 주거 문제도 해결 된다. 이후, 이들이 서로 네트워크하며 공동체 문화도 생기는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며 “2016년에 1단계 사업이 시작됐고, 2단계 사업은 실행 계획을 탄탄하게 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연말에 예산안이 통과 되면 내년에 본격적인 사업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출처 / 서울시 캠퍼스타운 조성사업 계획)

서울시 속의 캠퍼스타운

1단계와 2단계 대상지의 본격적인 시행에 앞서, 캠퍼스타운 시범 사업이 운영 중인 곳이 있다. 지난 2016년에 사업을 실시한 고려대학교의 ‘청년창업거점 육성, 안암골 창업문화캠퍼스타운’으로, 서울시는 17만 1,290㎡에 이르는 고려대학교 주변 일대 곳곳에 청년창업공간 조성과 학교 부지 내의 창업거점공간 건립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당해 9월 고려대학교 부지 내에 창업거점공간인 ‘π-Ville’(이하 파이빌)이 설립됐다. 파이빌은 학교 부지 내에 설립된 38개의 컨테이너로 이루어진 지상 5층 규모의 건물로, △15개의 창업스튜디오 △강당 △아이디어카페 △3D프린터 오픈랩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창업아이디어를 가진 학생들을 무상 지원하는 파이빌은, 수요도 매우 높아 두 달에 한 번씩 뽑는 입주자 모집 경쟁률이 4대 1을 웃돌 정도다. 또한, 소상공인 경영컨설팅과 지역공헌 문화프로그램 등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4학년으로 재학 중인 배흥규 학생은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와 필요에 대응해 청년창업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학교의 부지 중 일부를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창업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홍보가 부족한 측면이 있기에 창업실적과 사업진척을 홍보하는 등 파이빌의 정체성과 목적을 알리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캠퍼스타운 1단계 사업지 중 하나로 선정된 숙명여자대학교는 ‘전통과 문화로 미래를 창조하는 서울시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이라는 사업명에 걸맞게 학교 인근의 전통시장인 용문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상인과 협업하여 마케팅과 환경 개선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어린이날 행사를 개최해 페이스 페인팅이나 인형극 등의 활동을 함으로써 시장 활성화에 기여했다. 마찬가지로 1단계 사업지로 선정된 경희대학교는 ‘회기동 골목상권 활성화 프로젝트’라는 사업을 시행하며 ‘공유형 상점’이라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공유형 상점은 창업을 하려는 청년들에게 한 가게의 시간이나 공간을 나눠서 제공하는 것인데,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이곳에는 3개의 상점에 청년 상인 7팀이 입주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무사히 순항할 수 있을까

그러나 해당 사업을 둘러싼 잡음도 들려오고 있다. 가장 먼저 선구 시범 사례로 진행되고 있는 고려대학교의 캠퍼스타운 사업에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안암동 5가 일대의 개인소유 건물을 청년창업공간과 저렴한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 사업의 내용인데, 해당 건물주들과 매입을 하거나 임대 협상을 할 주체가 없어 건물주와의 의견소통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장양규 단장은 “학교 바깥의 빈 오피스나 주거 공간, 공공의 빈 공간들을 리모델링해서 창업공간으로 바꾸고자 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겼던 것 같다. 현재는 그곳에 창업 지원을 하고 있는데, 15개 팀이 분양을 받아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2016년에 조성돼 캠퍼스타운 사업과 같이 청년 창업 활동을 지원하는 ‘이화 스타트업 52번가’ 사업에도 문제가 생겼다. 학생들에게 창업 공간을 제공하며 활기를 띠는가 싶던 이 골목은, 학생들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며 지원이 끊기자 폐업을 하는 상점이 증가한 것이다. 실제로 이화여자대학교 정문 옆에 위치한 해당 골목에 방문하니, ‘임대’ 종이가 붙어있는 빈 상점 여러 곳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창업지원이 단발성 현상에 그칠 뿐 실질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남기범 교수는 “청년 창업 지원이 단발성에 그치고 있다는 시선에 동의한다. 처음부터 그것을 염두에 둬야 하는데, 지원이 있을 때만 사업이 유지되고 지원이 없어지면 사업을 그만두게 되는 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고 우려를 표했다.

2001년 발행된 대한지리학회지의 ‘대학과 지역발전 : 연구동향과 전망’에서는 대학은 도시계획 및 도시발전과 지역의 고용 및 경제 활성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명시한다. 대학과 지역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학의 사업 실패와 같은 요인들은 지역 사회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지난 2011년에 계획이 수립된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와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배곧신도시는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조성이 확정되자 ‘서울대 신도시’로 홍보됐다. 교육도시라는 프리미엄으로 아파트 입주가 단기간 내에 완판되고 수천만 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하는 등 순탄하게 분양이 진행됐지만, 제2캠퍼스 건립에 대해 학생과 대학 측의 갈등이 생기며 캠퍼스 건립 규모가 축소됐다. 이후, 현재 배곧신도시는 아파트 입주물량이 넘치며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하락세를 타고 있다. KB국민은행부동산시세에 따르면 지난해 9월에 3.3㎡(약 1평)당 723만 원 선이었던 전세가격이 달마다 하락하며 지난 2월에는 3.3㎡당 683만 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 이화 스타트업 52번가의 빈 상점.

해외 대학에서는?

그렇다면 해외 대학에선 어떤 캠퍼스타운의 형태가 있을까? 가장 대표적으로는 일본 요코하마시의 ‘COC(Center Of Community) 사업’을 꼽을 수 있다. COC 사업은 ‘지역재생 및 활성화의 거점이 되는 대학 형성’을 목표로, 연 운영예산이 원화 가치 59억 원에 이른다. 이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지자체에서 재정  인력적인 한계가 생기고, 대학생의 수가 감소하자 공공부문과 연계한 협력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캠퍼스타운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2013년에 이 사업에 선정된 요코하마시립대학교의 ‘캠퍼스타운 가나자와 정책’은 ‘대학이 있는 마을 만들기’를 목표로 가나자와 구에 위치한 가나자와 구청과 간토학원, 요코하마시립대학교가 3자 협정을 체결한 사업이다. 양 대학이 보유한 자원을 활용해 △지역 기업 및 상가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 진행 △학생들의 지역 활동 지원 등의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서울시의 캠퍼스타운 사업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2016년 발행된 대한지리학회지의 ‘일본의 대학-지역사회 협력을 통한 도시재생에 관한 연구’에서는 이와 같은 일본의 사례가 한국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명시한다. 일본은 최근 한국사회가 당면한 △고령화 △학령인구 감소 △기성시가지 쇠퇴와 같은 문제들이 일찍이 일어났으며, 정치 ․ 경제 ․ 사회적 맥락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시에도 캠퍼스타운 조성의 예시 사례가 존재한다. 과거 학문과 의료가 번성했으나 지역인구와 취업인구가 점차 감소하며 도시가 쇠퇴하기 시작하자, 시에 위치한 펜실베니아대학교의 인적 ․ 지적 자원을 이용해 지역 발전을 꾀한 것이다.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며 대학과 지역사회의 협력을 촉진함과 동시에, 민간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일자리 창출의 효과도 노렸다. 이와 같은 파트너십을 통해 건립된 창업 지원 센터 ‘UCSC(University City Science Center)’에는 △사이언스 센터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창의카페 등의 시설이 있으며, 저렴한 임대료와 세금혜택과 같은 지원으로 현재 △IT △생명과학 등의 기업이 입주한 상태다.

캠퍼스타운 사업이 나아가야 할 길

캠퍼스타운 사업은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청년 일자리 부족 △청년 인구 감소 △쇠퇴낙후 산업 지역 △저이용 ㆍ 저개발 지역 문제에 대해서 지역과 대학의 상호 발전이라는 카드를 제시했다. 남기범 교수는 캠퍼스타운 사업이 가져올 순기능에 대해 “일반적으로 대학 주변은 약간 낙후된 측면이 있는데, 그 지역에 대학의 젊은 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지역의 재생이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업의 장기적인 계획에 있어서 장양규 단장은 “2025년 이후에는 더 업그레이드 된 지원 같은 게 이뤄져야 할 것이지만, 사실 가장 좋은 것은 이런 지원 없이도 자생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창업으로 번 돈을 일정 부분 기금으로 조성해 조직체들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쪽의 체계를 갖추려 많은 고민과 시도들을 하고 있다”며 “지원이 단발성에 한시적으로 그칠 수 있는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런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래도 일단 시도는 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시도하면서 사업에 대한 지적을 받고, 이를 참고해서 장기적으로 어떻게 할 건지 예상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1,520억 원의 예산, 10년에 걸친 사업. 대학 청년들을 중심으로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캠퍼스타운 사업의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 궁극적인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 그리고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업의 행보를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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