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0호]디자이너에서 스포츠 아나운서로, 이향(시디 09)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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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0호]디자이너에서 스포츠 아나운서로, 이향(시디 09) 동문을 만나다
  • 최건 수습기자
  • 승인 2018.05.2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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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꿈꾸고 새로운 것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향 스포츠 아나운서는 현재 KBS N SPORTS의 간판 프로그램인 <아이 러브 베이스볼>의 진행자로 세 시즌째 활동 중이다. 디자이너의 꿈을 가지고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했지만, 돌연 스포츠 아나운서의 길을 선택한 그녀. 경기를 중계하는 매순간마다 “삶을 거기다 맞춘다”고 말하는 이향 스포츠 아나운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명대신문이 만나봤다.

 

Q. 어떤 이유로 명지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 입학하셨나요?

A.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어요. 계속 미술을 하면서 광고 디자이너를 꿈꿨고요. 입학 당시 두 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하나는 그림 쪽 재능을 살려서 디자이너를 택하느냐였고, 다른 하나는 인문계로 가서 언어를 공부한 후 아나운서로 가느냐였죠. 원래도 막연하게 아나운서의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현실을 재보면서 잠시 디자이너 쪽으로 기울어진 거죠.

Q. 대학 시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A. 명지대학교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디자인했어요. 아마 지금은 업데이트가 됐겠죠? 그래도 그걸로 학교에서 장학금도 받았어요. (현재 명지대 애플리케이션 디자인을 확인하더니) 아, 지금은 리뉴얼이 됐네요. 기억에 남는 일은… 제가 휴학도 하고, 졸업유예도 한 번 했어요. 아나운서 준비하느라 그랬던 거 같아요. 인문캠은 학교 경사가 그렇게 안 높죠? 그런데 제가 있던 자연캠 디자인조형센터는 정말 학교 맨 끝에 있어요. 거기까지 올라가려면 너무 힘들고… 야간작업이라도 하는 날에는 그쪽 길이 어두컴컴하니까 맨날 틀어박혀서 작업만 한 거 같아요.

Q. 그렇다면 어떤 계기로 디자이너에서 스포츠 아나운서로 진로를 바꾸신 건가요?

A. 사실 졸업 후에 디자이너로 취업을 했어요. 그러던 중에 문득 ‘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 번도 하지 못했구나’라는 후회가 들더라고요. 아나운서를 준비하다가 넘어지더라도 언제든 이 길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죠. 그래서 2015년에 디자인 회사를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아나운서 준비를 시작했어요. 부모님께 손을 벌리기가 죄송해서 광고 모델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게 캠핑용품 코베아 광고였어요.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SPOTV를 통해서 TV에서 아나운서 활동을 한 첫 경력이 생겼죠. 거기서 활동을 하면서도 KBS N 공채에 계속 지원했어요. 공중파를 제외하고는 그때 당시 그렇게 큰 규모로 아나운서를 채용하는 방송사가 없었거든요. KBS N에 들어올 때 힘들기도 했지만 뿌듯했죠.

Q. 아나운서 학원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했던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A. 아나운서 준비할 때 돈이 많이 들었어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거 같고, 앞도 안 보이는 막막한 느낌이었죠. 그럴수록 좀 더 악착같이 한 거 같아요. 시간 날 때마다 돈 벌면서 연습도 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겠네요. (웃음) 저는 다른 사람보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더 혹독했던 것 같기도 해요. 데드라인을 6개월 단위로 정해놓고, ‘이때 내가 이 위치에 가 있지 않으면 꿈을 포기해야지’라고 다짐했어요. 돌이켜보면 25살이 많은 나이도 아닌데, 그땐 뭐가 안 되면 왜 그렇게 포기하려고 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Q.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종이 최근 들어서 많은 각광을 받고 있어요. 직업 설명 부탁드려요!

A.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생긴 지 거의 10년도 안 된 거로 알고 있어요. 그 말은, 이 계열에서 10년을 일한 선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해요. 처음에는 이 직업이 사람들에게 주목도 많이 받고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최근엔 주목도가 떨어지면서 직업 존속의 위태로움을 느낄 때도 있어요. 하지만 되려 그 만큼의 전문성을 확보할 기회라고도 여겨져요. 지금은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그 과도기에 자리 중이라고 생각해요.

Q. 본인에게 많은 도움이 됐거나 존경하는 스포츠 아나운서 선배가 있으신가요?

A. 이 일을 시작한 건 김석류 선배 때문이었어요. 저랑 같은 시기에 활동하시진 않았지만, 저한테는 많은 자극과 도움이 된 분이에요. 또 김민아 선배, 최희 선배를 비롯해 1세대라고 불리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이 제게 끊임없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시는 거 같아요. 특히 김민아 선배는 결혼 후에도 스포츠 방송뿐만 아니라 다른 쪽으로도 영역을 확장해나가시는 게 너무 멋있어요.

Q. 그간 수많은 선수와 감독님들을 인터뷰하셨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분은 누군가요?

A. 다 기억에 남죠. (웃음) 최근 이영표 선수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만나서 인터뷰라기보단 그분의 인생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원래도 쓰신 책까지 찾아 읽을 만큼 존경하는 분이었는데, 가까이서 얘기를 들으니 배울 점이 더 많더라고요. 하셨던 이야기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어요. 내가 지금 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맞는 길을 가는 거라고, 수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그런 고민을 거쳐 갔다는 얘기였어요.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길이 맞는 길이더라는 말씀이었어요. 와닿더라고요.

Q. 방송을 꽤 오래 하셨는데, 방송 진행 중에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작년에 전국체전을 인터뷰하러 8일 정도를 지방에 있었어요. 보통의 경우엔 아마추어를 맡다가 프로 쪽으로 나가는데, 저는 운이 좋게도 데뷔 때부터 프로 리그를 맡았어요. 그런데 프로 리그가 진행되지 않는 전국체전을 가게 된 거죠. 거기서 다양한 사람, 다양한 스포츠를 만나면서 안목이 넓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땐 하루에 8명씩 인터뷰를 했는데, 잘 모르는 종목인데도 강행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죠. 준비하면서 많은 걸 배우게 해준 값진 경험이었던 거 같아요.

Q. 지금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진행하고 계시잖아요. 장수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애착이 남다르실 거 같아요.

A. 벌써 <아이 러브 베이스볼>을 세 시즌째 하고 있어요. 데뷔하기 전부터 가진 꿈이 있었는데, ‘나는 꼭 마이크를 들고 그라운드에 서 있을 거고 <아이 러브 베이스볼>이란 프로그램에 나오고야 말 것이다’였어요. 늘 그런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일어날 거라곤 예상을 못 해서 놀랍고 행복하죠. 이번이 프로그램 시즌 10이에요. 그 안에서 제가 벌써 3년을 있었다는 게 신기하네요.

Q. ‘스포츠 아나운서’의 꿈을 꾸는 많은 학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방송, 특히 스포츠 방송은 ‘내가 얼만큼의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내가 얼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한 거 같아요. 다르게 말하자면, ‘덕후’여야 성공할 수 있는 분야에요. 자신이 이 일에 애정이 있으면 모두가 알아보게 된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이미 이 판에 적응을 한 사람보다 더 많은 지식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학과와 학번, 나이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곳이기도 해요. 이 길이 아니면 죽겠다싶은 분이라면 누구나 도전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첨언하자면, 소위 ‘배경 지식’이 충분하지 않아서 주저하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저는 중계 종목이 바뀔 때마다 매번 어학연수를 왔다고 생각하고 제 삶을 거기다 맞춰요. 하지만 저희가 운동 규칙으로 책을 쓰는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한 종목의 규칙을 세세히 다 아는 것보다는 그 시즌의 판도를 읽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이향 ‘아나운서’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A. 이런 질문은 참 많이 받아요. 스포츠 아나운서로서의 최종 목표는 제가 입사 때도 얘기한 바 있어요. “아이를 낳고도 시청자와 공감하고 싶다”. 또 한 분야에서 10년은 버텨보자는 목표도 있는데, 제가 지금 올해로 4년 차 아나운서에요. 세월이 참 빠르더라고요. (웃음) 제가 가진 개성에 관해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 자리에 계속 버티고 있으면 언젠간 제 색깔이 나오게 된다고 믿어요. 스포츠 선수도 늘 주전의 자리에 있어야 경기를 뛸 수 있잖아요. 그게 제일 힘들고 간단한 방법이죠. 저도 제 색깔을 만들어가면서 꾸준히 여기 있고 싶어요.

Q. 그렇다면 ‘사람’ 이향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A. 지금은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옛날에는 눈앞에 있는 것 하나하나에 집착했는데, 30살로 넘어가는 지금에서야 순간순간의 행복과 상황에 집중하고 그것들을 느껴가는 것 같아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꿈을 꾸고 새로운 것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Q. 여담이지만, 많은 학우가 올해 플레이오프 진출을 어떤 팀이 할지 궁금해하고 있어요. 혹시 본인이 예측하는 이번 플레이오프 진출 팀이 있다면, 말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음… (웃음) 제가 지금 말하는 건 순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거예요. 두산, SK, 한화, 기아… 마지막이 좀 문젠데… (한참을 고심하더니) 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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