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4호(개강호)] 사회를 강타한 암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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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4호(개강호)] 사회를 강타한 암호화폐
  • 곽태훈 기자
  • 승인 2018.03.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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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가 불러일으킨 바람과 역풍

비트코인, 이더리움부터 리플에 이르기까지 2008년에 개발되기 시작한 암호화폐는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미디어에서는 연일 암호화폐에 대해 보도하고 관련 서적은 동이 났다. 암호화폐 투자자가 국내에서만 350만 명을 넘어섰을 정도다. 대학가에서도 암호화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 암호화폐 게시판이 등장하는가 하면 암호화폐 동아리도 생겼다. 이처럼 암호화폐가 사회적으로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연유는 암호화폐가 기존의 중앙집권적 경제구조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만큼 현재 암호화폐가 가진 가치가 불안정한 탓이다. 때문에 암호화폐는 ‘존버’, ‘가즈아’, ‘떡상’, ‘떡락’ 등의 신조어를 무수히 쏟아내기도 했으며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암호화폐 시세 변동의 불안정성을 빗댄 개그 코너가 방영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여론에서도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쟁은 뜨겁다. 이에 본지에서는 암호화폐가 사회에 가져온 바람과 역풍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암호화폐란 무엇인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블록체인이란 암호화 기술을 이용해 정보를 분산된 블록(장부)에 저장하고 사용자들끼리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대규모 데이터를 분산해서 저장시킬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정보를 사용자가 함께 공유하고 중앙통제장치가 없이 면 대 면(P2P)으로 정보교환이 가능하므로 해킹의 위협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이러한 기술을 금융시장에 적용한 게 암호화폐다.

암호화폐의 대표격인 비트코인을 고안한 사토시 나카모토는「비트코인: P2P 전자화폐 시스템」이라는 논문에서 ‘순수 P2P 버전의 전자화폐로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당사자 간에 온라인 대금 결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등장의 기본 취지는 경제구조의 탈중앙화에 있다. 현재 경제 시스템은 중앙의 경제기관에서 거래내역 장부를 가지고 화폐의 공급을 조절하는 형식이다. 장부를 중앙경제기관에서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장부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모든 거래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앙집권형으로 돼 있기 때문에 경제기관에서 통화 정책을 잘못 시행했을 경우에도 피해는 고스란히 거래자들이 입는다. 그러나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암호화폐는 중앙경제기관을 거치지 않고 P2P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이렇게 이뤄진 거래는 블록 형태로 데이터화되고 이러한 블록들은 일정시간마다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돼 서로 연결된다. 블록이 서로 연결됨으로써 거래내역 장부를 거래자 모두가 분산해서 갖게 되기 때문에 하나의 장부가 망가져도 다른 수많은 장부를 통해 복구가 가능하며, 중앙통제기관의 여파로 빚어지는 피해가 사라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누구나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불안정한 ‘환율’이란 게 사라지게 된다.

▲현재 경제구조(좌)와 비트코인이 고안한 경제구조(우)를 도식화한 것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 복권 같은 신기루?

 

탈중앙화를 내세운 암호화폐의 등장은 기존에 중앙집권 돼 있던 경제구조를 완전히 뒤엎는 것인 만큼 암호화폐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의 암호화폐 거래 양상을 보면 부정적인 측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문제는 암호화폐의 불안정성이다. 지난달 21일 하루 동안 거래된 비트코인 시세를 살펴보면 최고 거래액은 1비트코인 당 14,160,500원이고 최저 거래액은 1비트코인 당 12,728,000원이었다. 불과 하루사이에 등락폭이 무려 100만 원 넘게 벌어진 것이다.

▲지난달 21일 하루 동안의 비트코인 시세 변동 추이 그래프다. (출처/한국비트코인거래소 코빗)

 

 

뿐만 아니라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비트코인의 시세는 변동성이 크다. 이 같은 변동성은 액수의 차이만 있을 뿐 다른 암호화폐의 경우에도 유사한 형태로 나타났다. 국제 암호화폐 자격증(CBP)을 보유한 최철용 암호화폐 전문가는 “암호화폐에 대한 다양한 쓰임새가 있지만 암호화폐의 시세 변동이 심한 건 이것이 실물로 정형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실물과 연동된 암호화폐가 나오기도 하지만 대개 아이디어에 기초한 알고리즘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가치 판단에 따라 시세가 급변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이처럼 급변하는 시세 탓에 암호화폐 거래자들 사이에서 누군가는 수익을 얻기도, 또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보기도 한다. 현재 암호화폐 거래는 거래소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주식과 유사한 모습을 띠기도 한다. 하지만 암호화폐 거래는 주식과 달리 * 서킷 브레이커 와 같은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부족하고 상한선과 하한선이 없다. 또한 주식 시장은 장중거래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로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가능한 반면, 암호화폐 거래의 경우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시세의 변동폭이 크고 주식과는 다른 점들이 존재하기에 일각에서는 암호화폐를 두고 투기성이 짙은 상품이라는 비판을 던지기도 한다. 블록체인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핀테크 기업 ‘드림니다’의 부설기관인 블록체인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암호화폐에서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은 생산되는 재화가 실물로서 존재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불안정성이다. 그리고 시장에서 화폐를 쓸 수 있을 때 그 화폐가 시장성이 있다고 보는데 암호화폐는, 특히 한국에서는 현재 시장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암호화폐를 두고 투자냐 투기냐를 따지는 것보다 활용방안에 대한 측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 서킷 브레이커 : 주식 시장에서 주가가 급등 또는 급락하는 경우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2030청년들

 

오산대학교 전기과에 2학년으로 재학 중인 목승수 학생은 지난 1월, 암호화폐 거래를 시작했다. 주위에서 암호화폐로 쉽게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소액이었지만 시세가 수시로 변동되다 보니 밥 먹을 때, 씻을 때 상관없이 수시로 거래소 현황을 보게 된다. 시세가 떨어지면 오를 때까지 기다리고, 시세가 올라도 더 오를 거라는 희망에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 비트코인 좀비라는 말도 이런 이유에서 생기는 거 같다”고 말했다.

위 사례처럼 암호화폐에 빠진 청년들을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월에는 부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던 20대 청년이 암호화폐 투자 실패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는 암호화폐 투자로 고액의 돈을 잃고 우울감을 느꼈으며 불면증 증세로 약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이용자 4,1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용객의 58%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한 암호화폐를 두고 우리 사회 청년들은 왜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이는 역설적으로 암호화폐의 불안정성이 원인으로 보인다. 가치의 급등락 폭이 크다 보니 소액으로도 거액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최성수 교수는 20ㆍ30대가 암호화폐에 열광하는 사회 현상에 대해 “경제적인 전망이 불투명하고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수익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투기적인 심리가 작동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암호화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현상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이러한 투자 행태는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인데 암호화폐 투기는 현재 20ㆍ30대들이 지닌 여러 가지 기술적․사회적 조건에 부합한 사회적 현상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20ㆍ30대의 암호화폐 거래 참여와 관련해서 커뮤니케이션학 분야로 접근하면 ‘전망 이론’과 일정 부분 관련이 있다. 커뮤니케이션학에서 말하는 전망 이론은 이익을 기준으로 생각할 때는 불확실성을 회피하고 손실을 기준으로 생각할 때는 오히려 불확실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대학 디지털미디어학과 김기태 교수는 “청년들이 가망성을 보고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인지에 대한 구분은 불분명하지만 현재 청년들이 자신들의 상태를 더 이상 잃을 게 없고 위험을 감수할 만큼 충분히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론에서 암호화폐의 위험성을 얘기해도 계속 그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결국 20ㆍ30대가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본인들이 처한 현실의 불안정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어떻게?

 

암호화폐 광풍에 관한 오락가락한 정부의 입장 또한 문제가 됐다. 지난 1월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는 투자가 아닌 도박이다”라며 “거래소 폐지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청와대에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해 혼란을 빚었다. 그러나 5일 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암호화폐에 대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목승수 학생은 이에 대해 “암호화폐는 정부 발표 한 번에 시세가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입장이 계속 바뀌면 그 사이에 관계자들이 이미 매도차익을 남긴 게 아닌가하는 의혹을 품게 되기도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실제로 지난 1월, 한 금융감독원 직원이 정부의 암호화폐 대책 발표 이전에 본인의 암호화폐를 매도해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처럼 명확한 입장이 불분명하자 국민들은 암호화폐 관련 정부 입장을 듣기 위해 청와대 국민청원을 게시했다. 28만 8,295명의 서명을 받은 해당 청원에 대해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14일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블록체인 기술 육성 △암호화폐 거래 투명화가 주요 골자다. 이와 관련해 현재 정부차원에서 행하고 있는 괄목할만한 대책은 지난 1월 30일부터 시행한 암호화폐 거래실명제다. 암호화폐 거래를 위해서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용하는 은행의 가상계좌를 통해서만 거래가 가능해졌으며, 해당 계좌는 엄격한 실명인증절차를 통해 개설된다. 이는 암호화폐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여겨진다. 이에 더해 지난 20일에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암호화폐의 정상적 거래를 지원하겠다”고 밝혀 암호화폐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도 앞으로 긍정적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아졌다.

 

순항과 난항 사이에 선 암호화폐

 

이러한 당국의 발표에도 암호화폐를 두고 여전히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곧 암호화폐가 현재 과도기를 겪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현상이 크게 놀랄 만한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최성수 교수는 이와 관련해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특정한 것에 대해 투자냐 투기냐는 문제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암호화폐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등장하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회 현상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과도기적인 상황에서 섣불리 암호화폐의 수익적인 측면만 바라볼 경우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최철용 암호화폐 전문가는 “암호화폐가 갖는 가치는 다양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돈을 먼저 좇는 경향이 있기에 암호화폐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거래에만 집중하는데 그럴 경우 백전백패다. 따라서 암호화폐 거래부터 하지 말고 채굴부터 공부할 것을 권한다. 예를 들어 상품을 직접 생산해보면 그 상품에 대해 이해가 빠르듯 암호화폐도 채굴 먼저 공부하면 암호화폐를 보다 거시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는 뜻을 전했다.

결국 과도기 단계의 암호화폐를 수익 모델로 바라보기 전에 필요한 건 암호화폐 관련 기술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라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와 투기를 논하기 전에 암호화폐의 과도기적 상태에 우리 사회가 수익률이라는 한 가지 측면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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