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통해 기부하는 정학범(사학 86)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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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통해 기부하는 정학범(사학 86) 동문을 만나다
  • 최시연
  • 승인 2017.09.2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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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처럼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싶어요."

Q.사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강의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A.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강사가 꿈인 것은 아니었다. 대학 졸업 후, 학교 선배가 있는 교육 컨설팅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됐다. 그곳에서 8년 정도 일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지난 2003년도부터 강의에 발을 들였다. 처음엔 단순하게 다른 분이 개발해 놓은 강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강의하기 시작했다. 역사와 강의가 관련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 둘이 아예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강의하는 내용 중 ‘세종대왕 리더쉽’, ‘이순신 장군 리더쉽’이라는 컨텐츠가 있다. 해당 강의를 구상할 때 학교에서 배운 역사가 많이 도움됐다. 그밖에 강의 내용을 구성할 때에도 학부시절 배운 역사적인 내용에서 많은 정보를 얻곤 한다.


Q.강의를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에 대 한 두려움은 없었는지?
A.내향적인 편이었고, 말을 유창하게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 두려움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강의 프로그램의 매뉴얼을 익히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차츰 나아졌다.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강의하는 상상을 했다. 방 안에서 강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암기하고 혼자 말하는 훈련을 반복한 것이 그 방법이었다. 지금은 예전처럼 떨지는 않지만, 아직도 낯선 대상들이나 전문 지식을 가지고 계신 분들 앞에서 강의할 때는 그분들의 배경지식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Q.발표에 어려움이 많은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마인드 컨트롤이 가장 중요하다. 발표를 듣는 사람들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소리 내서 발표 내용을 연습하는 것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강의실에 일찍 가 리허설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무래도 많이 경험하고 연습하는 것만이 긴장을 해소하는 데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되는 것 같다.

Q.리더쉽에 대한 강의도 하시는데, 리더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훈련하여 성숙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리더는 남과 소통하는 자리다. 자신이 성숙하지 않으면, 타인과 소통에 문제가 생긴다. 자기 자신을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더가 될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에 대한 사랑과 배려, 존중이 있다면 누구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Q.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진행하시는데, 강의를 위한 배경 지식은 어떻게 쌓는지?
A.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하다. 다방면의 책을 읽고, 책을 요약 정리하기도 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책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과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이다. 책뿐만이 아니라 여러 강사의 강의를 많이 듣는다. 교육 컨설팅 회사에서 일할 당시 유명 강사들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많았었 는데, 그때 들었던 강의도 많은 도움이 됐다.


Q.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는?
A.13~14년 전, 서울시 교육연수원에서 교장 선생님 500명을 대상으로 대인관계 기술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처음에는 교장 선생님들이 반응도 없고 팔짱을 끼고 무심한 태도로 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강의 하다 보니 호응해주시는 분들도 계셔 용기를 얻게 되고, 자연스럽게 강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많은 긴장을 했던 강의라 기억에 남는 것 같다.


Q.강의로 재능기부도 하고 계시는데, 재능기부 강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A.박사과정을 마치면서 스스로와 약속을 했다. ‘한 달 에 한 번 이상은 재능기부를 꼭 하겠다’. 그러던 중 마침 기아대책기구에 계시는 지인이 재능기부를 부탁해 처음으로 재능기부 강의를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 이후로 매달 끊이지 않고 강의를 통해 재능기부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닌 강의할 수 있는 능력이다. 가지고 있는 것을 이용해 사회에 베풀고 싶었다. 명강사는 아니지만, 강의를 통해 재능기부를 하고 봉사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 앞으로도 교육받을 기회를 얻기 어려운 사람들이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꾸준히 도움을 주고 싶다.


Q.봉사나 기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A.이웃들을 배려하고 돕는 것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문화다. 기부가 서양만의 문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예전 우리만의 따뜻한 여유들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우리의 문화를 잊지 않고 이웃과 작은 것이라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언제든 나눌 것이다.


Q.가장 기억에 남는 재능 강의기부가 있다면?
A.일산 대화동 지역 아동센터에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사범연수원생들과 함께 강의를 진행하며 매우 보람차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온다. 주로 아이들에게 소통, 갈등해결에 대한 강의를 진행한다. 아이들을 상대로하는 강의라 가끔 힘들기도 하지만, 레고와 같은 교구재를 이용해 강의를 진행하면 아이들이 좋아하고 집중해서 아주 힘들지는 않다.


Q.강의를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A.강의를 듣고 감동했다거나 자기 삶에서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겼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피드백은 문자나 현재 운영 중인 블로그 댓글로 많이 남겨주신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피드백은 제 강의를 듣고 한 집에 같이 사는 사위를 이해하게 됐다는 시어머니의 문자였다. 사위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강의를 듣고 난 후, 사위의 성격과 행동패턴에 대해 알게 돼 스스로의 행동을 반성하게 됐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주셨다. 그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곤 한다.


Q.앞으로 하고 싶은 강의가 있다면?
A.우리나라에 화목한 가정도 많지만 어두운 가정도 많다. 그런 가정이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강의를 하고 싶다. 마중물 교육에서도 얼마 전 가정교육 행복프로젝트 프로그램을 운영했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앞으로도 이런 프로그램과 강의를 계속 진행해서 어두운 가정들이 밝게 변화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Q.그렇다면 어떤 강사가 되고 싶은지?
A.유명한 강사가 되고 싶다(웃음). 강의를 듣는 사람들에게 마중물이 될 수 있는 강사가 되고 싶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내 강의를 듣고 자신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고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도움이 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싶다.


Q.‘마중물 교육’이라는 회사는 어떻게 설립하게 됐는지?
A.지금은 4차 산업혁명과 함께 평생 교육시대다. 학 생들뿐만 아니라 직장인들, 사회인들도 지속해서 교 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를 이끄는 직장인 들이 제대로 된 철학과 인문학적 기반을 가지고 생활 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마중물 교육’을 설립하게 됐다. 회사 이름은 아내와 함께 지었다. 우물을 사용할 때, 오래 쓰지 않던 펌프에 갑자기 펌프질을 하면 물이 올라오지 않는다. 이때, 마중물을 조금 부어주면 펌프에 물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중물이 없다면 그 우물의 펌프에 서는 물이 나오지 않게 된다. 마중물은 물을 사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마중물처럼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자 하는 바람에 ‘마중물 교육’이라고 회사 이름을 짓게 됐다.


Q.출간예정 도서 「싸가지가 있어야 한다」에 대해 소개한다면?
A.직장인들을 위한 책이다. 한마디로 사회인들이 인성을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데에는 배려가 필요하다. 직장은 단체 생활이기 때문이다. 배려하고 좋은 인성을 갖추면 직장 내에서 인정받고 잘될 수 있다는 내용을 책에 담았다. 책 제목 ‘싸가지가 있어야 한다’는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다.


Q.정학범에게 강의란?
A.커피 같은 존재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면 계속, 매일 하고 싶은 일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돈을 받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Q.정학범에게 명지대란?
A.최근에 故 김광석 선배가 우리학교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됐다. 좋아했던 가수가 나의 동문이라니,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강의 할 때마다 항상 우리학교 후배들을 찾고, 언제나 학교가 모범적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석박사과정, 대학원 조교 시절을 하던 것까지 모두 포함하면 학교에 서 13년의 세월을 보냈다. 오랜 세월만큼 의미 있는 추억도 많다. 학부 시절에는 학보사 기자로 활동했었다. 수습기자 시절 열세 번 만에 원고가 통과된 적도 있 고, 5.18 기념식을 취재하다가 용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그 과정에서 쉽게 되는 일은 없으며 계속해서 다듬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학내시위에 발언자로 나선 기억도 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13년간의 기억, 명지대는 내 삶의 일부 같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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