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병 딸을 돌보는 사연이 알려지며, 사정을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로부터 도움의 손길을 받아왔던 인물이 잔인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밝혀져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희소병 거대 백악종에 걸린 이른바 어금니 아빠 이 씨는 지난달 30일 중랑구 5층 자택에서 딸의 친구를 살해한 후, 영월에서 딸과 함께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시인했다. 이 씨는 10여 년 전 여러 매체를 통해 ‘어금니 아빠’로 이름을 알린 후 기부금을 챙겨 왔다. 그러나 이 씨는 딸 수술비를 대신해 온몸에 문신하며, 값비싼 외제 차를 몰고 다니는 등 언론에 보도됐던 것과는 상반된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지난 2007년 기초 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된 이후, 지난달 까지 국가로부터 약 월 160만 원가량의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겉과 속이 달랐던 이 씨의 이런 생활이 가능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사실과 다른 재산 신고였다. 이번 사건이 연일 보도되며 그의 민낯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사건과 함께 지난 8월, 불우 청소년과 결손 아동을 돕는다는 목적에 따라 설립된 기부단체 ‘새희망씨앗’에서 임 원진들의 기부금 128억 횡령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연이은 사건 탓에 사람들의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욱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로 인해 정작 기부금이 필요한 아픈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겠느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 오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공익법인의 기부금 지출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3만 여개가 넘는 공익 법인의 한 해 기부금 수입은 약 12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세법 위반으로 걸려 가산세로 토해낸 금액은 약 7억 원에 불과하다. 공익법인의 수가 매년 늘어 나면서, 기부금 수입 또한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는 여전히 부실하다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위와 같 은 사건들은 우리에게 사람들의 선의를 악으로 돌려준 교훈을 남겼다. 필자는 윤리적인 결함으로 비롯된 해당 사건들로 인해 '사회 전체 기부 문화가 부정적으로 팽배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든다.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가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부 문화의 활성화와 다양한 분야의 지원을 위해서 라도 정부 또는 독립기관의 지속적인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며, 기부 문화의 투명성과 효율성에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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