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백마문화상 시부문 가작 - 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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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백마문화상 시부문 가작 - 댄서
  • 김보경(문창 15) 학우
  • 승인 2017.12.03 0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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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

 

 

커튼콜이 내려가지 않은 무대가 있다 되감기 버튼이 눌려진 채로 흘러나오는 노래들이 있다 벗어놓은 튀튀가 있다 혼자 춤을 추는 구두가 있다 사람이 없는데 들리는 박수갈채가 있다 그래서

끝 없는 회전 계단이 있다 국적불명의 언어가 있다 미디엄 템포의 스텝이 있다 마음대로 헝클어진 머리가 있다 공중에 찍힌 쉼표가 있다 기하학적인 손끝이 있다 그러니까

 

가끔은 다 타버린 음악에 앉아 있을 때가 있다

나는 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몸의 언어는 폐허가 되고 나서야 가벼워질 수 있다
재가 된 것들을 모아 여러 개의 발목을 빚는다
새롭게 탄생하는 어느 불길의 댄서
스텝은 계속해서 탄생했다가 소멸한다
그리고 흩어진다

 

어떤 것이 파열하는 순간의 온도는 누가 재는가
불꽃에는 나무의 심장 같은 것이 존재해서 자꾸 부러지고 타오른다

 

이곳은 누구의 꿈속인가
어쩌면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허공에 멈춘 점프가 지구의 궤도를 돌아 지상에 닿을 때
이 몸은 비로소 폐허가 된다
일그러지는 춤 속의 어떤 뼈들이 맞닿아 리듬을 만들면
뜨거워지는 감각
그것들이 점점 더 날카로운 발끝으로 서게 할 것이다

 

폐허가 만들어내는 곡선은 얼마나 위태로운가
어느 댄서의 무대가 끝끝내 타오르다가
빠른 속도로 허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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