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사실은 존재하는가?-“사람이 달라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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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사실은 존재하는가?-“사람이 달라 보이네요”
  • 윤휘종
  • 승인 2017.09.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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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누군가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면 “사람이 달라 보인다”라는 말을 쓴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위해 예를 들겠다. 우리가 대학교 교양수업에서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팀원을 만났을 때 팀원의 겉모습이 단정치 못하거나 평소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불성실하면 우리는 그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판단한다. 그러나 주변 사람으로부터 그가 성적최우수자라는 말을 듣게 될 때 우리는 “사람이 달라 보인다”라는 말을 뱉게 된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다. 첫째로 우리가 누군가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예에서 우리는 그가 학습능력이 크지 않을 거라 판단했지만, 사실 그는 성적최우수자 였다. 둘째로, 누군가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새로운 정보, 배경, 지식, 믿음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시를 보면, 성적최우수자란 새로운 정보가 누군가에 대한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줬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과학적으로 다시 살펴보겠다. 우리는 ‘과학적 이론’이라고 하면 상당한 신뢰를 갖는다. 왜냐하면 과학적 이론은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과학철학자 차머스와 함께 논의를 이어가자. 차머스는 그의 책 「과학이 란 무엇인가?」에서 과학적 요소를 다음의 세 가지 로 든다. 첫째, ‘감각을 통해 얻은 사실은 편견 없이 관찰자에게 직접 주어진다’. 둘째, ‘사실은 이론보다 앞서 있고 이론에서 독립되어 있다’. 셋째, ‘사실은 과학적 지식의 견고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초를 구성한다’. 과연 과학적 요소는 타당한가?
감각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많은 정보를 주는것 은 시각이다. 우리는 시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경험·관찰은 객관적 사실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은 대상을 봐도 각자가 갖는 시각 경험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스탈트(Gestalt) 심리학에 서 사용하는 그림을 봤을 때, 같은 그림을 보고도 어떤 이는 오리로 보고 다른 이는 토끼로 본다. 그림은 같지만, 각자가 얻은 시각 경험은 다른 것이다. 한 사람의 X-Ray 사진을 봤을 때, 정형외과 의사는 아무런 문제를 찾지 못해도 류마티스 내과 의사는 강직성척추염(류마티스 내과에 속하는 병)이란 병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사람들은 동일한 대상을 봐도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시각 경험은 관찰대상이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관찰대상 외에 지식, 믿음에 따라 변한다. 또한, 우리의 관찰 자체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천동설이 입증되기 전, ‘지구는 정지해 있다’라는 명제는 관찰에 의해 입증된 사실이었다. 우리가 위로 뛰어올라도 지구가 돌기 때문에 뛰어올랐던 자리 뒤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대의 지식이 있기에 이것은 전혀 문제가 되 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사실이 지식에 앞서 확립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에 따라 갖는 사실이 달라지는 것이고, 우리가 실험·관찰을 통해 얻은 사실은 틀릴 수 있다. 왜냐하면 사실은 이론의존적(Theoryladen)이며 지식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 대해 갖는 사실은 평판·소문에 의해 결정된다. 평판과 소문이 모두 사실이란 보장은 없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얻은 정보와 관찰일지라도 오류 가능성은 있다. ‘남에게 들은 이야기는 절대 믿지 말고 자신이 본 것은 반만 믿으라’는 격언이 있다. 단순한 처세술적인 말이 아니라 과학철학적인 명제다. 자, 당신이 지금 누군가에 대해 갖고 있는 지식은 사실인가? 이전 것은 지나 갔다. 어리석은 자는 과거를 살고 지혜로운 자는 오늘을 산다. 어제의 쓴 뿌리는 끊고 오늘 그 사람의 진심을 받아들이자. *참고문헌-‘김준성 교수 강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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