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백마문화상 시부문 가작 - 오늘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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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백마문화상 시부문 가작 - 오늘의 기분
  • 김보경(문창 15) 학우
  • 승인 2017.12.03 0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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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분

 

 

내일 멀리 가 너는 거대한 수족관 앞에서 말했다
이것은 우리의 지난 여름에 대한 이야기

 

방 안 가득 물이 차오르고 우리는 수영을 할줄 몰라서 무엇이든 꼭 껴안는 버릇이 있었다 나는 여름을 좋아해 아무리 발음해도 어두워지지 않거든 파랗게 젖은 침대 위에서 우리는 불편한 자세로 키스를 했다 모든 여름은 거짓말처럼 어지러운 법이었다

 

언젠가 구름의 기분에 대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었지 너의 하얀 손목을 잡으면 온몸으로 회색 구름을 끌어안은 기분이라니까 둥둥 뜬 침대 위에서 너와 나는 돛을 올렸다 파도는 멈추지 않았다 우리의 여행은 온통 거짓말

 

아침이면 모두 사라질 이야기
어쩌면 다가올 여름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

 

우리는 매력적인 몽상가라서 매일 낭만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을 했다 죽음은 반복을 통해 매일 새로워지는 거야

너는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사라졌다 우리의 방은 온통 파랑이라서 몰래 울어도 들키지 않았다

 

내일 멀리 가 너는 다시 한 번 수족관 앞에 서서 말했다 파랑은 너무나도 무감각하게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물처럼 스며들 우리의 날들 그래서 나는 구름처럼 너를 사랑한다
구름의 생성원리는 너와 나의 입맞춤처럼 가볍고 간단하다

 

모든 것이 무너져도 여름은 살아 있을 것이다
우리의 매력적인 자살소동 낭만적인 불면증

 

그래서 오늘의 기분 구름 거짓말 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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